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선보인 '테크볼', 생활체육으로 확산되나… 국제무대 단번에 제압

탁구+족구… 축구선수 개인기 향상 목적으로 창안
남녀노소,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어
축구, 족구, 배구, 탁구, 테니스로도 확장 가능

TV 예능프로그램 '뭉쳐야찬다'에서 소개된 테크볼. TV영상 캡처

종합편성채널의 축구 예능프로그램 '뭉쳐야찬다'는 얼마전 이색 스포츠를 선보였다.

이동국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테크볼(TEQBALL)' 훈련법을 전수한다며 탁구대처럼 생긴 운동기구를 공개했다.

탁구대처럼 평평한 것이 아니라 가운데가 볼록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볼을 주고받다 보면 축구 개인기가 향상된다는 것이 이 전 선수의 설명이 있었다.

실제 '테크볼'은 이미 세계적인 축구클럽에서 훈련 및 몸풀기용으로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은 손흥민과 케인, 모우라, 다이어 등이 '테크볼' 경기를 펼치는 장면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브라질 대표팀이 '테크볼' 경기를 하면서 몸을 푸는 모습이 영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토트넘의 손흥민(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이 동료들과 테크볼을 즐기고 있다. 토트넘TV 캡처

탁구와 족구를 합친 것 같은 '테크볼'은 간단한 경기규칙 때문에 전문 선수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어 생활체육 영역으로 확산될 여지가 크다.

경기규칙은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다. 볼을 바닥에 떨어트리지 않고 3번 만에 상대에게 넘기되 손과 팔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또 같은 부위를 연속으로 사용해서도 안된다.

다시 말해, 모든 신체부위를 골고루 사용해서 넘겨야 한다. 이는 처음 고안 당시 축구 개인기를 발전시킬 의도에서 이 테이블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가운데가 둥글기 때문에 볼이 바운드된 뒤 반발력이 감소하고, 볼 속도와 각도마저 줄어 상대가 받기 용이하다. 따라서 남녀노소는 물론 휠체어 장애인들도 경기가 가능할 정도다. 축구볼보다 조금 가벼운 전용볼도 있지만 축구볼을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

공간의 제약도 없다. 탁구는 바람 부는 실외에서 게임이 힘들고, 족구는 꽤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테크볼'은 좁은 실내는 물론 바람 부는 실외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다. 평소 테이블을 접어두면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경기는 개인전과 복식전 2가지가 있다. 1세트 당 20점, 3세트 경기로 펼쳐지고 4득점마다 서브권이 바뀐다.

테크볼 복식경기. 대한테크볼협회 영상 캡처

'테크볼'은 이미 2017년 제1회 월드컵이 헝가리에서 열렸고, 2회 대회는 프랑스에서 개최됐다. 57개국이 출전한 3회 월드컵은 2019년 헝가리에서 다시 열렸다.

'테크볼'은 헝가리에서 처음 개발됐다. 은퇴한 헝가리 축구선수 출신 가보르 보르사니가 개인기 향상을 목적으로 곡선의 '테크볼' 테이블을 개발했다.

현대 축구가 빠른 속도의 조직력을 강조하면서 선수 개인기량을 발전시킬 훈련시간이 적다는데 착안한 것이다. 지금도 전용 공인 테이블은 헝가리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200만~300만 원에 달해 보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 보급은 2015년 코엑스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포럼에 참석한 헝가리 대표가 분당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에게 한국에 '테크볼'을 보급할 인사 추천을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소 목사는 같은 교회 장로이자 유도 국가대표 출신 유송근 용인대 객원교수를 추천했다.

이후 국제연맹의 인준을 받은 유 교수는 2018년 13개 시도 협회를 결성하면서 대한테크볼협회 초대 회장이 됐다. 2019년에는 전국 17개 시도 협회를 결성했고, 지난 해 10월에는 대한체육회로부터 인정종목으로 승인받았다.

테크볼은 변형된 테니스 경기로도 즐길 수 있다. 대한테크볼협회 홈페이지

'테크볼'의 장점은 다양한 확장성에 있다. 테크볼 테이블에 볼과 라켓을 달리하면 축구 외에 변형된 배구(테크발리), 탁구(테크퐁), 테니스(테크니스) 경기도 치를 수 있다.

이들 경기의 장점은 격렬하지 않고 긴 랠리를 이어가면서도 부상 위험이 적다는 것이다. 또한 공간의 제약 없이 축구를 포함한 다양한 경기의 장점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한국은 테크볼을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족구가 전국적으로 보급돼 있어 생활체육으로 쉽게 파고들 여지가 많다. 지난해 1월 중국 샤먼 챌린지컵 국제대회에서 단·복식 3위를 차지할 만큼 단번에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같은 성적은 아시아 1위에 해당한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승인종목인 '테크볼'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