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화가가 만나면?… 영국 할머니의 작품 '손흥민'

87세 영국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
손흥민 모습을 독특한 화풍으로 표현
친필 사인 결들인 손흥민 유니폼도 작품이 돼
"나이보다 그림으로 유명해지고 싶다"

로즈 와일리의 작품 소재가 된 손흥민의 모습. 자료사진

스포츠와 화가가 만나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한국인 슈퍼스타 손흥민이 영국 화가의 작품을 통해 팬들과 만난다. 화가는 나이를 잊은 87세의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다.

그의 첫 대규모 해외 전시이기도 한 이번 전시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예술의 전당 전시회에 이어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두 번째 전시회(6월 23~9월 26일)를 갖고 있다.

일상생활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 쉽고 친근한 표현력이 특징인 그는 이번 전시회에 손흥민과 축구에 대한 그의 관심을 표현한 작품 10여 점을 출품했다.

'나이를 잊은 화가' 로즈 와일리가 손흥민을 작품 소재로 국내 팬들과 만나고 있다. 자료사진

와일리는 21세 때 결혼으로 미대 학업을 마치지 못했지만 45세에 뒤늦게 영국 왕립예술학교에 입학한다. 작업에만 열중한 그는 76세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선정한 '가장 핫한 작가'에 올랐다. 80대에 영국 왕립 아카데미의 회원이 되고, 세계적인 작가가 된 그는 "나이보다 그림으로 유명해지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의 광팬이기도 하다. 이번 한국 전시를 위해 특별히 손흥민을 그린 작품을 제작했고, 앞서 이메일을 통해 그와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손흥민은 노화가에게 묻는다.

"축구 선수들은 골을 넣고, 경기를 이기고, 트로피를 거머쥐기 위해 뜁니다. 화가에게 '승리'란 무엇일까요?"

화가는 답한다. "특정 관점이나 질적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죠? 그저 '보는 사람들이 느끼기만 하면 된다', 그게 정답 아닐까요?"

손흥민이 기증한 유니폼에 로즈 와일리는 토트넘의 상징인 닭을 그려넣었다. 서완석 기자

손흥민은 그를 위해 특별히 친필 사인이 담긴 유니폼을 선물했다. 그 유니폼에 와일리가 토트넘의 상징인 닭 그림을 그렸다. 유니폼은 전시회가 끝난 뒤 경매를 통해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게 된다.

손흥민의 다양한 모습들. 지난해 9월 사우스햄튼과의 경기에서 4골을 넣은 손흥민의 그림에는 숫자 '4'를 그려넣었다. 서완석 기자

손흥민의 멋진 골장면은 천진난만한 붓의 터치로 늘 웃는 손흥민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의 미소는 늘 그렇듯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을 즐겁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지난해 9월 사우스햄튼과의 경기에서 4골을 넣은 손흥민의 그림엔 숫자 '4'를 그려 넣었다. 지난해 2월 아스톤 빌라와의 '극장골' 장면을 그린 작품은 사진과 함께 전시됐다.

지난해 6월 맨유와의 복귀전에서 손흥민의 꽉 쥔 주먹과 꽉 다문 입 모양을 그린 로즈 와일리 작품. ‘눈여겨봐야 할 선수, 손흥민’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서완석 기자

'눈여겨봐야 할 선수, 손흥민'을 그린 드로잉은 골을 넣은 후 꽉 쥔 주먹과 꽉 다문 입모양이 인상적이다. 지난 해 6월 코로나19로 인한 공백기를 수술과 기초군사훈련으로 보낸 뒤 맨유와의 복귀전에서 보여준 손흥민의 모습이다.

축구스타는 대중의 아이콘이므로 로즈 와일러의 중요한 작품소재가 됐다. '옐로스트립'이란 제목의 이 연작에는 웨인 루니, 피터 크라우치, 티에리 앙리, 옌스 레만, 호나우지뉴(왼쪽부터)가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고 있다. 서완석 기자

EPL 광팬답게 와일리는 손흥민 외에 티에르 앙리, 호나우지뉴, 웨인 루니 등 EPL을 빛낸 역대 스타들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드로잉했다. 손흥민은 와일리와의 이메일을 통해 "거기에 제가 포함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축구의 어떤 점이 그림의 소재로 흥미로운지 물었다. 와일리는 답은 이랬다.

"축구 선수는 일종의 '신(神)' 같아요. 대중적이고, 누구나 흥미와 친근함을 느끼죠."

로즈 와일리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감성으로 천진난만한 화풍을 선보인다. 일상의 순간들을 비롯해 영화, 뉴스, 광고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받은 영감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그의 2013년작 '노래하는 북한 어린이들'은 주간 '옵저버'에 실린 사진 속 아이들의 모습을 표현했지만 정치적 메시지는 없다고 한다.

2013년작 '노래하는 북한 어린이들'은 신문 사진기사에서 영감을 얻어 그렸지만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한다. 서완석 기자

로즈 와일리는 그림에서 어떠한 메시지를 읽으려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평소 EPL 광팬답게 로즈 와일리는 축구스타들의 다양한 모습을 도로잉했다. 서완석 기자

"그림은 대단한 무언가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림 자체가 메시지입니다. 그림은 그냥 그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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