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샬캐디, 수급·수용자 '윈윈'… '경단녀 180만원 소득·골프장은 캐디 수급 원활'

캐디 구인난에 마샬캐디 찾는 골프장 늘어
실습교육장에선 "캐디 근무 자세 집중 교육"
한국골프소비자원에서 수시로 지원자 접수
한국서비스전문가육성센터에서 교육 후 현장 투입

가평 프리스틴밸리GC에서 열린 마샬캐디 교육현장. 피교육생인 원유용(사진 오른쪽)씨가 정자세로 골퍼의 스윙을 지켜보고 있다. 서완석 기자

골프장 캐디가 은퇴자나 경력단절여성(경단녀)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최근 고조된 골프붐에 따라 캐디 구인난이 가중되면서 캐디를 희망하는 은퇴자와 경단녀들도 늘고 있다.

일부 골프장은 이미 마샬캐디, 인턴캐디, 드라이빙캐디 등의 이름으로 이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지역별로는 영남권이 38개소로 가장 많고 수도권 35개소, 충청권 31개소, 호남권 27개소 등이다.

작년 기준 캐디수는 전국 3만 2,000여명이나 코로나19로 인한 내장객 폭증으로 3,000∼5,000명이 모자란다. 게다가 내년으로 미뤄진 캐디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하우스캐디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캐디들이 고용보험을 내게 되면 실질 소득이 20% 가량 줄어들어 캐디 지원자가 감소하는데다 주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받게 되면 캐디 수급이 더울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골프를 잘 아는 은퇴자나 경단녀를 캐디로 활용할 경우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뿐 만 아니라 이들은 팀당 12만∼15만원인 캐디피를 팀당 8만원 가량 저렴하게 받도록 해 내장객들도 만족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마샬캐디도 한 달이면 180만원의 소득이 생기는 구조다.

다만 마샬캐디의 경우 서비스가 일부 제한된다. 마샬캐디는 거리를 불러줄 뿐 클럽은 골퍼들이 직접 챙겨야 한다. 그린에서 볼을 닦고 라인을 맞추는 것도 골퍼의 몫이다.

캐디들에게 모든 서비스를 의존했던 골퍼들에겐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절감되는 비용을 생각하면 만족할 만한 서비스 수준이다. 그것도 불만이면 그냥 하우스캐디를 선택하면 된다.

한국골프소비자원은 마샬캐디 지원자들을 수시로 모집하고 있다. 골프를 오래 친 남녀 은퇴자들이 그 대상이다. 싱글 수준의 골프 실력을 보유한 지원자들은 캐디의 역할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어 소정의 교육으로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

한국골프소비자원은 마샬캐디의 서비스 수준을 표준화시키기 위해 캐디교육 전문업체인 (사)한국서비스전문가육성센터에게 교육을 의뢰했다.

지난 1일 한국골프소비자원에 지원한 마샬캐디 2기 지망생이 교육받고 있는 경기도 가평군 프리스틴밸리GC를 찾아 교육현장을 지켜봤다. 지원자는 5명이었다. 이들은 6월29일부터 이틀간 캐디 기본 서비스 교육을 받은 뒤 이날은 현장 실습을 하고 있었다.

교육은 피교육생 3명이 한조가 돼 2명이 골퍼가 되고 1명이 3홀씩 캐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현장 교육은 (사)한국서비스전문가육성센터 김영미 대표가 직접 맡았다.

김영미 대표(왼쪽)가 피교육생들에게 현장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서완석 기자

김 대표는 “지원자들이 골프를 오래 쳤다고 해도 캐디 역할을 잘하는 것을 별개 문제다. 캐디의 기본 자세는 초장부터 잡아 놓지 않으면 나중에 고쳐지지 않는다”며 매의 눈으로 피교육생들을 지켜봤다.

1∼3번홀은 원유용(50) 씨가 캐디 역할을 했다. 그는 무역회사를 퇴직한 뒤 보험설계사로 있지만 투잡을 뛰기 위해 마샬캐디를 지원했다.

출발 전 원씨가 우렁찬 톤으로 마샬캐디의 역할을 골퍼들에게 고지하는 것으로 실습라운딩이 시작됐다. 마샬캐디는 클럽을 개별적으로 전달하지 않으니 각자가 클럽을 챙기라는 것과 퍼팅라인을 각자가 읽고 볼을 놓으라는 내용이었다. 그 외 직무는 일반 하우스캐디와 거의 동일했다.

김 대표는 캐디의 태도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했다. 짝다리 짚지 않고 항상 고객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세로 꼿꼿이 서 있을 것을 수차례 주문했다.

그는 “캐디의 일반적인 기능은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잘 숙지하게 되지만 봉사 자세는 자주 지적하지 않으면 금방 흐트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출신 피교육생 이규윤(사진 왼쪽) 씨가 라운딩 전 긴장된 자세로 인삿말을 하고 있다. 서완석 기자

두 번째 캐디역을 맡은 이규윤(60) 씨는 교사 출신으로 지난 2월 은퇴했다. 퇴직 후 쉬는 시간이 길어지자 운동도 되고 돈을 벌 수 있는 마샬캐디에 매료돼 지원했다고 한다.

평생을 선생님으로 살아온 이씨는 고객들에게 연신 굽신거려야 하는 캐디에 쉽게 적응이 안되는 듯 했다. 김 대표가 지적하지 않으면 자세가 흐트러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씨는 “평생 길들여져 온 습관이 하루 이틀 만에 바뀌지 않지만 교육을 받으면서 캐디의 몸가짐을 익히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샬캐디 현장 실습을 받고 있는 이규윤(사진 왼쪽) 원유용씨. 이들은 교육이 끝나면 프리스틴밸리GC 취업이 예정돼 있다. 서완석 기자

유일한 여성 지망생은 A씨는 익명을 요구했다. 그는 군 출신으로 싱글골프 실력을 갖췄고, 이미 캐디의 역할을 꿰뚫고 있는 듯 당장 현장에 투입해도 괜찮을 능력을 보였다.

이번에 졸업하는 2기 지망생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프리스틴밸리GC에 취업이 예정돼 있다. 이들은 골프장내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며 일주일에 한번 라운딩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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