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 탐방]'국기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코앞… '문대성·수지·김수현'도 뛴다

'국기 태권도' 법제화 이뤄낸 최재춘, 이번엔 유네스코 등재에 올인
국기 태권도 국가상징 지정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6년간 열정 불살라
뚝심과 소신으로 국기(國技) 태권도 법제화 결실 올려
태권도 역사 사진전, 'Go! 2024 UNESCO' 챌린지 등으로 구현화 박차

최재춘 남북 태권도 공동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국기 태권도’의 법제화를 주창하고 실현에 앞장섰다. 국기 태권도 법제화를 기리며 국기원에 세워진 기념비 앞에서, 최 위원장이 그 순간의 감격을 되돌아보고 있다. 최규섭 기자

첫걸음은 국기(國技) 태권도의 법제화였다. 6년이 걸렸다. 마침내 뜻을 이뤘다. 2018년 3월 30일, 태권도가 우리나라 국기로 지정됐다.

한 걸음 더 나갔다. 세계로 시선을 향했다. 태권도의 유네스코(UNESCO: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의 열망을 불태우고 있다. 차근차근 내딛는 발걸음 속에서, 영글어 가는 꿈이다.

남다른 집념이 실린 뜻깊은 행보다. 인류 문화유산으로서 태권도의 가치에 눈떠 온 힘을 다해 옮기는 걸음걸음이다. 불타오르는 열정을 내뿜는 최재춘 남북태권도 공동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추진위원회 위원장이다.

◇ 첫걸음: 6년간 열정 불살라 국기(國技) 태권도 법제화 뜻 이뤄

최재춘 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남북 태권도 공동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태권도 역사 사진전 개막 테이프를 다른 내빈들과 함께 끊고 있다. 최재춘 제공

1971년 3월 20일, 박정희 대통령(이하 당시)은 한글로 '국기 태권도'를 써서 김운용 대한태권도협회(KTA) 회장에게 줬다. 태권도가 국위 선양과 호국 기수로 떠오른 계기였다. 자연스레, 대중은 '태권도 = 국기'라고 인지하게 됐다.

1994년 9월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0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는 만장일치로 태권도를 2000 시드니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포츠는 태권도라는 긍정적 인식은 더 넓고 멀리 퍼져 나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관습적으로 뿌리내린 의식일 뿐이었다. 법률로 국기 지정이 되지 않아, 씨름·축구 등과 국기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곤 하던 형국이었다.

9년 전인 2012년, 최재춘 추진위원장이 태권도 국가 상징 지정을 주창하며 법제화 운동에 뛰어든 배경이다.

"어느 날, 한 후배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태권도가 법률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기 태권도'라고 하면 사리에 어긋난다고 하더라. 태권도가 국기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충격적이었다. 그 길로, 태권도가 국기로서 법적 지위를 얻는 데 나섰다."

국기 태권도 국가상징 지정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그는 백방으로 애썼다.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 KTA 및 시도 태권도협회 등을 잇달아 방문해 협조를 요청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서명 운동도 펼쳤다. 아울러 한국 지식재산 관리심사위원회가 국기 태권도 국가상징 지정추진위원회 등록을 승인할 수 있도록 힘썼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태권도계에서조차 좀처럼 뜻을 하나로 모으기가 힘들었다. 서글픈 현실이었다.

‘Go! 2024 UNESCO’ 챌린지 포스터. 최재춘 제공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았다. 소신을 굽히지 않고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붙이며 호소했다.

"한민족 고유 무도인 태권도는 국민에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기 스포츠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사랑받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태권도의 존재 가치가 무척 높은데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음을 태권도계가 그냥 소홀히 넘길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와 민족문화의 상징물로서 태권도의 국기 지정은 하루바삐 이뤄져야 한다. 국민에게 국가의 존엄과 자긍심을 심어 주고, 다른 나라에 우리나라 무도를 알리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은 수단은 없다."

드디어 6년 뒤, 그가 쏟은 열정은 결실로 이어졌다. 2018년, 국회는 태권도를 국기로 지정했다. 제358회 제1차 본회의에서 "대한민국의 국기는 태권도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태권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통과됐다.

◇ 두 번째 걸음: 남북 태권도 공동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 열망 불태워

남북 태권도의 화합을 바탕으로 한 ‘Go! 2024 UNESCO’는 국가와 인종을 떠나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물론 북한이 주도하는 ITF(국제태권도연맹) 태권도 수련생(맨 오른쪽 사진)도 한마음으로 동참하고 있다. 최재춘 제공

최재춘 추진위원장은 안주하지 않았다. 2019년, 또 하나의 걸음을 내디뎠다. 한국의 문화유산 발굴 차원에서, 태권도가 지닌 가치에 주목했다.

"무형문화유산은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다. 아울러 살아 있는 문화로서 오랜 세월 전승돼 오며 성장한 무도다. 오늘날, 무도 스포츠로서도 으뜸의 자리에 오른 데서도 무궁한 가치를 엿볼 수 있다. 더욱 보호하고 계승·발전시켜야 할 당위성이다."

이 맥락에서, 그는 태권도의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등재의 기치 아래 남북 태권도가 손잡고 뜀은 그 연장 선상에서다. 평화를 추구하는 태권도의 이미지를 세계 속에 심으려는 꿈을 부풀리는 까닭이다.

"1970년대 태권도는 WT와 ITF(국제태권도연맹)의 두 갈래로 나뉘어져 각자 세계화
의 길을 밟아 왔다. 이후 ITF는 북한을 주축으로 성장했다. 태권도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려면, 남북 태권도가 하나를 이뤄 노력함은 절대 요소라 할 수 있다."

전갑길 국기원 이사장(오른쪽)은 유네스코 등재에 뜻을 함께하며 전폭적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최재춘 제공

2019년 11월,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구체화에 골몰하던 그의 구상은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KTA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던 그를 정순천 사범(ITF 홍보위원)이 방문하면서 비롯된 발진이었다.

"'남북 태권도가 역사적 진전을 이루려면, 남북 태권도가 한 호흡으로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정 사범님의 말씀은 평소 가꿔 온 생각에 그대로 들어맞았다."

1년 7개월이 흐른 뒤, 구체화의 첫 작품이 나왔다. 2021년 6월 14~19일, 남북 공동 태권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태권도 역사 사진전이 국기원에서 열렸다. 국기원, WT, 아시아태권도연맹, KTA, 국기원9단연맹 등 세계 태권도계의 주축을 이루는 단체가 모두 후원함으로써 더욱 무게가 실린 비중 있는 행사였다.

이 사진전엔, WT와 ITF 자료를 비롯해 2019년 평양 태권도 성지관에 소장된 1950년대 초 태권도 초창기 사진 등 1,400여 점이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전시회 작품을 태권도 학계와 함께 검증한 뒤 백서화하여 북한 사회과학원에 보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Go! 2024 UNESCO'를 표방한 챌린지를 펼치며 유네스코 등재 구현을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북 태권도가 한마음 한뜻을 이뤄(One Taekwondo) 2024년 실현의 그 날까지 온 힘을 다하자(Go! 2024 UNESCO)는 운동으로, 전 세계 태권도인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9월 4일 태권도의 날을 맞아 미국태권도협회가 동참한 데에서도, 지구촌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는 챌린지의 물결을 쉽게 엿볼 수 있다.

태권도인은 물론 여러 분야 셀럽들이 ‘Go! 2024 UNESCO’ 챌린지 홍보대사로 활약하고 있다. 최재춘 제공

그는 파급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여러 명의 셀럽(Celebrity)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전 IOC 위원과 2020 도쿄(東京)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다빈을 비롯해 이동준(배우) 나태주(가수) 등 태권도 출신 연예인은 물론, 수지(배우 겸 가수), 김수현(배우), 왕호(영화배우협회 고문) 등 유명 연예인이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태권도 지도자로선, 박천재(미국)와 최영석(태국)이 기꺼이 홍보대사 역을 수락했다.

지난 9월 4일 캘리포니아 태권도 날 선포식에서, 미국태권도협회는 챌린지에 동참하며 유네스코 등재를 염원했다. 이날 국기원 시범단도 함께했다. 최재춘 제공

그는 태권도의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낙관했다.

"2024년, 태권도 역사에 새 지평이 열리리라고 굳게 믿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처럼, 최선을 다한다면 꽃이 피고 열매가 맺지 않겠는가."

긍정적 시각의 근거가 있다. 태권도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 자격 조건을 이미 갖췄기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 대상물은 국가 또는 시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태권도는 이 전제 조건을 충족한다. 2016년 10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제55호·전북 겨루기 태권도)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그의 바람은 하나다.

"태권도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그 날까지, 모든 태권도인이 하나가 돼 온 힘을 다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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