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꿀팁]“유도, 어린이 발육에 최고·나이 들어도 수련 가능한 생활체육"

강선유도체육관 피현덕 사범 “기술보다 예절이 우선”
유도는 예시예종, 유능제강의 스포츠
수련 힘들지만 극복하면 막강 실전성
타 격투기보다 체력훈련에 주안점
"경찰시험에서 가산점 주는 종목, 실전성 입증"

서울 올림픽때 화려한 용무늬 한복을 입고 금메달 시상대에 올랐던 유도 김재엽.

올드팬들은 1984년 LA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하형주를 기억한다.

지금은 금지된 화끈한 들어메치기 기술을 앞세워 한국 유도의 전성기를 열어 제쳤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유도에서 금메달을 안긴 김재엽은 용이 새겨진 한복을 입고 시상대에 올랐다. 한국의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 가운데 가장 화려했던 시상식 복장으로 기억된다.

올림픽에서 꾸준히 효자 노릇을 했던 한국 유도는 2016년 리우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맥이 끊겼지만 여전히 세계 상위 클래스로 군림하고 있다.

올림픽의 화려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유도는 일반인들에게 생활 스포츠로 다가가기란 쉽지 않았다. 체육관이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운동 자체가 매우 힘들어서 일반인들이 장기간 수련하기가 쉽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다.

기술보다 예절교육에 주안점을 둔다는 피현덕 강선유도체육관 사범. 기자의 요청에도 끝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서완석 기자

경기도 고양시 강선유도체육관(관장 홍동환)은 일산 신도시가 조성될 무렵인 1996년 개관해 25년을 선수 육성과 지역 주민의 건강생활에 기여해왔다.

이 체육관의 피현덕(40) 사범에게 유도를 표현하는 가장 쉬운 단어를 물어봤다. 그는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오래하지 않았지만 중3때부터 꾸준히 유도를 연마했고 15년간 사범으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피 사범은 ‘예시예종(禮始禮終·예로 시작해 예로 끝남)’과 ‘유능제강(柔能制剛·부드러움이 능히 강함을 이김)’이란 말로 유도를 소개했다.

여느 격투기들이 그렇듯 예시예종이 지켜지지 않으면 무도인들은 흉기가 된다. 강선유도체육관은 엄격한 예절교육으로 유명하다. 수련생들은 모두 군인처럼 깍듯이 ‘다나까’로 말을 끝냈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차용한 ‘유능제강’이야 말로 유도의 특성과 강점을 드러낸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유도는 상대의 힘을 이용해 중심을 흩트리면서 순간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스포츠다. 이 때문에 신체가 작은 사람도 큰 사람을 메칠 수 있다.

낙법은 유도의 기본기 중 기본기다. 피현덕 사범의 지도하에 전방낙법을 훈련하는 수련생들. 서완석 기자

피 사범은 이어 “유도는 상하체 전신의 근육을 다 쓰는 운동”라고 정의한다. 유도 기술은 크게 메치기와 굳히기로 나뉘며 굳히기는 누르고 조르고 꺾는 기술을 총망라한다.

유도 수련이 힘든 것은 기술연마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가장 초보 기술인 낙법만 배우는데도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린다. 낙법은 상대의 메치기 기술에 맞서 자신을 보호하는 기본기다. 낙법이 되지 않으면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

피현덕 사범이 수련생에게 업어치기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서완석 기자

피 사범은 “낙법을 배운 뒤 메치기의 가장 기본인 업어치기 기술을 제대로 구사하려면 2∼3년은 족히 걸린다”면서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견뎌내면 성장기 어린이들의 발육에 이보다 좋은 운동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유도는 차고 때리는 다른 격투기들과 달리 나이가 들어서도 수련이 가능한 종목이다. 그만큼 생활체육으로 영역이 넓은 스포츠다.

취재진은 지난 9일, 체육관을 방문해 오후 6시에 시작된 초등학생 수업을 참관했다.

준비운동만으로도 수련생들의 도복이 흠뻑 젖을 정도였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수련생들은 포복자세로 기고, 앞으로 뒤로 구르는 운동을 반복했다. 충분히 몸을 풀지 않으면 기술 훈련에서 부상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도 수련을 하게 되면 비슷한 격투기 종목 중 가장 강인한 체력을 갖게 된다.

마무리 운동도 체력단련 위주다. 월요일 상체, 화요일 하체, 수요일 복근, 목요일 버피 테스트(근력운동을 극대화하는 유산소운동), 금요일 점프훈련 순으로 체력 훈련을 반복한다.

성인반을 위한 운동기구도 갖춰져 있어 헬스장 못지않다. 수련을 견뎌내면 비만은 사라지고 근육질의 몸매를 갖게 된다.

수업 전 준비운동 단계에서 체력훈련을 병행한다. 푸시업의 변형인 배밀기 훈련을 하는 수련생들. 서완석 기자

피 사범은 “저도 어렸을 때 소아비만으로 왕따를 심하게 당한 경험이 있었다”면서 “중3때 유도에 입문한 뒤 30㎏을 감량해 정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최근 주짓수의 인기에 밀려 유도 인구가 줄어들지 않았을까. 주짓수는 유도에서 파생된 스포츠다. 유도의 굳히기를 변형한 기술이 주무기다.

피 사범은 “꺾기 위주의 주짓수에 비해 유도는 화려한 메치기 수련에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유도 수련생이 줄거나 그렇지는 않다”고 밝혔다.

유도의 실전성에 대해 묻자 그는 “경찰시험에서 가산점을 주는 종목에 유도가 포함된 것을 보면 실전성이 이미 입증된 게 아니냐”며 반문했다. 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유도 기술은 범인을 제압하는 데는 최고라는 것이다.

유도는 타 무술과 달라 기구 사용이 거의 없어 입문시 도복만 구입하면 된다. 백색 도복은 10만원, 청색 도복은 8만원이다. 월 수련비는 14만원이고 처음 입관시 상해보험료 2만원이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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