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可타否타]도쿄올림픽 펜싱, 우리만 태극마크 없는 '웃픈' 이유… "특수 페인트 없어"

특수 페인트 없는 국내현실에 코로나 19 겹쳐 출전국가 이미지 도색 포기
최첨단 인공지능시대에 가려진 우리 스포츠산업의 어두운 면

도쿄올림픽 펜싱경기. 대한민국 선수 마스크(사진 왼쪽)에는 태극마크가 없는 반면 미국선수의 경우 성조기 마크가 선명하다. 동규 기자

이번 도쿄올림픽 펜싱 경기를 보던 시청자들이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선수들의 마스크에 태극마크가 없는 것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내고 있다.

자국을 상징하는 이미지 마스크를 쓰고 나온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민짜 형'이다. 중계화면을 지켜 본 팬들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왜 우리선수들은 태극 마스크를 안 썼지?" 라며 의아해 하고있다.

이들은 SNS에 "포스 있고 멋졌는데", "국기 그려진 거 간진데" 라거나 "지금은 안 이럼" 이라며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의 마스크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아쉽다는 반응 속에 이유를 찾아보지만 똑 부러지는 답은 없다.

팩트 체크를 위해 펜싱 관계자들에게 확인해봤다. 답은 너무 간단명료했다.

대한펜싱협회는 노컷스포츠의 관련 취재에 "특수 페인트가 없어 이번에는 마스크 도색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최첨단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 중의 하나라는 나라에서 그럴 수 있냐는 반응에 "처음 알게 됐지만 우리나라 펜싱 장비산업의 현실" 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또 '선수들을 위한 결정' 이었다며 부연설명도 했다.

국내에는 펜싱 마스크에 이미지를 그릴 특수 페인트가 없다. 펜싱관련 산업이 발달한 나라에 가서 도색작업을 해 와야 하는데 코로나 19의 특수한 상황이라 장기간이 걸려 포기했다는 것.

"아무 페인트나 칠하면 장비 검사에서 실격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같은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내려진 조치" 라고도 했다. 실제로 정품 페인트를 쓰지 않아 문제가 됐던 사례도 들려줬다.

검증되지 않은 페인트로 인해 점수판에 불이 들어오도록 하는 전기신호의 센서(sensor)가 작동하지 않아 출전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펜싱선수 출신의 한 원로도 "마스크 내부는 검정색으로 되어 있어야 시야 확보가 가장 잘 된다", "도색이 잘 못돼 다른 색이 내부로 스며들어 오거나 번져있으면 눈앞이 어른거려 상대선수의 동작을 정확하게 볼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마스크 도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한 블로그에는 이번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위해 펜싱 마스크에 도색을 해주었다는 글과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도쿄 올림픽 경기일정상 펜싱종목보다 늦게 경기에 출전하는 근대5종 선수들이 쓸 마스크였다. 대한근대5종연맹도 도색 사실을 확인해줬다.

태극이미지를 도색한 근대5종의 펜싱마스크. 대한근대5종연맹 제공

"우리나라에 없다던 특수 페인트를 어떻게 구했냐?"는 질문에는 "종목 특성상 일반 페인트로 칠해도 문제없다"는 답을 했다. 물론 선수들의 경기력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번짐 현상' 등을 철저히 통제했다고도 밝혔다.

또 에페, 사브르, 플뢰레 등 세부종목으로 구성된 펜싱과 달리 근대5종에서는 '에페'로만 겨루기 때문에 장비기준이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즉 상체중 팔과 머리 제외한 몸통만 공격하는 플뢰레와 팔과 머리를 포함한 상체를 모두 공격하는 사브르는 전기 센서(sensor)가 부착된 메탈 자켓(metal jacket)을 입고 경기를 한다.

따라서 메탈 자켓에 있는 금속으로 된 부분만 유효 점수가 되며 그 외 부분을 찌르면 전기 심판기에 무효램프에 표시가 뜬다.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의 어디를 공격해도 점수가 올라가는 '에페'는 공격 범위를 한정시켜 주는 "메탈 자켓"을 따로 입지 않는다. 바로 이런 펜싱의 세부종목별 특징 때문에 근대5종에 들어있는 '에페' 경기에서는 다른 장비기준이 적용되는 것이다.

펜싱에서만 99개의 메달을 딴 전설의 검객이 있는 나라, 올림픽무대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온 국민과 감동을 나누는 나라, 하지만 그런 나라를 지탱해주는 국내 스포츠 산업의 현실은 여전히 영세하다.

젊고 미래의 희망이 가득한 선수들에게 언제쯤 간단한 장비 하나 마음대로 챙길 수 있는 시대가 올지? 최첨단 인공지능시대에 가려진 우리 스포츠산업의 어두운 면이 유독 어둡게 다가오는 도쿄올림픽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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