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可타否타]도쿄 올림픽 보이콧은 안된다

도쿄올림픽 보이콧 관련 그래픽. 장윤우 기자 / 사진. 이한형 기자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홈페이지 자국지도에 독도를 표기한 점을 들어 여권을 중심으로 도쿄올림픽에 불참하자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여권 대선주자들이 약속이나 한듯 한 목소리로 일본 규탄에 나섰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 정부에 독도 표기를 즉각 삭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일본이 끝까지 거부한다면 정부는 올림픽 보이콧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히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일본이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로 표기함으로써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면서 "일본이 끝까지 거부한다면 올림픽 불참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3일 대한체육회를 방문해 이기흥,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만나 "독도 논란에 IOC가 안일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권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IOC에 서한을 보내 "독도 표시가 삭제되도록 적극 조치해 달라"면서 "일본이 끝까지 거부하면 올림픽 보이콧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것"을 다짐했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지난 3일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등 여권 국회의원 132명은 독도 표기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일본이 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그려놓은 사안은 몇 백번 지탄 받아도 모자란다. 정치권이 이를 규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와 달리 이중적 태도를 보인 IOC에 대해 항의하는 것도 마땅한 일이다.

평창 때 IOC가 독도 문제를 제기하자 우리는 홈페이지에서 독도를 삭제했고, 한반도기에서도 독도를 뺐다. 올림픽 운동에 정치선전이 개입돼서는 안된다는 IOC 헌장을 준수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반일 움직임과 올림픽 보이콧 문제는 내년 대선을 앞둔 여론몰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반일 이슈를 앞세워 지지층을 결속해 대선에서 유리한 국면을 잡아보려는 의도다. 이번 일본 규탄의 전면에 여권 대선 주자들이 포진하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사실 이번 정권은 위기가 있을 때면 반일 이슈를 국면전환용으로 잘 활용해왔다.

독도 표기 삭제를 요구하면서 올림픽 불참을 들고 나선 것은 아무래도 너무 많이 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자극적인 이슈로 국민적 관심을 끌 순 있지만 명분과 실효성에서 우리가 얻을 건 없을 것 같다.

홈페이지에 독도를 넣은 것은 독도를 분쟁지역화 하려는 일본의 속셈임을 누구나 다 안다. 일본의 독도표기는 스포츠와 정치를 분리하려는 올림픽 헌장을 어기는 것이므로 명분은 우리에게 있다. 이를 바탕으로 스포츠외교를 통해 IOC에 중재요청을 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마침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에는 문체부 차관을 지낸 노태강 대사가 주재하고 있다.

더욱이 올림픽 불참에는 실효성도 없다. 대규모 올림픽 보이콧 사례는 과거 두 차례 있었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LA올림픽이 그것이다. 냉전이 절정에 이르던 당시 동서 양 진영은 세 과시를 하듯 상대 진영 올림픽에 불참해 올림픽 운동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독도 표기를 이유로 한국이 불참한다고 해서 우리와 동참하는 국가가 있을까. 오히려 전략적으로 독도를 국제분쟁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릴 뿐이다. 일본이 끝까지 독도 표기를 고집한다 해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갖는 명분은 현재의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올림픽을 보이콧해서는 안 되는 진짜 이유는 오직 올림픽만 쳐다보며 지난 5년간 훈련해온 선수들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입신양명 뿐 아니라 국위선양을 위해 젊음을 불살라왔다. 때마침 민주당 의원이기도한 전 핸드볼 국가대표 임오경 의원도 올림픽 불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집권여당의 올림픽 불참 주장은 정치적 구두탄이나 엄포로 그치길 바랄 뿐이다. 실리도 명분도 잃을 올림픽 보이콧을 강행할 경우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되는 심각한 누를 범하게 될지 모른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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