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탐방]임윤태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 회장 "장애인 e스포츠도 한국이 종가"

10년간 KeSA 회장으로 열정 불사르며 e스포츠 성장 이끌어
국제장애인e스포츠연맹 창설… 한국, 장애인 e스포츠 종주국으로 자리매김
KPC 정가맹단체 가입, 국제 대회 정례화 등 중·장기 계획 수립… 밝은 미래 꿈꿔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 및 정책적 지원 절실"

임윤태 대한장애인e스포츠(KeSA) 연맹 회장 겸 국제장애인e스포츠연맹(IeSA) 총재는 늘 미소 띤 얼굴로 편안한 느낌을 준다. KeSA 제공

"청소년이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꾸게끔 기능하는 e스포츠(esports: Electronic Sports)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소통의 창이 될 수 있는 한마당이다. 이런 효능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도록 장애인 e스포츠 저변을 확대하는 데 한 톨의 밀알로서 이바지하고 싶다."

확고한 신념이 배어나는 열정이었다. 10년이 넘도록 장애인 e스포츠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온 힘을 쏟아 온 애정과 정성이 엿보였다.

진지하고 차분한 태도와 말 속에선, 화려한 언변의 논리 이상의 설득력이 묻어났다. 장애인 e스포츠의 밝은 내일을 내비치는, 자신감이 담긴 담담한 서술이었다.

'임윤태'와 '장애인 e스포츠'는 "마음과 몸의 함수관계"라고 비유할 만하다. 더불어 지내 온 10년의 세월이 입혀지며 불가분리(不可分離)의 연(緣)이 맺어진 데서 비롯한 표현이다. 장애인 e스포츠 성장의 길에, 그가 존재함은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임윤태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KeSA) 회장의 인생은 두 축 위에서 이뤄진다. 법조인(태정 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과 스포츠 행정가(KeSA 회장)는 삶의 두 얼굴이다.

얼핏 의문이 떠오른다. 두 축 사이에, 평형을 이뤄 나아가게 할 공통 요소가 과연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두 축을 하나로 꿰뚫는다. 법조인으로서 도움이 필요한 이를 대변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활동하던 그가 장애인 e스포츠에 애정을 갖고 심혈을 기울임은 당연한 귀결이다.

◇ 장애인 e스포츠의 불편한 현실 타파 위해 KeSA 수장직 수용

임윤태 회장 캐리커처(정찬민 작). 임윤태 제공

e스포츠는 지식 기반 사회의 새로운 문화 콘텐츠다. 오늘날 건전한 여가문화 조성과 교육적 가치 창출로 청소년에게 꿈을 안기는 사이버 스포츠(Cyber Sports)로 자리매김했다.

1990년대 온라인 비디오 게임 시기를 거쳐 21세기에 들어오며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며 문화의 영역으로까지 격상됐다. e스포츠 관람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3억 8,000만 명 이상(2017년 기준)으로 추산될 만큼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장애인 e스포츠 쪽으로 시야를 넓히면 불편한 사실에 직면한다. 인식 부족→ 유관 단체의 무관심→ 정책 지원 미흡의 악순환 속에서, 장애인 e스포츠는 답보 상태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었다.

"처음 장애인 e스포츠의 현실에 맞닥뜨렸을 때 무척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장애인이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스포츠인데, '무관심 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장애인이 e스포츠를 통해 비장애인과 어울리고 나아가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다해야겠다는 마음이 깊숙한 곳에서 치밀어 올랐다."

임윤태 회장이 장애인 e스포츠계에 뛰어든 배경이다. e스포츠야말로 장애인 치료 및 재활에 뛰어난 효능을 지녔을뿐더러 사회참여 기회를 부여하는 도구로써 작용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가슴속에 움트면서다.

2010년 12월에 열린 KeSA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회장으로 추대된 그는 선뜻 수락했다. 장애인 e스포츠와 함께하는 또 하나의 삶으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2011년 3월, 2008년 출범한 KeSA 제2대 회장으로 취임하며 또 다른 여정이 시작됐다.

◇ 국제장애인e스포츠연맹 창설해 국격 드높여… 개척자 열정, 두 차례 세계 대회 개최로 구현

2011 제주 세계 장애인 e스포츠 대회 개막식에서, 임윤태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KeSA 제공

임윤태 회장에게서 느끼는 첫인상은 안온함이다. 쉰을 넘어선 나이임에도 곧잘 터뜨리는 함박웃음은 순박한 느낌마저 자아낸다.

이런 순진성은 과단성과 융합할 때 더욱 놀라운 힘으로 발현되는가 보다. 그의 강점은 계획을 실현해 나가는 추진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물론 냉철하게 짚은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를 내다본 통찰력이 뒷받침한 밀고 나아가는 힘이었다.

첫걸음부터가 대단했다. 취임 첫해 2011 제주 세계 장애인 e스포츠 대회(IeSMOD 2011 World Championship)를 선보였다. 장애인 e스포츠 사상 전 세계 처음으로 막이 올라간 무대였다. 지구촌 곳곳에서 12개국(대한민국,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미국, 독일, 네덜란드, 폴란드, 산마리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참가함으로써 장애인 e스포츠의 새 지평을 연 축전이었다.

걷어 내면 또다시 드러나는 여러 걸림돌을 헤치고 나간 끝에 올린 결실이었다. 장애인에게 삶의 의욕을 북돋워 줄 장(場)을 만들겠다는 열정과 투지가 없었더라면 허무한 꿈으로 끝났을 도전이었다.

무엇보다도 재원 마련은 벅차고 힘든 난관이었다. 자신의 이름으로 1억 원을 대출받아 대회를 치렀을 정도니 더 말해 무엇하랴.

2011 제주 세계 장애인 e스포츠 대회에서, 경기에 열중하고 있는 선수들 모습이다. KeSA 제공

"어려움을 딛고 성공적으로 막을 내릴 수 있었던 만큼 더욱 보람차고 감격스러웠던 대회였다. 지구촌은 한 가족이라고 말하는 듯 경쟁을 떠나 하나로 어우러져 경기에 열중하는 모습에서 일었던 감동은 지금도 새록새록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 한마당에서, 그는 아주 굵고 깊숙한 발자취를 남겼다. 그가 기획하고 주도해 쌓은 금자탑은 국제장애인e스포츠연맹(IeSA) 창설이었다. 장애인 e스포츠의 비전과 가치를 실현하고 범세계적 발전을 도모할 국제단체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에, 참가국 모두 공감대를 이루고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출범이 이뤄졌다.

"e스포츠는 우리나라가 종가(宗家)라 할 만하다. e스포츠는 한국의 선도 아래 세계적 문화 콘텐츠로 성장·발전해 왔다. 장애인 e스포츠도 매한가지다. 우리나라가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우며 꽃을 피웠다. 개척자의 마음가짐을 다지며 국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왔다는 데에 자긍심을 느낀다."

2014 세계 장애인 e스포츠 대회 폐막식에서, 임윤태 IeSA 총재가 폐회사를 하고 있다. IeSA 제공

그의 자신감은 3년 뒤 또 하나의 작품으로 구현됐다. 이번엔 IeSA 총재로서 선보인 2014 세계 장애인 e스포츠 대회였다. 개최국 한국을 비롯해 미국·베트남·네덜란드 등 11개국이 참가한 이 대회에선, 장애인 e스포츠의 달라진 위상이 확연히 엿보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서울시 성북구청이 후원의 손길을 내밀어 2011 대회보다 한결 알차게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

◇ 중·장기 계획 수립하고 실현의 그 날 향해 열정 불살라

2014 세계 장애인 e스포츠 대회가 끝난 뒤, 대회 조직위원회 임원진과 각국 선수단이 한자리에 어우러졌다. IeSA 제공

"e스포츠는 장애인의 신체적·정신적 능력을 강화하는 최적의 문화 콘텐츠다. 또한, 모두가 어우러져 융화의 힘을 분출할 때 사회 발전이 이뤄진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충족할 잠재력을 갖춘 스포츠다."

임윤태 회장은 장애인 e스포츠를 진작해야 하는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 연장 선상에서, "장애인의 사회참여 의욕을 고취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장애인 e스포츠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맥락에서, 그는 유관 단체와 원활한 공조 체계가 이뤄지지 않음을 아쉬워했다. 장애인 e스포츠가 초창기에 비해 최근 다소 침체된 기미를 띠는 한 원인이기도 하다.

누구보다도 이를 절감하는 그는 대한장애인체육회(KPC)와 한국e스포츠협회가 정형화한 틀에서 벗어나 인식의 외연을 넓혀 장애인 e스포츠를 한 가족처럼 따뜻하게 포용했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KeSA 스스로 힘써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방책도 마련했다.

단기적으로, 올해 안에 KPC 정가맹단체 가입을 꾀한다는 복안을 마련하고 실행 중이다. 이미 행정안전부 지원을 받아 연구 용역 과정을 밟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무척 크다.

이와 함께 대회 활성화에서 중흥의 기운을 찾기 위해 내년 각종 국내외 대회 창설을 목표로 뛰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와 구리시 등 각 지방 자치단체에 제안서를 보내는 등 실현에 온 힘을 쏟으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기적으론, KeSA를 명실상부한 조직체로 만들고 국제 대회를 정례화한다는 구상을 가다듬으며 청사진을 작성 중이다. 국내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축제도 열 생각이다.

끝이 아니다.

"장애인이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경기 방법 및 장애인에게 어울릴 새로운 종목 개발 연구에도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장애인 e스포츠의 밝은 앞날을 염원하며 불사르는 열정이 깃든 그의 발걸음은 오늘도 멈출 줄 모른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