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可타否타]'국산이잖아?'… 골프계 호황에도 외면 당하는 국산용품

요즘은 TV채널만 돌리면 골프 관련 프로그램이 나온다.

골프의 종목 특성에 오락성을 더한 예능방송은 시청률도 높다. 국내 프로스포츠 리그의 시청률을 한참 앞설 정도로 인기다.

사회공헌 요소를 가미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일정 부분 누그러뜨리는 경향이다.

또 MZ세대들도 이른바 '골린이'(골프+어린이)대열에 합류하면서 2017년까지 70만정도로 추산되던 30대 이하 골퍼가 올해는 64%이상 증가한 115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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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국내 골프산업 동향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김상훈 실장은 '수많은 젊은 층들이 문턱이 낮은 스크린에서 골프를 접한 뒤 실제 필드로 이동하면서 골프 대중화 열풍은 더 거세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코로나 19에 따른 특수도 골프 전성시대에 큰 몫을 하고 있다.

해외골프가 전면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국내 주요 골프장의 부킹도 과거처럼 하늘의 별따기 시대로 돌아간 것 같다.

인터넷 회원을 비롯한 각종 골프 회원권 역시 급상승하고 있다. 많은 골프장이 각종 이용료를 인상하는 배짱영업을 해도 내장객들은 몰린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특허 출원에도 국산품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국산 골프화. E사 제공

그러나 이 같은 역대급 호황에도 국내 골프용품 산업계는 훈김조차 느끼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적자액만 늘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더 체감하고 있다.

레저스포츠연구소가 올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으로부터의 골프용품 수입액이 급증하면서 일본과의 골프용품 무역적자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 일(對日) 무역적자액은 2억 3,960만 달러로 2019년보다 15.5% 증가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대일 무역적자액이 확대된 것은 국내 골프인구가 대폭 늘면서 일본산 골프용품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연구소 측은 분석했다.

수입액은 수출액의 28.4배에 달해 2018년(20.2배), 2019년(23.6배)보다 더 확대됐다.

2019년 7월부터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No Japan)의 영향으로 일본차의 국내 판매대수가 43.9% 급감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처럼 해외 브랜드 유통사들에게 골프인구 확산 수익이 돌아가는 동안 국내 제조업체들은 도산 공포에 급여 걱정까지 하는 이·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30년 가까이 국산 골프채를 생산하는 와이랭스필드의 양정무 회장은 사대주의 소비성향이 국산 골프용품의 발목을 여전히 잡고 있다고 잘라 말한다.

30년 전 제품도 보상수리 서비스를 하는 와이랭스필드 양정무 회장. W사 제공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쌓고 명품수준의 애프터서비스(AS)를 해도 골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래봤자 국산이잖아?'

가지고 나가면 모양 빠지는데? 식의 국산 경시풍조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다는 것.

대신 외제 고가 브랜드를 두르고 허세도 부려보는 자세로 필드에 나가야 대접받는 다는 고정관념이 고착돼 있다고 지적했다.

골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유명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백번 양보해도 국내 골프계는 유독 심하다고도 꼬집는다.

골프 대중화가 골프산업도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무대가 되도록 하려면 골프인구의 의식도 함께 변하도록 하는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산 골프화 생산에 집념을 갖고 도전하는 이글아이드의 김진호 사장은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격으로 세계적인 제품들과의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수준 차이가 나도 너무 나 얼마전까지 하던 이글아이드의 TV 광고도 중단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거대 자본으로 밀어 붙이는 글로벌 스포츠브랜드를 따라가기가 불가능했다.

특허 개발한 국산 골프화의 기술 보완을 위해 필드 체험에 나선 김진호 대표. E사 제공

영세한 기업 사정에도 불구하고 2007년 “10도의 과학”시리즈를 시작으로 2017년 296G 초경량소재 개발, 2019년 ECS 다이얼 시스템, 2021년 하이밸런스로 밀림방지 강화 등의 기술개발을 이어가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영세 사업자가 수익을 포기하고 연구를 하고 특허를 받아 내도 이미 90% 이상 해외브랜드에 장악 당한 시장에서는 대접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가내수공업수준의 용품업체들은 수없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일부 영세업체들은 자신이 수 십 년간 생산했던 제품을 포기하고 돈이 된다는 곳으로 눈길을 돌려보지만 결과는 자멸의 길로 간 경우가 많다.

김 사장은 “이번 기회에 세계적인 골프선수들을 보유한 나라답게 글로벌 브랜드도 육성하자.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사업으로 골프용품도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기를 희망한다”고 호소한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정부를 비롯한 관련기관에서도 골프산업 육성을 위해 실태조사도 했고 일본과 대만의 성공 사례를 배우자는 진단도 했던 것으로 안 다며 실질적인 실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골프 산업 진흥책 마련에 동참했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체육재정으로는 풀기가 너무 어려운 난제라고 설명했다.

전체 국가 예산 대비 소숫점 이하인 체육예산으로 글로벌 프로젝트를 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법도 쉽지 않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코오롱과 삼성 등 대기업이 세계적인 브랜드를 꿈꾸며 도전
했지만 끝내 사라졌다.

대기업이 뛰어들기 애매했던 용품 시장 현실에 체계적인 육성책도 미흡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외 브랜드의 놀이터처럼 변해가는 스포츠 용품 시장을 마냥 놔둘 수 없지 않느냐고 국내업체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화학 공업을 강조하던 시대에서 스마트 산업 중흥으로 변해가는 패러다임에 맞게 위기탈출을 노리는 국산 골프용품에도 '스마트한 시도'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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