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K6리그 2라운드 경기 전 단체사진. 팀 제공"곧 죽어도 풋플러"
2019년 K6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장난처럼 시작된 이야기다.
당시 인기 있던 넷플릭스의 잉글랜드 프로팀 선덜랜드AFC의 뒷이야기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의 아류작을 만들어 보자는 농담에서부터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
실제로 풋플러FC는 다큐멘터리 속 선덜랜드와 닮은꼴이다.
그들은 2019년 K6리그에 참가하여 현재까지 강등권에서 허덕이며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으나 매경기 최선을 다하고 포기하지 않는 투지를 보여준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던 일을 다 제쳐두고 축구를 하러 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결혼, 육아, 직장 등의 이유로 선택의 순간이 오기 마련이지만 풋플러FC 선수들은 팀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없던 시간도 만들어가며 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훈련 사진. 팀 제공풋플러FC에게도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다.
올해 전력보강을 통해 개막전 K5에서 내려온 곰두리FC을 상대로 선제골까지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만만하다고 생각했던 상대들, 데이터상으로 이겨야 했던 상대들에게 연달아 패하며 선수단 내에서 위기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시즌 시작 전,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프로젝트 '곧 죽어도 풋플러'가 점점 힘을 잃으며 유튜브 활동도 멈춘 상황. 이에 더불어 일상과 육아에 지친 윤성구 감독은 7월 되기 직전, 풋플러 운영진들에게만 조용히 감독직 사임을 선언했다.
그렇게 지난 4일,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팀인 한국체육대학교 태풍과 맞대결을 가졌다.
윤성구 감독도, 선수들도 별다른 기대 없이 임했던 경기였다. 그러나 결과는 풋플러FC의 극적인 역전승.
경기가 끝난 후 윤성구 감독은 눈물을 보였다. 감독의 사임 계획을 전혀 모르고 있던 풋플러 선수들은 그저 감격의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사실 윤성구 감독의 눈물은 첫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선수들에게 도저히 사임 발표를 할 순 없다는 미안함의 눈물이였던 것.
올해 초 선수들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팀의 이상향과 목표를 정리했다. 팀 제공주장 정홍섭은 "감독님께서 지금은 사임을 미루셨지만 나중에 혹시 자리에서 내려오신다 하더라도 첫 승리 이후 팀원들이 자신감을 되찾아 더욱 돈독해졌기 때문에 모두 하나로 뭉쳐 계속해서 풋플러의 이야기를 적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 시즌이 끝난 후 운영진을 대거 교체해 앞으로의 방향성을 신중히 결정할 것" 이라는 계획을 밝히며 "아직 팀 리빌딩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풋플러가 내년에도 그 누구보다 즐겁고 재미있게 축구를 할 수 있게끔 토대를 다시 쌓을 것을 자부한다"고 말했다.
특히 "올 시즌은 4팀까지 강등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강등권이 아닌 6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라는 포부를 전했다.
위기를 극복의 순간으로 만들어 낸 '풋플러FC,'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쓰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