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탐방]태권도 공연예술 전문가 성상희 "아직 태권도 공연은 사생아"(영상)

㈜비가비컴퍼니 성 대표 "태권도 공연은 강렬한 기운이 서려 있다"
15년간 태권도 소재 공연작품 천착
2014년 에든버러 축제에 태권도 작품 출품
국악처럼 정부지원으로 매년 대형 공연물 만들어야


"태권도 공연에는 일반 공연이 줄 수 없는 멋진 요소가 있다. 공연 전반에 태권도 수련자의 강렬한 기운이 서려 있고, 품새의 진지함과 격파의 용맹함은 일반 공연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것이다."

15년째 태권도 공연에 천착해온 ㈜비가비컴퍼니 성상희 대표. 그는 태권도 공연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주)비가비컴퍼니 성상희 대표.

성 대표는 현재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매일 공연되는 '으랏차차 태권도'를 총지휘하고 있다. 이 공연물은 20분에 불과하지만 태권도 종주국에서 펼쳐지는 유일한 상설 태권도 공연이다. 태권도 수련으로 코로나블루 시기를 극복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태권도원 상설 공연장에서 매일 공연되는 '으랏차차 태권도'. 서완석 기자

그는 2019년 11월 대한태권도협회가 주최한 제1회 태권도 시범공연 대회를 진행한 태권도 공연예술 전문가다. 당시 전국 8개 공연 팀에 대학로의 유망한 전문 연출가를 붙여 태권도 공연 예술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대학로에서 잘 나가는 연출자들을 섭외해 태권도와 공연예술을 접목해 보았는데 연극쪽에서 태권도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할 만큼 놀랄만한 반응이 있었다. 1회 대회다 보니 두 달간의 준비 기간이 짧았고, 연출가와 태권도인들간 소통에 문제도 있었다."

성 대표는 태권도에 음악, 안무, 스토리텔링이 가세해 3~6개월간의 준비기간이 주어지면 멋진 공연물이 나올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국악인 출신이다. 국악교재만 48권 집필한 성 대표는 현재 대학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국악 관련 공연을 해오던 그가 태권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5년전 '비가비'란 공연단체를 만들어 홍길동전을 무대에 올리면서다. 탐관오리를 혼내는 홍길동의 활약에 전통 무예 태권도가 흥미로운 수단이 됐다.

2014년 세계 최고의 공연축제인 에든버러 축제에 참가한 비가비. 성상희대표 제공

태권도의 공연예술로의 가능성을 확인한 성 대표는 2011년 태권도와 타악기를 결합한 비가비 넌버벌(Non Verbal) 거리 공연물을 들고 세계최고의 공연 축제인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에 참가했다.

남북 분단 상황을 암시하면서 양자가 서로 화해하고 하나가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내용이었다. 길거리 공연으로 인기 만점이던 이 공연물을 에든버러 10대 극장 관계자가 눈여겨 보고는 2014년 축제에 정식으로 초청했다. 태권도 공연의 작품성과 흥행성을 한꺼번에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2014년 에든버러 축제에서 공연중인 비가비. 성상희 대표 제공

한 달간 전 세계에서 3,000여개의 공연물이 펼친 당시 에든버러 축제에서 비가비는 8개 분야에 10개씩의 공연물이 뽑힌 '픽 오브 더 프린지'에 들었다. 3,000개 중 80위 안에 든 것이다.

그는 태권도 시범과 공연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범은 태권도의 고수가 태권도 고난도 기술을 보여줌으로써 태권도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공연은 태권도를 소재로 한 스토리를 분장과 음악, 조명이 결합한 무대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이라는 것. 따라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태권도 시범 공연'이란 용어는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으랏차차 태권도의 한 장면. 서완석 기자

수많은 태권도 공연물을 지휘한 이 대표이지만 "아직도 태권도 공연물은 사생아와 같다"고 직격탄을 날린다.

태권도인들은 공연물에서 시범 같은 태권도적 요소가 적다고 불평하면서 공연 중 발차기의 난이도가 낮다고 지적한다. 반면 일반인들은 공연적 요소가 부족해 작품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장도 오래 묵혀야 제 맛이 들듯 공연물도 명작이 만들어지려면 적어도 10년 동안 갈고 다듬어야 한다"면서 "매년 새로운 것을 요구하면 명작이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20일 으랏차차 공연을 앞두고 미팅중인 단원들. 성상희 대표 제공

그는 "여전히 태권도 공연의 가능성을 믿는다"면서 "다만 작품당 60분 정도의 긴 호흡을 가진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 공연물로서 예술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일례로 국립국악원의 경우 정부지원으로 흥행과 무관하게 매년 새로운 대형 작품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엄청난 국악발전을 가져오고 있다"면서 "한류의 원조인 태권도도 이같은 대형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야 종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흥행성 있는 태권도 공연 작품을 내놓으려면 현대적 마케팅 기법을 보유한 기획사와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