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체험]이색 경험 안겨준 軍골프장… 노캐디 라운딩

군 골프장, 저비용 알뜰 골퍼들에게 인기 몰이
전국 30곳 군 골프장 부킹, 하늘의 별따기
민간 골프장의 30% 이하 비용으로 18홀 즐겨
노캐디는 선진국형 골프 대중화의 첫 걸음

노캐디제는 모든 샷 준비를 골퍼 스스로 해야 함으로 신경쓸 일이 많다. 서완석 기자

골프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알뜰골프를 원하는 골퍼들의 군(軍) 체력단련장(골프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국에 산재한 군 체력단련장은 30곳. 비슷한 성격의 경찰 체력단련장까지 합하면 32곳이다. 이들 골프장은 군인과 그 가족, 예비역 외에 일반인들도 라운딩이 가능하다. 거의 대부분 9홀 골프장으로, 인터넷을 통해 신청을 받는다.

14곳을 운영하는 공군 체력단련장의 주중 일반인 그린피는 5만2,000 원∼8만2,000 원이며 카트피는 1만2,000 원∼2만 원이다. 캐디를 원하면 팀당 12만 원이다.

따라서 주중에 일반인이 노캐디로 라운딩할 경우 최저 6만4,000 원이면 9홀 두 바퀴를 돌 수 있다. 일반 골프장의 30%도 안되는 비용이다.

지난 5월 중순 원주 공군비행장 체력단련장을 찾았다. 군 골프장은 저렴한 비용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동반자 가운데 어렵사리 관문을 뚫은 분은 20여 차례 신청 끝에 겨우 당첨됐다고 한다. 그 분의 경험에 따르면 ‘신청횟수 마일리지’ 같은 게 있어 오랫동안 공을 들어야 선정될 수 있다고 한다. 애초 좋은 라운딩 시간을 기대하면 안된다.

다소 이른 오전 7시 티업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새벽 4시 20분 집을 나서야 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주차장은 절반 이상 차 있었다. 등록시 각자 부담한 비용은 그린피 6만2,000 원과 카트피 1만8,000 원 뿐이었다. 인터넷 신청 당시 노캐디를 선택했으므로 캐디피 3만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출발전 골프장 관리원은 우리 일행 중 전동카트 운행 담당자를 지정해 상세한 지도를 해줬다. 카트에는 골퍼는 탈 수 없고 4개의 골프백만 실을 수 있었다.

따라서 골퍼는 18홀 내내 걸을 수 밖에 없어 운동효과가 크다. 군 골프장의 공식 명칭이 체력단련장인 이유다. 카트는 지정된 코스를 자동으로 운행하며 골퍼는 필요할 때 원격 조종으로 세우거나 출발시킬 수 있었다.

군 골프장은 체력단련장이란 취지에 맞게 카트에는 골프백만 싣는다. 서완석 기자

원주 체력단련장 코스의 페어웨이와 그린 상태는 웬만한 회원제 골프장 못지않았다.

좌우 폭은 넓어 마음 놓고 지를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9홀에 15만평 규모여서 군 골프장 가운데 최고 면적을 자랑한다고 한다.

출발은 5번홀부터 했다. 아마 몇 팀이라도 더 받아 수익을 올리려는 골프장의 고육지책으로 보였다.

아웃코스는 붉은 색 티박스, 인코스는 노란색 티박스를 사용해 9홀 두 바퀴 돌 때의 지루함을 다소 덜었다. 1번홀(파5) 아웃코스는 전장 512m에 달했고, 9번홀(파3) 아웃코스는 172m로 길었다.

골프 선진국들과 달리 캐디 없이 골프 치는 것은 국내에선 색다른 경험이다.

그동안 남은 거리를 불러주는 것과 클럽 선택, 골프백에 클럽을 다시 넣는 일은 캐디의 몫이었다. 카트 운전도 캐디가 했다.

그린에서는 캐디의 일이 더 많다. 4명의 볼을 닦아주고 퍼팅선에 맞춰 볼을 놓아준다. 잘못 쳐 홀컵을 벗어나면 캐디 탓이라고 투덜대는 소리도 참아내야 한다. 지금은 룰이 바뀌어 깃대를 거의 뽑지 않지만 깃대를 뽑고 꼽는 것도 그들의 일이었다.

캐디없이 라운딩을 할 경우 클럽분실에 유의해야 한다. 서완석 기자

하지만 캐디가 없으니 모든 것이 각자 책임이었다. 우리 동반자들은 자체 룰을 만들었다. 혹 클럽을 떨어뜨리고 가는 자가 없는 지 서로 잘 살피고, 그린 근처에 왔을 때 카트 부근에 있는 사람이 동반자의 퍼터를 갖다 주기로 했다.

거리는 요즘 웬만하면 장만하고 있는 거리측정기의 도움을 받았다. 아마추어란 거리를 알아도 거기에 꼭 맞춰 볼을 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본 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친 대로 간다.

실수에 대비해 몇 개의 클럽을 들고 나가는 게 편하게 됐다. 하지만 세컨드샷이나 서드샷 후 여분의 클럽을 바닥에 놔 둔 채 오다가 동반자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앞 팀에서 실수로 놔두고 간 피칭웨지와 퍼터커버를 주워 돌려주기도 했다.

이른 아침이어서 스윙을 마친 클럽에는 이슬을 머금은 흙과 잔디가 붙어있었다. 노련한 어느 동반자는 흙을 털어낼 칫솔과, 클럽과 볼을 닦을 수건을 뒷주머니에 넣어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골프장에서 마련한 수건이 카트에 한 장 비치돼 있었지만 각자 지참하는 것이 타수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른 아침에 기상한 탓도 있겠지만 캐디 도움 없이 골프 치는 데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매 샷, 매 홀마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전반을 돌았는데도 18홀을 돈 것처럼 기운이 부쳤다. 새삼 캐디들이 존경스러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노캐디제는 골프대중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전국 골프장의 27% 가량이 노캐디제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골프는 자기 책임하에 플레이를 하고 스스로 심판하는 매너의 운동이라 한다. 선진국형 골프 대중화를 앞당기기 위해 한 번쯤은 캐디 없이 골프를 즐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