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탐방]국내 손꼽히는 격파계 女명인… 40년 수련 내공(영상)

위력격파 명인에 오른 태권도 공인 7단 박경희 사범
격파에 대한 이미지 쇄신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격파대회 창설이 꿈
전세계 여성태권도인들에게 봉사하는 꿈에도 도전장


그의 주먹은 힘이 넘친다. 손날은 예리하고 날카롭다. 발끝은 눈이 달린 듯 정확하게 타점을 가격한다.

주먹 격파 시범을 보이는 박경희 사범. 국기원 2019년 격파분과위원회 제공

국내에 몇 안 되는 격파계의 여성 명인 박경희 사범의 위력 격파장면이다. 40년 수련한 ' 태권도 공인7단'답게 그는 준비 자세부터 기를 모아 목표물을 타격하는 타이밍까지 군더더기가 별로 없어 정통 위력 격파의 기본정석으로 통한다.

1972년생으로 우리나이 50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선수로 뛸 만큼 속도와 파워, 모두 전성기 시절 못지않다.

파주 초등학교 3학년 때 발차기에 매료돼 태권도장의 문을 두드린 박경희 사범, 초등학교 6학년에 시작한 선수생활을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는 겨루기 선수로 뛰면서 고양종합고등학교출신 첫 여자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출전한 월드컵 태권도에서 3강에 들어 대통령 표창을 받은 기록을 갖고 있다. 2006년에 격파의 신세계에 눈을 뜨면서 격파선수로 활약하게 됐다. 2014년부터는 시니어 부문의 간판급 선수가 됐다.

2017년 춘천코리아오픈 국제태권도대회에서 손날격파에 도전하는 박경희 사범. 박경희 제공

2017년과 2019년 세계태권도 한마당 시니어 마스터부문 발 격파 2연패를 했고 2017년 춘천코리아오픈 태권도에서는 여자 손날격파 동메달을 거머쥐기도 했다.

2019년에는 국기원의 격파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격파 시범 단골 교관으로 나서기까지 했다. 현재는 20여 년 간 운영하던 태권도장까지 문을 닫고 격파 명인들의 모임인 "풍운지회" 사상 최초로 여성회장을 맡고 있다.

2020년 11월 격파명인들의 모임인 '풍운지회' 4대회장에 취임한 박경희 사범. 한국태권도 신문 캡처

격파계의 오랜 숙원인 정통 위력격파의 체계를 제대로 잡자는데 우먼파워(Womanpower)의 추진력을 보태기 위해서다.

금쪽 같이 아끼던 의왕시와 금촌의 도장 키(key)를 넘길 정도로 무도 태권도의 위상을 지켜가는 작업에 그의 태권도 인생을 걸고 있다.

태권도를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얻게 된 박 사범은 코로나 19의 어려운 시기에도 목표를 향해 줄기차게 도전하고 있다.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일일이 도장을 찾아 관장들과 개별 면담을 하고 있다.

격파의 특성상 수련을 게을리 하면 제 기량을 보여주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후배들의 수련의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특히 2014년 왼쪽 팔꿈치 수술을 하고 올해 초에는 어깨수술을 할 정도로 오랜 단련으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해야 할 일은 꼭 해야만 하는 그의 근성 때문에 '쉼표'가 없다.

또 격파는 능력 이상의 무리한 도전만 절제한다면 청소년기에 필요한 집중력과 인내력을 키우는데 효과가 높은 우리 고유의 수련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위력격파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박경희배 전국 격파대회'를 창설하는 것이 꿈이다.

'고도의 집중력과 인고의 시간을 요구하는 자아수련의 정신철학이자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는 무소유의 무도철학이 격파' 라는 깨달음을 얻는 수련생이 많아질수록 우리사회에 필요한 건강한 정신 인구도 늘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박경희 사범은 대한태권도협회 등의 품새 상임심판으로 무예문화원에서는 격파심판으로도 활약하면서 또 다른 꿈에 대한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세계 여성 태권도인들을 위한 봉사를 실현하는 것, 시합에 나선 선수들의 동작을 하나하나 살피고 승패를 접하는 선수들의 자세를 보면서 태권도의 진정한 공유가치가 무엇인지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스스로 찾아 정리한 공유가치에 40년 수련한 내공을 얹는다면 각국 여성들에게 더 많은 태권도의 매력을 전파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갖고 있다.

멋진 발차기에 끌려 도장을 찾은 10대 소녀가 50대의 격파의 명인으로 자리잡기까지 태권도는 박경희 사범에게 끝없이 노력하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주특기인 발차기 시범을 보이는 박경희 사범. 박경희 제공

그 가르침에 따라 '위력격파'의 꽃인 완파를 위해 오늘도 발차기는 나이를 거슬러 더욱 높아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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