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可타否타]유소년축구, 제대로 다시 시작하자!

유소년축구, 지도자부터 변해야 경쟁위주의 고질적인 문제해결돼
학교폭력 예방 효과도 거둘 수 있도록 인성 함양도 겸해야
한국만의 유소년축구 철학세워 잠재력을 키워나가야

도쿄올림픽축구에서 한국 팀은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축구 저변확대를 노리는 디비전 리그는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잠정 중단됐다. 지역에서의 유소년대회는 개최 하루 전 취소됐다.

해외에서 뛰는 스타들은 각광받지만 국내리그는 큰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한국축구가 역대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현실들이다.

이럴 때마다 나오는 말이 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풀뿌리부터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국제대회 성적부진 때마다 유소년축구도 변화를 요구받는다. 한국유소년축구협회 제공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성적 부진이나 빅 경기에서 참패하면 나오는 수 십 년간의 논란이다.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지만 축구 팬들은 성에 차지 않는다. 국제대회 때마다 죽음의 조 편성여부에 경우의 수까지 따져보는 게 지겨울 정도다.

이에 대해 유소년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진단과 처방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스템 변화보다는 유능하고 역량 있는 지도자 양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

유소년축구 발전을 위해 지도자의 전문화가 필수적이다. 한국유소년축구협회 제공

유소년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도쿄올림픽 8강 탈락은 유소년들에게도 충격적이었다. 이에 대한 원인분석과 해법에 유소년 체계 개선이 또 회자되리라 본다. 그러나 결과보다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꿈나무들에게 와 닿은 솔루션을 제시 할 수 있는 지도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지혜를 제공하지 않으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뻔한 시행착오에 그친다"고 강조 했다.

즉 아직까지도 우열을 가리는 경쟁형 유소년축구 시스템이 성적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 유소년기에 필요한 탄탄한 기본기 쌓기를 가로 막고 있다.

이 상태에서 또 시스템 개선 운운하는 것은 시간만 허비할 뿐이니 전문적인 지식을 쌓은 유소년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적성계발(啓發)과 흥미유도에 더 무게를 둔 지도가 요구된다.

실제로 유소년단체중 한 협회에는 취미반이 선수반보다 7대 3의 압도적인 비율로 많다.

축구 좋아하는 학생들이 재능도 키우고 친구도 사귀고 싶어 가입했음을 회원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한국유소년축구협회에는 전국 86개 클럽이 취미반과 선수반을 운영하고 있다. 유소년축구협회 캡처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해오던 식으로 잘하는 아이만 골라 이기는 시합만 하려하니 늘 잡음이 끊이지를 않는다.

성장이 빠른 아이보다 늦은 아이들은 영원한 벤치 멤버로 앉아 흥미를 잃어가고 부모들의 불만과 스트레스는 쌓일대로 쌓이기 때문이다.

연구하는 지도자들이 이 같은 수 십 년 구태를 깨뜨려야 제대로 변한다.

다음은 소통을 기피하는 문화의 청산이다. 과거 축구선수를 둔 부모는 자녀가 뛰는 운동장에 가는 것조차 눈치를 봤다. 코칭스텝의 심기에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클럽축구의 저변 확대로 이런 학원축구시대의 산물도 사라져야 한다. 소통의 시대인 만큼 학부모와 지도자가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운영참여도 비교적 자유로운 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

또 자신의 자녀만 끼고 도는 편애를 벗어나 소속 클럽의 발전을 도모하고 팬으로서도 위치와 자세를 보여주는 공동체의식을 갖춰야 한다.

다음으로 인성 함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도자는 유소년들이 축구를 통해 사회성도 기르고 모난 성격도 고쳐 바르게 성장하도록 하는 품성교육을 겸해야 한다.

최근 학교폭력 예방과 대처를 위해 스포츠클럽과 같은 공동체 활동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학부모들은 팀을 선택할 때 오로지 성적을 우선하는 경향을 버려야 한다. 클럽을 찾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끔 즐거움이 우선되어야 한다.

흥미를 느낀 테두리 내에서 기술적인 훈련으로 수준을 높여가야 한다. 연령에 맞는 놀이처럼 프로그램이 구성돼 단계를 지나면서 향후 슬럼프에서도 좌절하지 않도록 정신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끝으로 전지훈련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전지훈련은 팀 문화를 만들고 조직력을 다지는데 중요하다. 즉 선수들에게 필요한 일정이고 동기부여의 요소인지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행적인 해외전지훈련으로 참가자들이 환경과 기온에 적응을 못해 훈련의 효율성과 기대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해외 전지훈련은 그 지역의 팀과의 훈련이나 경기를 통해 문화 교류도 하는 만큼 유소년들에게 긍정적인 문화 교육이 되도록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유소년시스템과 대학축구를 연구하는 국내출신의 한 지도자는 "한국의 유소년축구 지도자들은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한국축구가 세계를 휘어잡을 잠재력은 충분하다.

그러나 한국축구만의 철학이 없다보니 늘 고비에서 멈춘다"며 "기본기에 강하고 팀 중심의 플레이에 강한 이점을 살리면서 모두에게 "당당함"과 "창의성"도 향상시켜주는 유소년 시스템을 정착시켜 나가야만 잠재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수양성만을 위한 축구에서 벗어나 즐기고 공유하는 '또래문화'로 거듭나기 위해 다시 출발선에 서는 유소년 축구.

이번만큼은 선을 넘어 혼란을 겪는 시행착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축구계와 지도자와 유소년, 학부모 모두 책임감있게 달려나가야 한다.

송전헌 노컷스포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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