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可타否타]사기꾼의 신분세탁에 악용된 '생활체육'

가짜 수산업자, 3대3농구단체 회장을 신분세탁용으로 활용한 의혹
개인프로모터도 단체·리그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국제농구연맹 방침 악용한 듯
대한농구협회, 사태의 심각성 인식하고 농구위한 신중한 대응 모색

가짜 수산업자의 파동이 생활체육까지 흔들고 있다.

정치권과 검찰·경찰·언론 등에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가 한국3X3농구위원회(KXO)위원장을 맡으면서 생활체육까지도 인맥 형성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최동호 스포츠평론가. 유튜브 캡처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장은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모씨는 지난해 5월 생활체육 농구단체인 '한국3대3농구위원회' 취임식에서 정계나 연예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듯한 행사를 치러 주변을 놀라게 했다. 평소에도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는 행보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또 '김모씨가 그런 자리를 탐낸 목적은 신분세탁이다. 체육단체장을 맡게 되면 정치인들과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다. 자신을 공식적으로 권위 있고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포장하기 위한 가장 좋은 기회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현정 앵커의 '사기꾼인지 스포츠계는 몰랐냐'는 질문에는 '기존 대한농구협회장에 취임했다면 어느 정도 검증이 이뤄졌겠지만 비주류라 할 수 있는 신생 생활체육동호인 단체의 회장을 맡았기 때문에 김모씨의 튀는 행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것' 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 농구와는 상관도 없는 사람을 회장으로 앉힌 이유에 대해 최 소장은 "영세한 군소종목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포장해서 접근했을 때 아마 재정적인 수입을 기대하고 영입을 했을 거라고 본다" 며 영세한 단체 입장에서는 김씨 같은 '자칭 재력가'의 접근을 뿌리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봤다.

최소장은 그러나 "김모씨가 3천만원 지원금 약속을 해놓고도 결국 안냈다며 허위 인맥과 재력이 바닥나자 지자체로부터 후원금을 걷어 국제대회를 유치하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8월 26일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3x3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3X3남자농구 8강전 대한민국 대 카자흐스탄 경기에서 안영준이 슛을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3대3농구'는 정식 농구코트에서 하는 5인제 경기와 달리 아파트 단지나 길거리 등에서 간이 농구대를 세우고 3명씩 편을 짜서 하는 농구다.

이처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기 방식에 구장 규격도 비교적 간편하다 보니
정규 대회보다는 농구 동호인들이 거리에서 즐기는 스포츠로 발전했다.

국제농구연맹(FIBA)에서는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치솟는 '3대3농구' 활성화를 위해 개인 프로모터들도 자체적인 기구를 만들고 리그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놓았다.

따라서 가짜 수산업자인 김모씨가 회장을 맡았던 한국 3대3농구위원회는 대한농구협회 산하단체가 아닌 별도의 법인체로 등록해 독자적인 활동을 했다.

매년 자체 리그를 열어왔고 프로농구팀들도 일부 선수를 직접 출전시킬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일부 지방에서는 지역 농구협회와 대회를 공동 주최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2020도쿄올릭픽부터 3대3농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 돼 예전과는 위상도 달라졌다.

사기꾼 김모씨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재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3대3농구에 마수를 뻗친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국제농구연맹의 방침에 따라 한국 3대3농구위원회와 같은 개인 프로모터들의 활동을 제한 하지 못했던 대한민국농구협회(KBA)는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생활체육농구뿐만 아니라 농구계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 한 관계자는 "기자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전화가 오고 있다"며 "손 놓고 있을 수 만은 없어 농구계에 미치는 파장을 분석하고 신중하게 대응을 고민 중" 이라고 말했다.

최소장이 사례로 든 박근혜 정부 때의 승마와 평창 동계올림픽 이권사업 개입, '맷값 폭행'의 주인공 최철원 대표의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당선 등 스포츠 단체가 이권을 위해 이용되는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스포츠계가 더 이상 신분세탁이나 이권 창출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꾼'들의 놀이터가 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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