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스포츠합창단, '사랑의 화음'… "국민 융화 그 날을 꿈꾸며"

스포츠 국가대표 출신들, 하나로 어우러져 국가 발전과 사회 화합 노래
교도소 공연, UN 합창단 합동 공연 등 감동의 무대 빚어내
나눔과 봉사 기치 내세우고 사회의 음지에도 눈길
국민의 안식처로 자리매김할 그 날까지 열정 불사른다는 마음가짐 다져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각종 공연에서, 대한민국 스포츠합창단은 잠재된 재능을 하나로 엮은 화음을 들려줬다. 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임오경 단장이다. 그 오른쪽 옆은 1988 서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경근, 왼쪽 옆은 1996 애틀랜타·2000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심권호다. 대한민국 스포츠합창단 제공

이경근(유도), 임오경(핸드볼), 여갑순(사격), 심권호(레슬링), 여홍철(체조), 김민수(유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계를 주름잡으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였던 스포츠 스타들이다." 가장 먼저 나올 듯한 대답이다.

스포츠에 관심 있는 이라면 한 걸음 더 나가지 않을까? "모두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국위를 선양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인'들이다." 목소리에 힘을 줘 자신 있게 응답할 듯싶다.

이경근(1988 서울), 임오경·여갑순(이상 1992 바르셀로나), 심권호(1996 애틀랜타·2000 시드니)는 금메달을, 여홍철·김민수(이상 1996 애틀랜타)는 은메달을 각각 수확한 바 있다.

끝일까? 또 한 걸음 더 나간다. 곧, 대한민국 스포츠합창단(단장 임오경) 아래서 하나로 응집하는 공약수가 존재한다.

선수 시절 한국 체육 역량 신장과 성장을 위해 땀을 아끼지 않았던 이들의 열정은 오늘날에도 식지 않고 불타오른다. 대한민국의 화합과 발전을 위한 한 톨의 밀알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지며 하나 된 화음을 이루고 들려주려 한다.

◇ 온 국민의 사랑과 성원에 보답하고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밀알

1988 서울 올림픽 30주년 기념 공연 모습이다. 대한민국 스포츠합창단 제공

대한민국 스포츠합창단의 연륜은 짧다. 아직 채 여섯 돌을 맞이하지 못한, 유아기의 나이다. 그런데도 걸음걸음에선, 활기에 가득 찬 생동감이 배어난다.

2015년 9월, 첫걸음을 내디뎠다. 대한민국 군가합창단 홍보대사였던 임오경 서울시청 여자 핸드볼 감독(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의 발상이 단초가 됐다.

"6년 전, 잠실체육관에서 6·25전쟁 65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그때 펼쳐진 군가합창단의 공연에서, 감명을 받고 아울러 모티프(Motif)를 얻었다."

스포츠합창단 창설을 구상한 그는 구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가깝게 지내던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 메달리스트들에게 뜻을 밝혔다.

"스포츠인이 오로지 경기력 증대에만 힘쓸 수 있는 데엔, 경기 성과를 떠나 스포츠와 스포츠인을 사랑하고 성원하는 국민이 있기 때문이다. 그 따뜻한 애정과 격려에 보답하고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해야 함은 스포츠인의 본분이자 사명감이라고 생각한다."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나눔과 봉사의 출범 취지에, 공감대가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같은 맥락에서, 후에 자연스럽게 외연이 넓어졌다. 대한민국을 위해 정열과 투지를 불태운 국가대표 출신에게도 문호를 열었다.

오늘, 스포츠합창단은 태극기를 휘날리며 전 세계를 누볐던 국가대표 출신 35명이 나눔과 봉사의 기치를 표방하고 한마음 한뜻을 이룬 둥지로 성장했다.

◇ 감동과 화합의 무대 빚어낸 눈부신 발자취… '나눔 문화' 확산에도 기여

대한민국 스포츠합창단이 그동안 밟아 온 발자취는 무척 눈부시다. 성가를 드날렸던 스타들이 임오경 단장을 중심으로 융화해 빚어내는 '화음의 힘'은 놀라움마저 자아낸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더 나아가 행복을 안기는 발걸음을 꾸준히 이어 가고 있다.

2015년 11월, 창단 후 2개월 만에 첫 무대에 올랐다. 서울특별시가 기부·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마련한 2015 서울 희망 나눔 콘서트에 출연, 첫출발의 고동을 울렸다. 이 무대에서, 희망 나눔 캠페인 송 음원인 '키다리 아저씨'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달포 뒤인 그해 말, 청주교도소에서 가진 공연은 백미였다. 가수 김장훈이 수용자를 위해 기획하고 펼친 '친구' 콘서트에 출연해 감동의 무대를 빚어냈다.

한국 교도소 공연 역사상 최초의 가수 단독 콘서트였던 이 무대에서, 김장훈과 수용자 중창단 및 밴드와 하나로 어우러짐으로써 연출된, 가슴이 벅차오르는 한순간이었다.

가수 김장훈의 지휘(오른쪽 맨 앞)로 음원을 녹음하는 모습이다. 김장훈은 제1대 지휘자였다. 대한민국 스포츠합창단 제공

2017년 8월, UN(국제연합) 합창단이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펼친 내한 공연을 함께한 추억은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같이 공연하고 싶다는 UN 합창단의 뜻에 따라 이뤄진 무대에서, 분위기가 고조되며 두 합창단은 즉흥적으로 어우러졌다.

청중은 열광의 환호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며 사인볼을 두 합창단이 관객에게 던져 주는 순간엔, 흥분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UN 합창단이 공연을 마치고 돌아간 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하나가 돼 멋진 화음의 무대를 보여 줘 무척 감사하다."라는 편지를 보내왔다.

출범 100주년을 기리며 서울에서 열린 2019 전국 체육대회 개막식에서 선보인 애국가 제창은 뚜렷한 성장이 엿보였던 대목이다. 개막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스포츠합창단이 봉창한 애국가를 들으며 전국 체육대회 100년의 위상과 성취를 느낀다."라고 밝혔을 만큼 튼실하게 자리매김했음을 보여 줬다.

이 밖에도 굵직하고 깊숙한 발자국을 남기며 눈에 띈 공연을 더 찾아볼 수 있다. ▲ 평창 동계 올림픽 마스코트 발표회 ▲ 평창 동계 올림픽 성공 기원 '아라리오' ▲ 1988 서울 하계 올림픽 30주년 기념 '열린 음악회'(KBS) ▲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개촌식 등 다양한 무대에 올라 정성을 다한 화음을 선사했다.

활동의 발길은 음지에도 미쳤다. 소외 계층과 불우 이웃을 찾아 나눔의 손길을 내밀었다. 사랑의 김장 김치 담그기와 온정의 연탄 배달 등 나눔 문화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처럼 왕성하게 펼치는 무대를 보노라면 체육인의 잠재된 다양한 재능을 엿볼 수 있다. 내로라하는 그들이 각자의 스포츠 영역에서만 일가를 이뤘으리라는 생각은 고정관념에 지나지 않음을 이내 깨닫게 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우리네 속담처럼, 이들의 뛰어나지만 산재한 재능을 응집해 '1+1=2+α'의 등식을 누가 만들어 냈는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주인공은 수영 국가대표를 지낸 가수 한수지다. 초대 김장훈→ 2대 노희섭(성악가)을 이어 3대 (부)지휘자로 역량을 뽐내고 있다. 한 달 2회의 부족한 연습량 속에서도 최상의 화음을 끌어내려 온 힘을 다한다.

◇ 온 국민의 안식처가 되려는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올라

공연에 앞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기념 사진을 찍었다. 두 번째 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임오경 단장이다. 대한민국 스포츠합창단 제공

대한민국 스포츠합창단은 국민 정서 함양에 작은 힘이라도 보탠다는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오른다. 또한, 기부와 나눔에도 열정을 쏟는다.

이러한 활동 하나하나가 온 국민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한국 체육인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한다.

"전 단원이 국민에게서 받은 사랑을 돌려 드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나가 됐다. 국민에게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가 노래하고 봉사하려 한다."

임오경 단장의 꿈엔 열망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한결 믿음이 간다. 그들이 꿈꾸는 미래가 곧 현실로 나타날 듯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니, 이미 화사한 장밋빛으로 물들었는지 모르겠다.

■ 대한민국 스포츠합창단

2018 평창 올림픽 성공 기원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대한민국 스포츠합창단 제공

▲ 단장 = 임오경(핸드볼) ▲ 총괄 이사 = 정용준(한국 외국어대학교 겸임 교수) ▲ (부)지휘자 = 한수지(수영) ▲ 단원(무순) = 장윤창·장윤희·장소연(이상 배구) 이경근·김민수(이상 유도) 한현숙·조은희·우선희·최임정·윤현경(이상 핸드볼) 여갑순(사격) 심권호·김민철(이상 레슬링) 여홍철(체조) 송희(리듬체조) 박세우·박혜원·조해리(이상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신숙재·한지은(이상 스키) 안근영·이윤영(이상 아이스하키) 양희연(농구) 손봉각(승마) 하용인·우주연(보디빌딩) 윤영주(골프) 장수영(배드민턴) 현지원(당구) 노현곤(야구) 안국희(탁구) 박재범(네이버 스포츠 아나운서)

※ () 안은 국가대표 출신 종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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