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라운딩의 필요충분 조건… '골퍼 에티켓 + 골프장 노력'

티오프 시간은 티샷을 마치는 시각… 10분전 티잉그라운드 도착
늑장 플레이 막기 위해 멀리건 남발 말아야
벙커 정리, 디봇 보수, 피치마크 정리는 기본

노캐디 라운딩시 타구에 의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서완석 기자

치솟는 골프장 이용료와 캐디 구인난에 맞춰 캐디선택제 혹은 노캐디를 채택하는 골프장들이 늘고 있다. 개인당 최소 3만원의 캐디피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골퍼의 무(無)매너 라운딩으로 경기가 지연되거나, 각종 안전사고가 잇달으면서 골프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셀프 라운딩 혹은 노캐디 라운딩은 골프 대중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골프장측은 경기 지연이나 골프장 훼손을 막기 위한 안전 수칙 준수를 골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춘천 라데나CC의 경우 셀프 라운딩 골퍼들에게 안전 서약서에 사인을 요구하고 있다.

노캐디 셀프 라운딩을 위해 골퍼들이 지켜야 할 매너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티오프 시간 준수를 꼽는다. 많은 골퍼들이 티오프 시간을 티샷을 시작하는 시간으로 잘못 알고 있다.

티오프 시간은 글자 그대로 팀의 마지막 골퍼가 티샷을 마친 뒤 티잉그라운드에서 떠나는 시각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티오프 시간 10분전에 티잉그라운드에 도착해 샷을 준비해야 한다.

셀프 라운딩 골프장에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안내문이 곳곳에 게시돼 있다. 서완석 기자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해서도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골프장 안전사고는 크게 두 가지다. 노캐디 골프장은 카트운행을 골퍼들이 직접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카트 전복사고와 카트 진행 방향에 선 골퍼와 충돌하는 경우다.

또 다른 안전 사고는 타구에 의해 골퍼들이 맞는 경우다. 골퍼들은 동반자가 치는 볼의 진행방향을 항상 주시해야 한다.

뒤팀에서 앞팀이 빠져나가기 전 드라이버샷을 날려 골퍼가 맞는 경우도 있다. 앞팀이 세컨드샷을 마친 뒤 그린으로 갈 때 쯤 볼을 쳐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늑장 플레이는 골프장측에서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하나다. 늑장 플레이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노캐디 골퍼의 상당수가 지켜보는 사람이 없다고 볼을 몇 개씩 치고 나가기 때문이다. 뒤팀이 따라오지 않아 여유가 있을 경우 어쩌다 한두 개 멀리건을 받고 칠 수 있다.

하지만 노캐디 대중골프장을 연습장 정도로 생각하는 일부 골퍼들의 그릇된 인식 탓에 습관적으로 여러 개의 볼을 치는 골퍼가 많다.

노캐디로 운영되는 지산 퍼블릭골프장 1번홀 코스 안내표지판.

지난 달 28일 찾은 지산 퍼블릭 골프장 1번홀에는 아예 '투볼 금지'라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다. 하지만 우리 팀 뒤에 따라오는 2인 플레이어는 공공연히 몇 개씩의 볼을 치고 오는 것이 보였다.

홀마다 각 홀의 특성과 코스 공략법을 상세히 안내하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캐디가 없는 대신 안내판에 적힌 정보를 토대로 골프를 즐길 수 있었다.

시간이 지연되면 수시로 마샬(경기진행요원)이 돌며 "앞에 그린이 비었다"고 독려하고 있었다. 춘천 라데나 골프장은 총 라운딩 시간을 4시간30분내로 끝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늑장 플레이를 막기 위해서는 세컨드샷을 할 때 2~3개의 채를 들고 나가고, 온그린에 실패했을 경우에 대비해 웨지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그린 근처에 갔을 경우 카트 근처에 있는 사람이 동반자의 퍼터를 모두 들고 가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타인을 배려한 동반자들의 팀플레이도 늑장 플레이를 막는 주요한 요소다.

골프장 보수는 골퍼의 가장 기본 매너다. 타인을 위한 배려이고, 골프 대중화를 앞당기기 위한 골퍼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아이언샷으로 떨어져 나간 뗏장을 제자리에 메우는 행위는 기본이다. 그렇지 않으면 디봇이 생겨 다음 플레이어에게 지장을 줄 수 있다.

셀프 라운딩의 경우 그린에서 매우 바빠진다. 그린에 올라서면 그린 위 피치마크(볼 떨어진 자국)를 정리하는 것도 골퍼의 일이다.

카트 안전사고를 우려한 지산퍼블릭 골프장측이 1번홀에 전동카트 사용법 안내판을 세워두고 있다. 서완석 기자

온 그린 후 볼은 골퍼 스스로 닦아야 한다. 그린 경사를 읽은 뒤 퍼팅선에 볼을 놓는 일도 스스로 해야 한다. 홀에서 가장 멀리 있는 볼부터 퍼팅을 한다. 요즘엔 규칙 변경으로 깃대를 뽑지 않고 퍼팅하는 골퍼들이 늘어 깃대를 다시 꼽는 수고가 덜어졌다.

이밖에도 셀프 라운딩에서 흔히 있는 클럽 분실사고도 수시로 골프백의 클럽갯수를 체크하면서 분실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 대부분 뒤팀의 도움으로 클럽을 되찾을 수 있지만 분실을 확인하는 순간 당황해 라운딩을 망치기 십상이다.

벙커 정리는 기본이다. 이같은 에티켓을 지키지 않을 경우 다음 예약 때 제재를 가하거나, 아예 퇴장을 시키는 골프장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서천범 한국골프소비자모임 이사장은 "최근 그린피와 캐디피의 급격한 인상으로 노캐디를 선호하는 골퍼들이 늘고 있다"며 "캐디 없이 저렴하게 골프를 즐기기 위해선 타인을 배려하는 골퍼들과 노캐디제를 정착시키려는 골프장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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