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꿀팁]'자세교정' 효과 탁월한 검도·"예절 등한시 하면 사고"(영상)

"검도수련으로 행복했으면"… 일산검도교실 이훈희 관장
검도는 '기(氣) 검(劍) 체(體)'가 하나가 돼야
예(禮)를 중시하는 스포츠, 도장삼례 반드시 지켜
다이어트와 자세 교정엔 "검도 수련이 최고"
수련비용과 장비 구입비 저렴


칼을 치켜든다. 호면(얼굴 보호장구) 속 눈빛이 번득인다. 호흡이 멈춘 찰나의 순간. 찢어질 듯한 기합소리와 함께 상대가 달려든다. 칼보다 발이 먼저다. 피할 수도 없다.

내 목숨을 노리고 달려드는 상대에게 내 몸도 대응한다. 팔을 내 주고서라도 상대 목숨을 거두어야 내가 산다. 비록 죽도를 들었지만 기세만큼은 진검 못지않다.

코로나19시대 경기도 고양시 '일산검도교실' 관원들은 검도 연마로 코로나와 싸움 중이다. 죽도를 한번 내칠 때마다 기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검도의 기합은 양면의 칼날이다.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내면성과 상대의 기를 죽이려는 외향성 모두를 가졌다. 기합소리는 코로나를 잊게 한다. 검도는 '기(氣) 검(劍) 체(體)'가 하나가 돼야 진가를 발휘한다.

최근 7단으로 승단한 이훈희 관장. 서완석 기자

최근 7단으로 승단한 이훈희(41) 관장은 외모로는 검을 다루는 검객답지 않게 곱상했다. 하지만 도복을 입고 검을 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표변(豹變)한다.

그는 검도를 '예절의 운동'이라 정의했다. 도장 정면에는 태극기와 함께 '극기복례(克己復禮)'라는 글씨가 크게 걸려 있었다.

"검도는 무기를 들고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예절교육을 등한시하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난 25일 도장을 취재차 방문했을 때 초면인데도 관원들 모두가 인사를 해 기자는 살짝 당황스러웠다. 예의범절을 모르거나 태도가 불량한 수련생들이 간혹 도장에서 퇴출되는 경우도 있다. 통제가 잘 되지 않는 어린이 수련생도 예외는 아니다.

운동순서도 가장 먼저 기본예법으로 시작한다. 도장삼례라 해서 운동을 시작할 때와 끝낼 때 국기와 스승, 관원 상호간에 행하는 인사는 반드시 지킨다.

일산검도교실 이훈희 관장. 그는 "관원들이 검도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서완석 기자

이 관장은 또 검도만큼 집중력을 요하는 운동도 없다고 단언한다. 비록 죽도를 들었지만 실전이라 생각하면 목숨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승부는 한순간에 결정됩니다. 상대가 숨을 고르는 찰나의 순간을 노려 상대를 공격합니다. 그 순간을 낚아채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죠."

생활스포츠로써 검도는 다이어트와 자세교정에 그만이다. 격투기 종목 중 유일하게 허리를 곧게 펴고 하는 운동이다. 단위 시간당 칼로리 소모도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대련을 한 시간 하면 1.5㎏ 정도가 빠질 정도다.

대련할 때 지루할 시간조차 없다. 잠시 방심하면 상대의 칼이 내 목숨을 노린다. 그래서 운동할 때만큼은 잡념이 없어진다고 한다. 딴 생각하는 순간 상대의 칼이 내 목숨을 거두어 간다.

대련을 앞둔 일산검도교실 수련생들. 이훈희 관장 제공

고래고래 지르는 기합소리는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다. 공격의 시작은 발이다. 일족일도(一足一刀). 상대를 치기 위해 한발 한발 다가 가다보면 하체 운동은 저절로 된다. 빈틈을 찾기 위해 상대의 동작을 예측하다보면 검도는 결국 두뇌싸움이 된다.

검도 수련이 호신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실전성은 어떤지 이 관장에게 물어봤다. 혹 죽도라도 들지 않으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전광석화같은 빠른 몸놀림. 검도 수련만으로 웬만한 공격을 피할 수 있다. 서완석 기자

이 관장은 "검도 수련을 하면 우선 몸이 빨라져 웬만한 상대 공격을 피할 수 있게 된다"면서 "검도수련은 칼싸움뿐만 아니라 몸싸움도 병행하기 때문에 호신술로도 정평이 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마다 경찰에서 검도 고단자를 경찰관으로 특채하는 것만 봐도 실전성은 입증된다고 말했다.

일본무예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현재의 검도는 일본에서 기원한 것 맞다"면서도 "과거 한국의 검법이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문헌이 있는 것으로 봐 검법이 특정 국가의 전유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검도의 일본식 복장에 대해서도 "발목을 감싸는 도복도 발의 움직임을 감추려는 의도에서 나온 복장형태"라고 덧붙였다.

일산검도교실 벽에는 수련생들의 갑상이 진열돼 있다. 서완석 기자

그는 하체 보호장구인 갑상에 새기는 수련생의 명패를 한글로 새기는데도 앞장섰다. 이전에는 일본식대로 도장 이름과 수련생 이름을 모두 한자로 쓰는 게 관행이었다. "2016년 홍콩 오픈에 출전했을 때 외국 선수가 '너희 나라 글이 있는데 왜 한자를 썼냐'"는 지적에 충격을 받고 이후 자신을 포함해 제자 명패를 모두 한글로 바꿨다고 했다.

검도 수련을 위해 필요한 죽도와 보호장구들. 왼쪽부터 호완, 호면, 갑, 갑상. 보호장구는 기본기 수련 뒤 천천히 구입해도 된다. 서완석 기자

검도수련에 필요한 비용은 그리 크지 않다. 일산검도교실의 경우 일주일 3~5일 수련에 월13만원이다. 개인도복은 5만원, 죽도는 2만원이면 된다. 호완(손목 보호구), 호면(얼굴 보호구), 갑(상체보호장구), 갑상을 포함한 호구는 35만원 정도 드나 3~6개월 기초수련 뒤 천천히 구입하면 된다. 한번 사면 10년은 거뜬히 간다. 대부분 검도 도장은 무료로 대여해주기도 한다.

"검도 수련으로 관원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이 관장은 또 "참을성이 부족한 현대인들이 검도를 수련하게 되면 인내심과 평정심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검도 예찬론'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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