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 풋살 폭력사태]"승강전 방식, 폭력 불렀다"… 정규리그 比 압도적 퇴장 수(영상)

'승강전' 한 경기에 4명 퇴장… 정규리그 112경기당 0.07명 퇴장
지난 3시즌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정규리그 퇴장 수 적어
단판 경기로 리그 승격·강등이 결정되는 방식 때문에 경기과열로 폭력 동반
퇴장 4명 경기의 제천FS와 고양불스, 정규리그 28경기에서는 퇴장 전무
풋살연맹 "승강제 운영여부 논의 필요성 있어"

▣영상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 풋살리그 폭력 반칙 천태만상

지난 15일 열린 ‘F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경기가 SNS 등에서 여전히 논란이다.

고양불스풋살클럽과 제천FS의 경기에서의 폭력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

논란의 경기는 30초간 이어진 폭력으로 양팀에서 각각 2명씩 모두 4명이 퇴장 조치됐다.

풋살 FK리그 반칙 통계 그래픽. 장윤우 기자

취재결과 한 경기에 4명의 퇴장 조치 빈도 수는 이번 시즌 리그 전체의 경기당 평균 퇴장 수와 비교할시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1 풋살 경기 규칙서'에 따르면 한 경기에서 두 번째 경고를 받은 경우 외 ▲심한 파울 플레이를 한 경우 ▲난폭한 행위를 한 경우 ▲공격적, 모욕적 또는 욕설이 담긴 언어를 사용하거나 제스처를 한 경우 ▲심판들에 대한 불만·항의적 표현 ▲그 외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적 행동 등에 대해 심판은 퇴장 조치를 내릴 수 있다.

28일 노컷스포츠의 취재를 종합해 보면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이달 9일까지 열린 ‘2020-21 FK 슈퍼리그’의 경우 8개 참가 팀당 14 경기씩, 모두 112 경기가 진행됐다.

112 경기 중 퇴장 조치는 4개 팀에서 8명이 전부였다. 경기당 고작 0.07명의 퇴장이 있었던 셈이다.

2부에 해당하는 '드림리그' 역시 60 경기 중 3명 퇴장이 고작이었다.

2017년부터 치러진 지난 3시즌에서 발생한 퇴장 수도 사정은 비슷했다.

▲2017-2018년 퇴장 수 - 슈퍼리그 90경기 중 3명·드림리그 40경기 중 9명 ▲2018-2019년 퇴장 수 - 슈퍼리그 90경기 중 4명·드림리그 90경기 중 6명 ▲2019-2020년 퇴장 수 - 슈퍼리그 66경기 중 2명·드림리그 66경기 중 1명 등이었던 것.

경기 중 제천FS 최병태가 고양불스 임승주의 골반 부위를 걷어차고 있다(사진 왼쪽), 제천FS 김도환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사진 우측 상단), 최병태가 쓰러진 임승주의 손을 밟고있다(사진 우측 하단). 한국풋살연맹 제공

문제가 된 고양불스풋살클럽과 제천FS의 경기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퇴장 수를 기록한 것은 ‘승강 플레이오프(승강전)’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승강전’은 승격과 강등 사이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각 팀들 간의 동기부여와 발전을 이끌고 경기력에 따라 상위 리그부터 하위 리그까지 리그별 수준을 정착시켜 하나의 체계로 운영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또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재미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궁극적 목적과 달리 막상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은 과열될 수 밖에 없다.

단판 경기로 승리 팀은 1부 리그로 승격되고, 패한 팀은 2부 리그로 강등되는 방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과한 승부욕이 발동, 폭력을 동반한 반칙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다.

실제 4명 퇴장을 불러온 팀인 제천FS와 고양불스풋살클럽의 경우 정규리그 28경기에서는 각각 퇴장이 전무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풋살선수는 “승강전에서 지면 하위리그로 떨어지기 때문에 목숨걸고 경기에 임한다. 페어플레이 보다 이겨야 한다는 목적의식만 작동할 수밖에 없다. 무리한 반칙을 범해도 이기면 1부리그로 간다는 생각을 하게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는 “적당한 조건하에 경쟁은 상대방과 자신의 발전을 위한 상호 호혜적 관계가 되지만 승강전은 다르다. 경쟁 구도를 한층 더 강화시켜 무리한 경기를 하게된다. 지나친 경쟁으로 과열된 경기 분위기에 압도돼 이번처럼 폭력사태가 발생하는 것” 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문제의 경기에서 보듯 폭력이 경기력 향상을 위한 하나의 수단처럼 자리 잡은 것 같아 안타깝다. 성적지상주의의 표본” 이라고 덧붙였다.

3년전에도 폭력사태를 일으킨 제천FS. 한국풋살연맹 제공

풋살 경기가 성적 보다 관중유입을 우선시 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FK리그 최대득점자이자 풋살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최경진 서울은평 감독은 "FK리그에 참가한 팀들은 팀의 성적보다 풋살 마케팅에 적극 뛰어들어 관중을 유입시켜야 한다"며 "사회적 변화를 인식하고 각종 SNS를 통해 풋살 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이 팀의 발전을 이끄는 길"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각 팀의 운영자, 선수들은 팀 성적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 풋살 문화를 만드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부분이 해결되면 FK리그 역시 대중들에게 즐거운 경기 문화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풋살도 관람 스포츠로써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프로축구 K리그 소속 팀들의 경우, 각종 팬 서비스·행사는 물론 SNS를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팀을 홍보하고 팬들을 유입시키고 있다. 이는 관중수입, 유니폼·굿즈 판매, 중계권료 수익 등으로 이어진다.

이와관련, 한국풋살연맹 관계자는 "체계적 운영과 함께 팬들에게 재미요소를 전하기 위해 준비했던 승강제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해 매우 유감" 이라며 "이사회를 통해 승강제 운영 여부에 대해 논의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 보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 박차를 가할 것"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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