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선수를 격려하는 김동영(가운데) 코치. 서완석 기자과거에는 엘리트 선수들이 전수받던 고난도 기술을 일반 동호인들도 학원에서 배우는 시대가 도래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플레이B 야구아카데미.(실내야구연습장·플레이B)
‘플레이B’에는 다양한 야구동호인들이 찾아온다. 야구를 좋아하는 7세 어린이부터 40∼50대도 있다. 리틀야구와 중고생 현역 선수들도 있고, 여성 일반인들도 있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으나 330.5㎡(100평) 규모의 ‘플레이B’는 찬 기운이 돌 정도로 냉방시설이 잘 돼 있었다. 문득 고교시절 뙤약볕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연습하던 같은 반 야구선수들의 까만 얼굴을 떠올리니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1년 터울인 김동영(오른쪽) 동빈 형제의 고교야구선수 시절. 김동영 제공‘플레이B’를 운영하는 김동영(31)·동빈(30) 형제는 쌍둥이로 착각할 만큼 닮았다. 프로야구 선수이던 아버지를 롤모델로 초중고에서 엘리트 야구선수를 했던 형제는 프로야구 삼성과 한화에 각각 지명돼 1군 선수를 꿈꿨다.
1980년대 중후반 삼성에서 3루수로 뛰던 아버지(김용국)을 닮아 꽤 재능 있는 유망주였던 이들은 결국 1군으로 승격하지 못하고 이른 나이인 20대 중반 은퇴했다.
2015년 외삼촌이 사는 캐나다로 떠났던 형 동영은 밴쿠버 캐필라노 대학에서 마케팅과 비즈니스를 공부했지만 야구를 떠날 수 없었다. 현지에서 야구 레슨도 하면서 결혼까지 했던 그는 2018년 국내로 들어와 야구 레슨에 매진했다. 석촌동 ‘플레이B’는 서울 개포동에 이은 2호점이다.
동생 동빈도 은퇴 후인 2016년 캐나다로 떠나 캔쿠버 VCC 대학에서 취미이던 프랑스 요리를 전공했다. 호텔 요리사로 있으면서 결혼했던 그는 지난 해 귀국, 형과 함께 야구 레슨에 뛰어들었다.

리틀야구 훈련생들과 함께한 김동영(왼쪽), 김동빈 형제. 서완석 기자‘플레이B’에는 리틀야구 선수 등으로 활약 중인 초등생 20여명, 사회인 야구 동호회원 50여명 외 중고 엘리트 선수 10여명이 엄격한 시간제로 나뉘어 훈련하고 있다.
현역 선수가 찾아오는 이유는 학교에서 모자라는 훈련량을 채우기 위해서다. 학생 선수도 일반 학생처럼 정규수업을 다 받고 훈련해야 하는 현실에서 기본기 습득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부족하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학부모들이 택한 방법이 바로 실내연습장에서 개인 레슨을 받는 것이다. 영어, 수학 등 일반 학생의 과외와 다름없다. 사회인 야구 동호인들도 개인 훈련을 위해 실내연습장을 찾는다. 타격, 수비, 투구훈련과 심지어 개인 체력훈련도 시켜준다.

함께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김동영(왼쪽) 동빈 형제. 한 명의 피교육생도 두 명이 함께 가르친다. 서완석 기자김동영·동빈 형제는 프로선수 시절 익혔던 훈련 노하우를 피교육생에게 아낌없이 전해준다. 물론 몸 상태나 체력 등을 감안한 철저한 맞춤형 훈련이다.
때마침 개인 체력훈련을 하던 미국 UCLA 재학생 이성영 씨는 “야구가 좋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는데 우연히 ‘플레이B’를 알아 3개월째 다양한 기술을 배우고 있다”면서 “투수가 전문이라 복학하면 동호인팀에서 훨씬 달라진 투구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플레이B 야구 아카데미의 리틀야구 선수 슬라이딩 캐치 훈련. 안전을 위해 개인 매트를 이용한다. 서완석 기자광진구 리틀야구팀 선수로 활약 중인 한성목 군의 어머니 박은희 씨도 아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이면 핸드폰을 끼고 사는데 쟤들은 핸드폰조차 없고, 야구만 하면 저렇게 즐거워 한다”면서 “프로야구 출신 코치들과 연습한 지난 1년간 실력이 엄청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3명의 리틀야구 선수 훈련 모습은 실제 야구경기에서 있을 법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었지만 분위기는 삼촌과의 공놀이처럼 활기찼다.
김동영·동빈 형제는 지도자나 선수가 함께 즐거워야 훈련효과가 크다는 지론이다. 과거 권위주의적 훈련법은 이제 통하지 않는 시대라는 것이다.
동영 씨는 “가르칠 때 소통을 잘 하려고 한다. 그래야 피드백도 잘 되고 친구처럼 친해져야 훈련효과도 크다”고 말한다.

선수들과 훈련을 함께 하는 김동영, 김동빈(오른쪽) 형제. 서완석 기자‘플레이B’의 장점은 이들 형제 2명이 한 조가 돼 가르친다는 점이다. 한 명이 배워도 피교육생 입장에서는 두 명의 코치에게 배우는 것과 같다. 또 아직은 젊은 코치여서 본인들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고 피교육생과 함께 뒹구는 점이 다르다.
내년에는 캐나다 유학 경험을 살려 훈련 시 영어로만 하는 유소년 반을 시작해볼 계획이다.
레슨비는 일반인의 경우 1시간 레슨에 6만원, 4∼6명이 그룹으로 할 때는 월 36만원이다. 고급 스킬을 배우는 엘리트 선수는 10회 120만원이다. 외부코치가 자신들의 학생을 데려와 가르칠 때는 장소 대여료를 받아 이 또한 짭짤한 수입이 된다.
동생 동빈 씨는 “현역 선수들을 가르칠 때는 야구 선배로서 후배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한다”면서 “이들이 훗날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제가 못 다한 꿈을 이뤄주면 더욱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