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탐방]이건희·이재용 지정 캐디 출신 김영미, '마샬캐디' 代母된 사연

김씨, 캐디교육전문 기관인 '한국서비스전문가육성센터' 대표
노동부 인가 최초 캐디교육업체로 사회적 약자 교육
퇴직자, 경단녀 대상 마샬캐디 교육
중국에서 골프장 대표 지낸 이색 경력
"캐디 자세는 골프장 이미지·기능, 태도, 재화 서비스 중 최고는 태도"

중국 광저우 임페리얼스프링스 골프장 총괄매니저 당시 김영미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캐디들에게 직무교육을 시키고 있다. 김영미 대표 제공

"비록 개인사업자이지만 그 골프장 캐디는 골프장을 대표해서 고객들을 맞이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캐디의 자세는 골프장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캐디교육 전문업체인 (사)한국서비스전문가육성센터 김영미 대표는 최근 흥미로운 일을 맡게 됐다.

한국골프소비자원이 모집한 캐디 희망자를 교육해 마샬캐디로 취업시키는 일이다.

마샬캐디는 일반 하우스캐디와 달리 제한된 일을 하면서 적은 캐디피를 받는 직업이다. 희망자는 퇴직자나 경력단절여성 등 사회적 약자가 우선이며 골프를 친 경력이 많으면 교육과 취업이 유리하다.

캐디 출신인 김 대표는 고용노동부에서 인가한 국내 최초의 캐디교육양성 교육기관인 (사)한국서비스전문가육성센터를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캐디교육기관으로는 국내 최고다.

센터가 사회적 협동조합인 만큼 사회적 약자들을 교육시켜 재취업시킨다는 것은 의미가 각별하다.

김 대표는 골프계에서 독특한 이력으로 유명하다. 동래 베네스트 캐디로 사회에 첫발을 대디뎠지만 곧바로 한계를 깨닫고 영어공부에 매달렸다. 10년 뒤에는 칠레 영사관 비서로 전직을 해보니 캐디 생활이 그리웠다.

다시 캐디가 돼 250명의 캐디를 관리하는 캐디 마스터로 승진했다. 그 무렵 골프잡지에서 안양베네스트 골프장 캐디 중에는 40대도 있다는 기사를 접했고, 1996년 안양베네스트로 이직했다. 이때 영어가 그를 살렸다. 삼성그룹 외국인 고객들이 올 때면 그는 전담 캐디가 됐다.

캐디교육전문 ‘한국서비스전문가육성센터’ 김영미 대표. 김영미 대표 제공

그는 이건희 회장 캐디도 했었고, 훗날 이재용 부회장의 지정 캐디로 일했다. 이후 마이다스 골프장에 스카우트 돼 여성 최초 지배인을 하면서 정문 수위를 여성으로 세우는 파격도 시도해봤다.

2000년대 중반 3년간 육아로 현장을 떠났지만 2008년부터 베트남 스카이레이크 골프장 총지배인, 중국 광저우 임페리얼스프링스 골프장 총괄매니저, 중국 완다그룹 백두산리조트 총괄매니저, 중국 오션레이크 골프장 운영본부장을 역임한 뒤 2017년 중국 심양 용산골프장 총경리(대표)로 골프계의 화려한 이력을 이어갔다.

중국 백두산리조트 총괄매니저 시절 김영미 대표(가운데)가 직원들에게 직무교육을 시키고 있다. 김영미 대표 제공

그는 이미 캐디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2006년부터 캐디 교육 전문 업체인 '김영미컨설팅' 회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그는 골프장 현장에서 캐디 교육을 담당하는 마스터 교육에 집중해 지난 5년간 300명의 마스터를 길러냈다. 지난 3년간 교육시킨 골프장 조장들도 1,000명에 달한다. 전국 골프장에는 그가 교육시킨 마스터와 조장들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캐디의 꿈 세계로 날다'라는 책을 써 캐디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그는 책에서 '골프장 사관학교'라 불리는 안양베네스트에서 다양한 VIP를 모신 경험을 살린 자신만의 철저한 서비스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캐디가 갖춰야 할 서비스에는 기능, 태도, 재화서비스 등 3가지가 있어요. 그 가운데 태도 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캐디가 일반적으로 행하는 기능 서비스야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숙달되지만 태도 서비스는 항상 재교육을 받아야 유지되는 것이라며 반복 교육을 강조했다.

재화 서비스란 말은 다소 생소했다.

"어떤 캐디가 그늘집이 쉴 때 집에서 커피와 쿠키를 싸와 고객들에게 대접했죠. 이는 매뉴얼에도 없는 일이었어요. 커피와 쿠키값은 얼마 되지 않지만 고객을 위해 재화로 대접하는 것은 사실은 자신을 위한 재투자와 같은 것이었죠."

이처럼 고객을 가족처럼 기꺼운 마음으로 대할 때 진실된 서비스 정신이 발휘된다고 강조했다.

배트남 스카이레이크 골프장 총지배인 시절 김영미 대표가 가르친 캐디들이 현장 실습을 하고 있다. 김영미 대표 제공

그는 또 비행기 승무원처럼 캐디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인이 되도록 엄격한 직업 마인드를 갖출 것을 주장했다. 캐디와 골퍼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하며,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고객이 요구하기 전에 미리 대처할 것을 강조했다.

또 캐디는 회사의 이미지를 등에 업고 직무에 종사함으로 항상 회사대표라는 생각으로 임할 때 존중받는 직업으로서 캐디를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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