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오른쪽) 군이 피현덕 사범의 지도로 업어치기 수련을 하고 있다. 서완석 기자“유도를 하면서 소심했던 성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건강도 좋아졌지만 뭐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더 큰 소득입니다.”
경기도 일산 강선유도체육관에서 만난 김태우(저동초 6년) 군의 말투에선 뜻밖에도 군인 냄새가 풀풀 났다. 30분가량 인터뷰 내내 단 한번도 ‘다나까’를 빼먹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초등학생에게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말투. “원래 그런 말투냐”고 물으니 “체육관에서는 관원 모두가 이렇게 말을 합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체육관 피현덕 사범은 “예절교육을 중시하는 도장 방침에 따라 처음 입관할 때부터 말버릇을 고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밧다리 후리기 시범을 보이는 김태우(오른쪽) 군. 서완석 기자김 군은 유치원생부터 태권도를 수련해 3품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16세가 넘으면 3단 단증으로 바꿀 수 있다.
태권도 수련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그는 4학년 때 유도로 종목을 바꿔 현재는 초단이다. “뭔가 새로운 운동으로 자극을 받고 싶었다”는 게 이유였다. 외동아들로 자라 소심했던 그를 좀 더 강인하게 키우고 싶어 했던 아버지(김영설)도 적극 권했다.
그는 이 도장의 모범생이다. 이날도 수업시간보다 무려 한 시간 일찍 나와 홀로 개인 체력운동을 했다. 체력운동이란 게 힘들고 지루해서 대개는 기피하는 법이다.
김 군은 50분간 푸시업, 배밀기 등 힘든 훈련을 혼자서 묵묵히 수 백회를 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6년생 답지 않는 172.5㎝의 당당한 체격을 갖게 된 비결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도장에 오면 운동도 하고 친구들과 사귀고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김태우(가운데) 군이 후배들에게 전방낙법을 가르치고 있다. 서완석 기자수련시간 내내 그는 새로 입관한 후배들에게 시범을 보여주며 준사범 노릇을 했다. 비슷한 연령대가 모인 그룹에서 서로 훈련을 도우며 리더십을 키우도록 한 도장 방침에 따른 것이다.
피 사범은 “처음에는 어린애 같았던 태우가 어린 후배들을 지도하면서 성격도 많이 달라졌다”고 귀띔했다.
그의 꿈은 뜻밖에 요리사다. 앞으로 유도를 그만두지 않겠다는 결심이고 보면 훗날 ‘유도 잘하는 요리사’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유도장에서 친구가 된 고대윤(왼쪽) 김태우 군. 서완석 기자김 군에게 최근 유도 친구가 생겼다. 같은 학교 동급생 고대윤(저동초 6년) 군이 일주일 전 유도에 입문한 것이다. 고대윤은 지난 6년간 특공무술을 연마했다. 그 역시 ‘다나까’로 말투가 바뀌었다.
“유도가 더 많이 힘듭니다. 이처럼 강도 높은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유도 입문 일주일째인 고대윤(왼쪽) 군이 동료의 도움으로 낙법 연습을 하고 있다. 서완석 기자고 군은 최근 도쿄 올림픽 유도 중계방송을 보면서 유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도 교본도 읽고 역사와 철학도 이해한 뒤 유도장을 찾았다. 정보화 시대 요즘 어린이들은 이런 식이다.
그의 꿈은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서 근무하는 것이다.
“왜 경찰청이냐”고 물으니 “좀 더 첨단화되고 지능화된 범인을 잡는 일에 종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기 위해 최소 유도 2단을 따야 하고 공부도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며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사이버 수사대에 근무하기 위한 컴퓨터 공부도 따로 더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