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可타否타]태권도, 도쿄(東京) 올림픽서 적극적으로 운명 개척해야

안방 텃세 가라테 도전 직면한 태권도에 '퇴출 위기론' 불거져
태권도, '혁신 아이콘' 자신감으로 변화 물결 거부한 가라테 도전 물리쳐야

2020 도쿄(東京) 올림픽에서, 한국은 남녀 각 3체급씩 6체급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6명의 '올림픽 전사'는 - 사진 왼쪽으로부터 인교돈(+80㎏), 이대훈(-68㎏), 장준(-58㎏), 심재영(-49㎏), 이아름(-57㎏), 이다빈(+67㎏) - 한결같이 개가를 올리겠다는 투지를 불태운다. 대한민국태권도협회 제공

마침내 2020 도쿄(東京) 하계 올림픽이 열린다. 코로나 19의 광풍(狂風)에 휘말려 개최 강행이냐, 또다시 연기냐, 아니면 아예 취소냐 속에서, 오랜 시간 설왕설래 끝에 막이 오른다.

그러나 대회가 원만하게 치러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 8일 개막(7월 23일)을 불과 보름 앞두고 내린 수도권 경기장 무관중 경기 결정은 이런 불투명성을 더욱 짙게 한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42개 경기장이 대부분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사실상 사상 초유의 '무관중 올림픽'인 셈이다. "저주받은 도쿄 올림픽"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어쨌든 올림픽은 전 인류가 사랑하는 스포츠 대축제다. 따라서 1년이 연기되며 말 많고 탈 많았던 이번 올림픽이긴 해도, 뜨거운 경쟁이 펼쳐질 33개 종목 모두엔 나름대로 뜻깊은 무대가 되리라 보인다.

'국기(國技)' 태권도엔 더욱 그렇다. 올림픽 마당에 계속 남을 수 있을지, 아니면 쫓겨서 물러날 수밖에 없을지가 가려지는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 적지에서 가라테 도전장 받은 태권도의 운명은?… 생존과 퇴출의 갈림길

2016 히우(리우)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급 준결승전에서, 오혜리(한국·왼쪽)가 파리다 아지조바(아제르바이잔)의 머리를 공격하고 있다. 이 체급에서, 오혜리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WT 제공

태권도는 2000 시드니 대회 때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시행된 이래 2004 아테네→ 2008 베이징(北京)→ 2012 런던→ 2016 히우 지(리우 데) 자네이루 대회를 거치며 성장을 거듭했다.

시범 종목으로 열린 두 번의 대회(1988 서울-1992 바르셀로나)까지 일곱 번 올림픽 무대에 오르며, 태권도는 으뜸의 세계 무도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은 아시아(43)·유럽(55)·아프리카(52)·판아메리카(45)·오세아니아(19) 등 5개 대륙 연맹에 214개 회원국을 거느린 매머드 국제 경기 단체로 컸다. 회원국 수에 있어서만큼은 지구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구를 관장하는 FIFA(211개국)를 뛰어넘는다. UN(국제연합·195개국·참관 회원국 포함)엔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선다.

그런데도 올림픽에서, 태권도는 그동안 존속인가 퇴출인가 운명의 기로에서 허덕여 왔다.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는 '올림픽 퇴출론'에 시달린 WT는 활로를 찾으려 고심했다.

올림픽 무대에 계속 오르려는 WT의 노력은 전자호구 도입으로 어느 정도 결실을 봤다. "불공정한 판정이 난무한다."라는 비난을 불식할 수 있었던 쇄신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권도가 퇴출의 늪에 빠질지 우려하는 시각은 2020 올림픽을 앞두고 일부에서 다시 불거졌다. 이번 올림픽이 일본, 그것도 심장부인 도쿄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선, 태권도와 유사한 격투기인 가라테(空手·唐手)가 채택돼 올림픽 무대에 처음 오른다. 일본이 개최국으로서 지닌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한 데서 비롯된 첫선이다.

일본은 가라테의 성공적 올림픽 데뷔를 위해 한 걸음 더 나갔다. 세계 무도계를 이끄는 태권도를 의도적으로 차별하려는 몸부림이 역력하게 드러나는 치졸한 움직임을 서슴지 않았다.

태권도는 크게 겨루기와 품새로 나뉜다. 가라테의 가타(型)와 구미테(組手)는 이에 대응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라테는 가타(2개)와 구미테(6개)에 모두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반면 태권도는 겨루기에서만 8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이 벌어진다.

경기 장소와 경기장에선, 더욱 노골적으로 가라테 우대-태권도 박대 방책을 드러냈다.
가라테는 일본 경제·금융·언론의 중심지인 지요다구(千代田區)에 자리한 닛폰 무도관(日本 武道館)에서 열린다. 1964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설립된 닛폰 무도관은 일본 무도 스포츠의 성지다.

반면 태권도는 교외인 지바(千葉)현 마쿠하리 메세(幕張)에서 열린다. 이곳은 컨벤션 센터에 마련한 임시 경기장이다.

경기 일자도 그렇다. 태권도는 초반부(24~27일)에, 가라테는 종반부(5~7일)에 각각 치러진다. 종반부로 갈수록 각축이 치열해지며 열기가 높아지는 점을 충분히 이용하겠다는 포석이다.

◇ 혁신의 태권도, 수구의 가라테 물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져야

2016 히우(리우) 올림픽 태권도 여자 –49㎏급에서 우승한 김소희(한국·왼쪽에서 두 번째)가 영광의 금메달을 깨물어 보고 있다. WT 제공

이런 일본의 속셈에 휘말리지 않고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다져온 위상을 지켜야 한다. 그러려면 태권도가 가라테보다 월등한 무도 스포츠임을 펼쳐 보여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긍정적 평가와 인식을 끌어내야 한다.

태권도는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시대의 변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적응에 힘썼다. 미래지향적으로, 기술과 규정의 변화에 주저하지 않았다. '무도 스포츠의 꽃'으로 올라선 배경이다.

반면 가라테는 전통에 얽매였다. 새로운 물결을 맞이하기를 꺼렸다. 과거지향적으로, 쇄신하려는 노력도 미약했다. '수구적 무술'에 머무르고 있는 까닭이다.

도쿄 올림픽은 태권도엔 전장이다. 가라테의 심장부에서 벌어지는 '운명의 각축장'이다. 비록 직접 접촉하는 겨룸은 아닐지라도, 앞으로 올림픽에서 위상을 가름할 중요한 대회전이다.

올림픽 무대에서, 태권도는 스물한 살의 청년이다. 반면, 가라태는 갓 태어났다.

객관적으로, 승패의 저울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헤아려진다. 그런 자신감으로 태권도가 가라테보다 우수함을 입증해야 한다. 디지털 무도라는 자긍심으로 아날로그 무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라테의 도전을 뿌리쳐야 한다.

양극단은 서로 통한다. 대척점에 있는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다. 위기에 놓인 태권도는 도쿄 올림픽을 '기회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운명을 개척하자.

최규섭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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