[기자의 可타否타]귀화선수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대한탁구협회 2025년부터 귀화선수 대표선발 금지 논란
현재는 귀화 선수는 남녀 각 2명씩 허용
도쿄 올림픽에도 한국 2명 등 전 세계 20명이 중국 출신
한국 경기력 향상, 국내 선수 보호 등 솔로몬의 지혜 아쉬워

허베이성 랑팡 출신인 전지희. 도쿄 올림픽 에이스로 활약했다. 자료사진

대한탁구협회가 2025년부터 귀화선수는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논란을 빚고 있다.

협회는 국제대회 출전 국가대표에 귀화선수를 남녀 각 2명씩으로 제한하는 현행제도를 2024년까지는 유지하되 2025년부터는 귀화선수를 국가대표로 뽑지 않겠다는 새로운 선발기준을 만들었다. 협회는 이를 지난 15일 열린 이사회에 상정했으나 이사들의 반대에 부닥쳐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귀화선수도 엄연히 법적으로 한국인인데 실력이 있음에도 국가대표 선발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은 헌법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을 박탈한다는 지적이었다. 이사회는 법률 검토를 더 해본 뒤 이 문제를 다시 상정하기로 했다.

칭타오 출신으로 2013년 귀화한 최효주. 이번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다. 자료사진

탁구는 전 세계에 수많은 중국 출신 귀화 선수들이 포진해있다. 탁구실력이 출중해도 중국 국가대표가 되기 어려운 현실에서 수많은 중국 출신 탁구선수들이 취업, 유학, 결혼 등 다양한 경로로 해외에 진출해 그 나라 대표로 국제대회에 나서고 있다. 지난 도쿄올림픽 탁구선수 중 20명이 중국 출신으로 세계 각국 대표로 출전했다.

한국도 이번 올림픽에 귀화선수인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와 최효주(23·삼성생명)가 여자 탁구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중국 허베이성 랑팡이 고향인 전지희는 중국 청소년대표 출신으로 2011년 4월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산둥성 칭타오 출신인 최효주는 2013년 11월 귀화했다.

2010년 귀화한 이은혜. 자료사진

국가대표급 선수는 이들 외에도 여러 명 있다. 이은혜(26·대한항공) 김하영(23·대한항공) 김연령(33·포스코에너지)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2019년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 모두 상위권에 입상해 선발 제한 규정이 없다면 여자 탁구 국가대표 선수는 거의 귀화선수로 채워질 뻔했다.

따라서 협회가 이처럼 귀화선수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순수 국내선수 보호가 가장 큰 이유다. 열심히 해도 귀화선수 탓에 국가대표는커녕 실업팀 입단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협회의 의도대로 2025년부터 귀화선수는 국가대표로 뽑지 않는다면 중국에서 새로운 귀화선수가 영입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국내선수의 취업 및 국가대표 선발 문호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현재도 귀화 선수에 대한 제한 규정이 만만치 않다. 18세 미만 귀화선수는 5년이 경과해야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또 21세 미만은 7년이 경과해야 한다.

21세 이후 귀화자는 국가대표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는 실업팀들이 성인이 다된 중국 국가대표급 선수를 영입해 국내대회를 독식하고 대표선수로 선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같은 규정에 따라 중국 출신 귀화자들은 그동안 대표 선발전에서 상위 입상해도 이런 저런 족쇄에 묶여 국가대표가 될 수 없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 대표팀은 다인종멤버로 구성됐다. 자료사진

운동선수의 귀화는 모든 종목에서 보편화됐다. 국가대표팀의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것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유럽 각국의 축구대표팀을 보면 아프리카 출신이 없는 나라는 거의 없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 대표팀은 선수 절반 이상이 아프리카 출신이다.

한국도 지난 30년간 올림픽 등 국제대회 상위입상을 위해 수많은 귀화선수를 국가대표 발탁했다. 운동선수는 2011년 국적법 개정을 통해 ‘체육분야 우수인재 특별귀화’ 제도를 통해 귀화 절차가 간편해졌다.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귀화 선수들. 자료사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한국 선수단의 15%인 19명의 귀화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동계 종목이 활성화되지 않은 한국을 위해 단기간에 수많은 귀화 선수를 국가대표로 영입한 것이다.

귀화 탁구선수에 대해 전면적으로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는 조치는 분명 시대에 역행하는 면이 있다. 법률적으로 따져 봐도 무리수인 것이 틀림없다. 한국 탁구의 수준 향상, 순수 한국선수의 취업 및 대표팀 발탁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솔로몬의 지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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