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가장 핫(hot)한 격투기다. 실전성이 강한 무술로, 격렬하고 자극적인 스포츠를 좋아하는 MZ세대들의 성향에 딱 들어맞는 스포츠다.
주짓수를 기반으로 한 종합격투기가 TV만 틀면 하루 종일 방영 되는데서 인기를 절감하게 된다.
주짓수는 젊은 세대에게 가장 핫한 스포츠다. 최근에는 초등학생 수련생들도 늘고 있다. 암바 기술을 연마하는 초등학생 수련생들. 이준형 관장 제공 대중적 인기와 달리 모두가 종합격투기 선수가 되려고 주짓수 체육관을 찾지는 않는다. 주짓수에 어떤 매력이 있길래 젊은이들을 현혹할까.
이준형(34·익스트림 컴뱃 대화지부) 관장은 실전성 격투기가 아닌 생활체육 스포츠로서 주짓수의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그는 15세에 복싱과 무에타이에 입문했다. 20세부터 주짓수를 연마했고 종합격투기 선수로도 활동했다. 경기 중 심각한 발목 부상을 입고는 25세에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했다.
이준형 익스트림 컴뱃 대화지부 관장. 서완석 기자 그는 주짓수의 가장 큰 매력에 대해 "몰입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단언했다.
주짓수는 상대를 꺾고, 조르고, 누르고, 메치는 스포츠다. 상대의 작은 움직임에 대해 매순간 집중해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것이다. 집중하지 않으면 상대에게 자신이 당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해 집중하다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성취감과 함께 매사에 쉽게 몰입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이는 컴퓨터 게임에 집중할 때 얻는 쾌감과 다르다. 몸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관장은 "주짓수의 또 다른 매력은 머리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주짓수가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몸의 움직임에 순간적으로 대응해 문제해결을 해야 함으로 끊임없이 머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상대 동작을 예측해 자신에게 유리한 포지션을 선점하도록 선수를 써야 할 때도 있다. 주짓수가 '몸으로 하는 체스'라는 비유가 나온 이유다.
이 관장은 '사회화'란 용어로써 주짓수의 다른 매력을 설명했다.
그는 "주짓수는 혼자서 수련할 수 없다. 상대의 몸을 빌려 하는 운동이다. 상대와 몸을 부딪기며 수련하다보면 상대가 느끼는 두려움, 기쁨, 무기력함, 좌절 등 다양한 감정들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좋은 파트너가 되라"는 수련 지침은 '사회화'를 강조하는 주짓수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다.
이준형 관장 지도하에 2명의 관원들이 스파링을 하고 있다. 서완석 기자 이같은 주짓수는 강점들은 선수생활을 목표로 하지 않는 일반 수련생에게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온다.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면서 상대와 나의 몸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들이 그것이다.
이 관장은 주짓수 수련이 오래 지속되면 삶의 방식조차 바뀐다고 한다. 매사 자신감이 넘치고 상대에 대한 공감능력도 커진다. 체력이 좋아지고, 호신술은 덤이다.
지난 2일 이준형 관장이 있는 익스트림 컴뱃 대화체육관을 찾았다. 주짓수와 무에타이를 함께 수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실 주짓수 수련에는 별다른 도구가 필요치 않다. 매트와 도복, 몸만 있으면 된다. 오후 4시 뜻밖에도 초등생 수련시간이었다. 성인들은 퇴근 후인 저녁 7시에 시작한다.
초등생들은 주로 부모님 손에 이끌려 체육관을 찾는다고 했다. MZ세대인 그들의 부모는 자녀들에게 주짓수, 무에타이를 소개한 것이다.
거의 모든 학부모가 태권도장에 자녀들을 보낸, 앞선 세대들에 비해 선택의 폭이 커졌다. 이들 중에는 태권도 수련을 1년 가까이 하다 주짓수로 갈아탄 방윤하(장촌초등 6년)·윤성(3년) 남매도 있었다.
태권도에 비해 주짓수의 어떤 점이 좋은가 물었다.
방윤하 양은 "태권도는 품새 수련을 하는데 많은 시간 동작을 외야 하는 것이 싫었다. 반면 주짓수는 상대 몸동작에 따라 내 몸이 즉각 반응함으로 훨씬 재미가 있다. 운동효과도 더 뛰어나다"고 말했다.
관원들이 주짓수 수련에 앞서 다양한 동작으로 몸풀기를 하고 있다. 서완석 기자 주짓수 1시간 수련은 몸풀기, 기술 연마, 스파링으로 이뤄졌다. 무에타이 수련도 1시간 이어졌다. 20여분간 이뤄지는 몸풀기는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운동이 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연이어 "힘들어"하며 다음 동작을 준비했다. 바닥에 눕거나 앉은 자세로 빠르게 이동하거나 개구리가 뛰듯 움직이는 자세로 기초체력을 단련했다.
이 관장은 "몸풀기 동작만으로도 자세가 굽은 어린이들의 척추가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관원들이 이준형 관장 지도로 트라이앵글 초크를 전수받고 있다. 서완석 기자 이날 배우는 기술동작은 '트라이앵글 초크'였다.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삼각형을 만들어 그 안에 상대방의 목을 조르는 기술이다.
7~8개의 구분동작을 이 관장이 가르치면 관원들이 2인1조로 짝을 지어 익히는 시간이었다. 10세 전후의 어린이 수련생들은 진지했다. 먼저 익힌 수련생이 후배를 가르치는 경우도 있었다.
2인1조가 된 관원들이 이날 배운 트라이앵글 초크 기술을 연습하고 있다. 서완석 기자 이 관장은 "관장이나 지도자가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련생 상호간에 이뤄지는 학습도 사회성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시작되는 스파링은 실전 자체였다. 이 관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련생들은 자신이 짜낼 수 있는 기술과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데 몰두하고 있었다.
주짓수 수련은 실전에 가깝게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완석 기자 지켜보는 관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다리 바닥에 넘어뜨리고 옆으로", "다리 뒤에 잡고 일어나", "무릎잡고 일어나" 마치 실제 경기 중 작전 지시를 내리는 코치처럼 어린 관원들은 열띤 목소리로 응원하고 있었다. 응원하면서 스스로 익히는 시간들로 보였다.
주짓수 수련 후 무에타이 수련도 함께 하고 있다. 어린 관원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서완석 기자 회비는 3개월에 40만원이다. 10만원 넘는 도복이 제공된다. 주짓수는 1년 정도면 초단을 따는 태권도와 달리 10년은 해야 검은 띠를 맬 수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스승이 인정을 해야 승급을 할 수 있다. 띠는 흰색에서 시작해 파랑, 보라, 갈색, 검은띠로 위로 올라간다. 2년 정도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