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없는 골프, '셀프라운딩' 인기… 전국 골프장 26.5% 달해

개인당 3만~4만원 캐디피 절약
셀프라운딩 대부분 9홀 퍼블릭
캐디 수급불안으로 장기적으로는 늘어날 전망
안전사고, 경기지연 등 숙제는 여전

치솟는 골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캐디선택제와 노캐디 등 이른바 셀프라운딩을 채택하는 골프장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스스로 카트를 끌고 클럽을 선택하는 선진국형 골프 문화도 속속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노캐디로 라운딩할 경우 팀당 12만~15만원에 이르는 캐디피를 절감할 수 있어 알뜰골퍼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골프대중화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골프존카운티 구미골프장의 카트에는 캐디를 대신하는 각종 정보가 업그레이드 돼 있다. 골프존카운티 제공

국내 17개 골프장을 운영하는 골프존카운티의 구미골프장(18홀)은 올해부터 1, 2, 3부 전 티타임을 노캐디로 운영하고 있다. 전홀 노캐디 도입은 2019년 11월 개장한 사우스링스 영암골프장에 이어 두 번째다.

골프존카운티 구미골프장은 전용 모바일 앱을 통해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라운딩에 필요한 전 과정을 해결할 수 있게 했다. 고객이 직접 모는 카트는 현재 고객의 상황과 위치에 맞는 안내를 제공하며 캐디 역할을 대신해준다.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의 한림안성골프는 고객 편의를 위해 무인화 체크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골프존카운티 제공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인 골프존카운티의 9홀 한림안성골프장은 전 티타임 모두 셀프라운드로 운영된다. 이 골프장은 2인 혹은 3인 라운딩도 가능하다.

골프존카운티 순천골프장은 지난해 6월부터 우수고객에게 '셀프 라이선스'를 발급해 원하는 티타임 언제든 캐디 없이 라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골프존카운티는 노캐디제를 선호하는 고객들이 늘자 셀프라운드제를 나머지 14개 골프장에도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45홀 전홀에 노캐디제를 도입한 사우스링스 영암골프장의 카일필립스코스. 사우스링스 영암 홈페이지 캡처

양잔디가 깔린 45홀 골프장에 전면 셀프라운딩을 허용하는 곳은 사우스링스 영암골프장이 국내 처음이다. 지난 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선수권대회가 열린 곳이다.

이 곳 짐앵코스의 평일 1부 비용은 카트피 포함 1인당 10만원이면 18홀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수도권의 웬만한 골프장의 절반도 안된다. 이 골프장은 2인 플레이가 가능하고, 날씨에 따라 조정이 되긴 하지만 2부 시간대에는 카트가 페어웨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 골프장은 올해 추가 개장하는 18홀 코스도 노캐디로 운영할 계획이다.

전남 영암에 위치해 수도권과 멀리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우스링스 골프장은 이처럼 가성비 높은 골프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반면 81홀 퍼블릭을 운영하는 전북의 군산CC는 27홀에 한 해 노캐디 셀프라운드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골프소비자원(이사장 서천범)에 따르면 캐디 선택제 혹은 노캐디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내 골프장은 142개로 2018년(75개) 보다 2년 사이 89.3%가 늘어났다. 이는 국내 골프장 535개의 26.5%에 달한다.

셀프라운딩을 실시하고 있는 곳은 대부분 퍼블릭이다. 31%인 104개가 캐디 선택제 혹은 노캐디제를 채택하고 있다. 캐디 선택제가 있는 회원제 골프장은 20개(주중 한정)에 불과하다.

전면 노캐디제를 도입한 골프장은 36개로, 대부분 9홀짜리다. 18홀 이상 골프장은 사우스링스영암, 군산CC, 골프존카운티구미 등 3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캐디선택제 혹은 노캐디제를 택하는 골프장은 늘어날 전망이다. 셀프라운딩이 골프장과 골퍼 모두에게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셀프라운딩은 캐디 수급이 원활하지 않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자연스런 방안이다. 오는 7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던 캐디 고용보험 의무화가 내년 이후로 잠정 연기됐지만 부족한 캐디수에 따른 캐디피의 추가 인상 요인은 늘 상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이 상대적으로 고용이 쉬운 마샬캐디나 노캐디를 원하면 골프장으로서는 대만족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팀당 최대 15만원에 달하는 캐디피를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카트를 고객이 운전하면서 생기는 안전사고의 우려나 경기지연, 디봇을 메우지 않아 생기는 골프장 훼손 등의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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