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탐방]태권도 교본이 영어로 + QR코드 품새 동영상… '무한도전 김건형'

태권도 6단 김건형 "도전은 그 자체가 아름답잖아요"
국제심판, 기술위원 거친 젊은 태권도인의 도전
영어 품새 교본 발간에 이어 박사학위 취득
논문에서 "셀프리더십이 경기력 향상에 유리"
다음 행보는 캐나다 교사직에 도전장

김건형씨는 대한태권도협회 상임심판으로 활동했다. 김건형씨 제공

도전, 또 도전이다.

해외사범, 국제심판을 거친 한 젊은 태권도인이 영어 태권도 교본 발간에 이어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다음 그의 행보는 해외 진출이다.

태권도 6단인 김건형(33) 씨는 지난해 4월 이색 태권도 품새 교본을 출간했다. 책 제목은 '따라 말하는 태권도 공인 품새'다.

이 책은 기본동작부터 유급자 품새와 유단자 품새를 총망라했고, 품새의 각 구분 동작을 영어와 한국어로 병기했다. 독특한 점은 각 품새 동작을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동영상으로 볼 수 있게 돼 있다. 79개의 동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김건형씨가 지난해 4월 출간한 태권도 영어 품새 교본.

이 책은 외국인들에게 품새를 가르치는 한국인 사범이 영어로 동작을 설명하는데 도움을 준다. 국기원에서 규정한 한국어 태권도 기술 이름과 이를 번역한 영어가 병기돼 있다.

수련자는 품새를 배우면서 영어를 함께 익힐 기회를 갖게 된다. 첨단 디지털시대에 태권도 교본이 디지털 영상으로 제작된 것도 주목거리였지만 신체활동과 외국어교육을 함께 하는 묘미가 이채로웠다.

김 씨가 이 책을 출간하게 된 동기는 의외였다. 7년 전 무작정 떠난 미국에서 사범생활을 할 때였다. 겨우 다섯 살 먹은 미국 어린이에게 태극 4장을 가르치는 중 '제비품 안치기'라는 기술 이름을 국기원 교본대로 'Swallow Shape and Hand Knife Strike'로 가르쳤다.

김건형씨가 영어교본의 필요성을 인식했던 문제의 태극4장 '제비품 안치기' 기술. 따라말하는태권도 유튜브 캡처.

두 손 모양이 제비 날개와 같은 형상이어서 붙여진 '제비품'을 영어로 설명해도 어린이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 때 순간적으로 깨달은 것이 있었어요. '현지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영어 설명은 잘못된 것이다. 피학습자의 눈높이에 맞춘 영어 교본을 만들어야겠다.'"

6개월 뒤 귀국해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품새 영어교본을 만들고 이를 영상으로 찍는데 전심을 다했다. 초등학생 시절 캐나다에서 1년 6개월간 유학한 뒤 꾸준히 영어공부를 해온 것이 영어 교본을 만드는데 큰 밑천이 됐다.

국제심판, 기술위원, 박사학위 취득에 이어 캐나다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김건형씨. 김건형씨 제공

그는 대한태권도협회 상임심판과 세계태권도연맹 국제심판, 아시아태권도연맹 기술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도 학업을 놓지 않았다. 마침내 지난 달 단국대대학원에서 '태권도 선수가 지각한 지도자의 슈퍼리더십과 셀프리더십, 심리적 임파워먼트, 운동몰입 및 경기력에 관한 구조적 관계'라는 긴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씨는 논문을 통해 스스로 이끌어가게 도와주는 슈퍼리더십 보다 선수 스스로 자율적인 통제와 훈련을 하는 셀프리더십이 경기력 향상에 더 유리하다는 결론을 냈다. 이는 기존 학설과는 다른 것이다. 그는 또 운동에 과몰입하면 경기력 향상을 저하시킨다는 결론을 논문을 통해 밝혔다. 이 또한 기존 연구와 달랐다.

그는 "연구 결과 과거처럼 지도자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리더십으로는 경기력 향상에 한계가 있음이 밝혀졌다"면서 "이제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 지도자의 리더십이 바뀌어야 하고, 과도한 운동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태권도연맹 국제심판인 김건형씨(가운데). 김건형씨 제공

김 씨는 학위 취득 후 국내에서 안정된 직장을 잡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연고가 있는 캐나다로 건너가 그곳에서 교사의 꿈을 이룰 생각이다.

국내 교사자격증을 소지한 그는 한국과 캐나다 정부의 협정에 따라 영어실력만 갖추면 캐나다에서도 교사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영미권 전문직 취업을 위한 영어시험인 아이엘츠(IELTS) 고득점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캐나다를 택한 이유는 미국에 비해 태권도 보급이 더디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공립 초등학교에 태권도가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되는 등 보급이 활발하다.

김 씨는 교사의 투잡이 허용되는 캐나다에서 태권도 도장을 개설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도전, 그 자체가 아름답잖아요. 아직 젊으니까 저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도전하고 싶어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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