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고교선수 대회 출전 결석 허용일수가 20일로 줄어들어 고교운동팀에 비상이 걸렸다.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2관왕에 오른 고교생 궁사 김제덕(경북일고). 자료사진 도쿄 올림픽 양궁 2관왕에 오른 고교생 궁사 김제덕(경북일고). 내년부터 고교생 선수의 대회 출전으로 인한 결석 허용일수가 현행 연간 30일에서 20일로 더욱 줄어들어 선수와 지도자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17년 이른바 ‘정유라 사태’ 이후 ‘체육특기자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 2020년부터 학생선수의 대회출전 결석 허용일수를 크게 줄였다.
정부는 2019년까지만 해도 학교장이 허가한 경우에 한해 수업일수 3분의 1인 63~64일까지 대회 출전으로 인한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초등학생 20일, 중학생 30일, 고등학생 40일로 연간 결석 허용일수를 제한한데 이어 올해도 초등 10일, 중등 15일, 고등 30일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내년에는 초·중등은 현행대로 각각 10일과 15일로 유지되지만 고교선수의 경우 30일에서 20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고교 태권도 선수의 경우 과거에는 연간 출전 가능한 대회가 15개 전후였지만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5개 정도 밖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학생 선수들의 대회 출전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특기자 혜택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또한 대회 출전 경험이 줄어들어 국내 청소년 선수들의 전반적인 경기력 저하가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훈련량 부족으로 학생 선수들은 야간에 사설 학원을 찾아 개인 교습을 받는 사례가 허다하다. 자료사진 훈련도 정규수업 후 해야 하기 때문에 야구, 축구 등 단체종목 선수들은 야간에 학원 같은 사설 훈련장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야구의 경우 은퇴한 프로선수들에게 개인 교습을 받을 경우 한 달에 100만원 이상의 교습비를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탁구 선수들의 경우도 야간에 사설 탁구장에서 개인교습을 받아 부족한 훈련량을 채우는 사례도 허다하다.
정부가 이처럼 결석 허용일수를 제한하게 된 것은 2018년 학생선수의 연간 대회 출전 일수를 전수 조사한 결과 1인당 평균 초등학생 5.1일, 중학생 12.7일, 고등학생 20.8일로 집계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순수 개인의 출전일수만을 계산한 것으로, 개인종목과 단체종목이 함께 열리는 있는 종목의 경우 대회가 평균 5∼6일간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나올 수 없는 통계다.
정규수업을 마친 뒤 훈련해야 하는 고교 축구 선수들은 훈련량 부족으로 경기력이 매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자료사진 그럼에도 정부는 앞으로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를 더욱 축소할 방침이다. 종목별로 경기단체가 주관하는 주중 전국대회가 대부분 주말 대회로 전환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이 또한 모든 대회를 주말에만 열수 없는 일정상 한계 때문에 적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정부는 학생 선수의 경우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2023년까지 모든 수업에 참가하도록 하고, 고등학교는 2025년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와 연계해 학점이수 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수업 결손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선수들의 행복권을 침해하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또한 이 같은 학생 선수를 겨냥한 정부 제도는 과거 일본의 정책을 베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운동선수는 음악, 미술 영재와 마찬가지로 어릴 때부터 조기훈련을 해야 세계적인 선수로 커갈 수 있다. 태권도, 탁구, 테니스 등 일부 종목은 고교시절부터 국제대회에서 출전해 포인트를 쌓아야 메이저급 대회에 출전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에 현행 제도하에서는 절대로 세계적인 스타가 나올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고교선수들은 훈련량 부족으로 국가대표 선수가 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고교진학 대신 실업팀을 택한 탁구의 신유빈. 자료사진 (대한항공).탁구의 경우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신유빈의 경우 지난해 고교진학 대신 실업팀 대한항공에 입단했다. 그가 고교로 진학했다면 훈련량 부족으로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실업탁구에는 진학을 포기하고 곧바로 실업팀의 문을 두드린 선수가 여럿 있다. 신유빈 외에 포스코의 김나영, 미래에셋대우의 장성일이 그들이다.
물론 정부도 고교선수가 국가대표로 선발돼 주요 국제대회나 국가대표 훈련에 참가하게 될 경우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를 초과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대표로 장기간 국내 훈련에 참가할 경우 훈련장소 인근 학교에서 위탁교육을 통해 수업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일반 학생과 꼭같이 수업을 받은 후에 연간 대회 일수도 제한된 현행 제도하에서는 중고교생 국가대표가 나올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하다는 지적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