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전형인 김경아 코치님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여자 탁수 유망주 김태민(14·문산수억중 2년)은 요즘 보기 드문 수비전문 선수다.
그는 지난해 전국종별선수권대회 여중부 개인복식에서 준우승했고, 올해 회장기대회 단체전에서 팀을 3위로 이끌었다. 순전히 수비 하나만으로 이룬 성과다.
올림픽 시상대 맨 위에서 애국가를 부르는게 꿈이라는 김태민. 서완석 기자거의 모든 정상급 선수들이 공격전형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선수라 할 수 있다.
수비전문 선수는 상대의 강공을 막아내면서 틈을 노려 역공을 가해야 되기 때문에 훈련량도 많아야 한다. 무엇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스포츠 격언에 반하는 수비전형은 그만큼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
보기 드문 여중생 탁구 수비전형 선수인 김태민이 수비훈련을 하고 있다. 서완석 기자하지만 한국 탁구사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 않다. 지난 20년간 한국 여자탁구는 김경아, 박미영, 서효원이라는 걸출한 수비전형 선수를 앞세워 세계 정상을 노크해왔다.
이들은 국가대표의 중심 역할을 해내며 오랫동안 한국 탁구의 맥을 이어갔다. 같은 기간 남자탁구에서도 수비젼형 주세혁이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의 수비력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며 ‘깍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초등학교 1년 때 탁구선수인 언니(김태림·독산고 1년)를 따라 선수가 된 김태민은 뜻하지 않게 수비전형이 됐다. 초등학교 코치가 “너는 발이 느리니 수비 전문이 되는 게 유리할 것”이라며 권유한 게 계기가 됐다.
실제 그는 초등학교부터 두각을 나타내 초등학교 랭킹1위로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초등학생 대표로 대만과 슬로베니아 호프스 대회에도 출전한 경험이 있다.
수비전문 선수는 상대 공격을 어떻게 하든 막아내야 역습찬스를 엿볼 수 있기 때문에 체력이 관건이다.
“저는 지구력 훈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아침에 일찍 등교해 30분 이상 달리기를 해요.”
가녀린 외모와 달리 그의 강점은 강한 승부욕이다. 운동선수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기술적으로 서브가 강점이다. 상대 볼을 받아 넘기는 커트의 구질도 좋다.
다만 성격이 급해 역습을 서두르다 실점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흠이다.
이재웅 코치로부터 그립 쥐는 법을 점검받는 김태민. 서완석 기자이재웅 코치는 “아직 어려 선배들의 강한 스매싱에 미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순발력과 지구력을 좀 더 기르기 위해 인터벌 훈련 등 다양한 훈련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체육관을 사용하는 문산 수억고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최근 실력이 급성장했다.
그의 롤모델은 김경아(44) 국가대표 코치다. 김 코치는 수비전형 선수임에도 20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다 3년 전 은퇴 후 대한항공 코치로 신유빈을 지도하고 있다.
이 코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인전 동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의 주인공이다.
수비전형이지만 날카로운 포어핸드 공격도 노려야 한다. 서완석 기자김태민은 “김경아 코치님은 저와 반대로 급하지 않고 끈질기게 경기를 이끄는 점이 좋아 배울 점이 많다”면서 “코치님 동영상을 자주 보면서 메모도 하고, 연습 때 똑같이 따라 하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김 코치처럼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이다.
“한국 탁구가 최근 2회 연속 올림픽에서 메달을 못땄잖아요? 열심히 연습해서 올림픽 시상대 맨 위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게 꿈이에요.”
수비전형 김태민이 훗날 김경아의 뒤를 이를 선수로 성장할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