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탐방]60년 체육교육현장 지킨 주남수 교수 "움직일 수 없을 그날까지"

한국 외국어대 특임 교수, 생활체육을 일상화한 노년의 삶
'인생 = 체육 = 교육' 신념으로 상아탑에서 '무보수' 탁구 지도

주남수 특임 교수(오른쪽)가 라켓의 어느 부분으로 공을 맞힐지 세심하게 설명하고 있다. 가운데는 주 교수를 보필하는 강창균 외래 교수. 최규섭 기자

"움직일 수 없을 그 날까지 생활체육에 묻혀 살고 싶다."

체육 교육 현장에서 살아온 한평생이다. 학생 시절부터 체육과 더불어 지나온 60여 년의 삶이다. 지겨울 법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노교육자가 기나긴 세월 그려온 그림엔, 아직도 마지막 한 점이 찍히지 않았다.

배움의 시간보다 가르침의 시간이 훨씬 길다. 그래도 작품의 완성을 향한 열정은 무척 뜨겁기만 하다.

"가르칠 때가 가장 행복하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생활체육은 '평생 체육(Sport for lifetime)'이다. 그런 생활체육의 소중함을 사회 진출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일깨우고 싶다."

소박한 바람이다. 영원한 생활체육 스승으로 기억될 노교육자, 주남수 한국 외국어대학교 특임 교수다.

◇ 나이를 잊은 생활체육의 일상화 … 탁구·등산·자전거 타기 등 생활체육의 삶

스승의 자상한 가르침에, 제자(변지향·중국 외교통상 전공)의 이해도는 높아져 간다. 최규섭 기자

사실 접두사 '노(老)'는 그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나이로는 걸맞을지 모른다. 희수(稀壽: 일흔 살)를 넘은 지는 4년이나 흘렀고, 이제 3년 뒤면 희수(喜壽: 일흔일곱 살)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는 허울일 뿐인가 보다. 각종 생활체육을 가르치고 즐기며 쌓은 체력을 바탕으로 한 그의 인생 시계는 거꾸로 가는 듯하다. 내실을 갖춘 완벽한 생활체육의 삶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느낌마저 자아낸다.

탁구를 비롯해 등산, 자전거 타기 등 생활체육의 연속으로 촘촘하게 짜인 하루하루다. 1주일에 1회 120분씩 2회 탁구 강의를 필두로, 등산과 자전거 타기를 1주일에 각각 2회씩 한다.

등산과 자전거 타기는 사랑하는, 평생의 반려인 아내(정정희 씨)와 함께 즐긴다. 고희 기념으로 자전거로 4박 5일에 걸쳐 제주도를 일주하기도 했다. 또한, 수시로 1박 2일로 강화도 또는 동해안을 다녀오기도 한다.

저녁 무렵이 되면 생활체육 일과는 절정에 이른다. 일반 탁구교실에서 매일 3시간씩 탁구를 즐긴다. 공휴일도 거르지 않고 행하는 강행군(?)이다.

그가 좌우명처럼 여기는 철칙이 있다. '인생 = 체육 = 교육'이다.

"삼자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등식을 성립케 하는 최대 공약수가 생활체육이라고 생각한다."

◇ 불우했던 청소년 시절 삶을 극복한 원천은 운동

주 교수(사진 왼쪽)는 “아내와 함께 즐기는 등산은 즐거울 수밖에 없어 그만큼 건강의 지름길”이라고 자신했다. 집 근처의, 아차산에서 가장 높은 용마봉에 올랐을 때 모습이다. 주남수 제공.

그는 교육자로서 대부분 시간을 중·고교 강단에서 보냈다. 11년 전부터 대학 강단에서 교양체육으로 탁구를 가르치고 있다.

2010년 8월 31일 정년퇴직할 때까지, 서울시 체육계에서 헌신해 왔다. 체육 교사(1982~1996년)로서, 서울시 교육청 체육 장학사(1996~2002년)로서 학교 체육이 올바르게 뿌리내릴 수 있는 데 밑거름이 되고자 온 힘을 쏟았다.

석관고등학교 교감(2002년~)과 경일중학교 교장(2004년~)을 역임한 뒤 2007년부터 1년간 서울시 교육청 체육과장으로서 체육 행정 선진화에 기여했다.

2008년 9월부터 2년간은 엘리트 체육의 요람인 서울체육고등학교 교장으로서 학교 체육의 전형을 제시하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육자의 길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쉴 틈도 없이 곧바로 외국어대 외래 교수로서 끊임없이 후학 양성의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외국어대 서울 캠퍼스와 용인 글로벌 캠퍼스를 오가며 '탁구 전도사'로서 노익장의 역량을 한껏 쏟아 내고 있다.

2019년 8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보수도 없는 특임 교수가 됐다. 대학 시간강사의 고용 안정, 처우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이 오히려 역효과를 빚은 셈이다.

"전혀 개의치 않는다. 가르침이 단절되지 않고 계속 체육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지난 11년 동안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다. 그런 면에서 보수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체력이 닿는 한 교육 일선에서 계속 가르치고 싶다."

무보수 자원봉사인 데도 행복에 겨워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성현(맹자)도 말씀하셨듯,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건 인생(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 중 하나다. 비록 그 경지에까지 이르진 못했을지라도 교육을 통해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생활체육 저변 확대에 작은 힘이라도 보탠다고 생각하면 절로 즐거워진다."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로 평가받는다. 학생의 교수 평가에서, 지난 13학기 동안 단 한 학기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계절 학기에 강좌 개설을 원하는 학생이 가장 많을 만큼 인기를 누린다. 외국어대 교지인 "외대"에서도 최고 인기 교수로 다뤘을 정도다. 학생들의 실력을 테스트한 뒤 그에 맞춘 수준별 학습도 인기 비결 가운데 하나다.

"교수님은 실기와 이론을 두루 갖추셨다.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가르쳐 주신다. 어떤 상황에서도 학생에게 반말이나 하대를 하시지 않는다. 자상한 아버지 같으신 분이다."

이번 학기에 교양 체육으로 탁구를 선택한 변지향 씨(중국 외교통상 전공)의 평가다. 돋보이는 교육자의 인성이 절로 눈앞에 그려진다.
그도 화답한다.

"학생들이 무척 예의가 바르다. 그만큼 정성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의 교육 철학과 맥이 닿음이 엿보인다. 예절과 인성을 강조했다.

"탁구는 상대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하는 운동이다. 그만큼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자제력과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한 까닭이다."

주 교수(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생활체육 하루 마지막은 일반 탁구교실에서 마무리된다. 주남수 제공.

그의 삶은 인동초에 비견할 만하다. 유아 때 어머니를, 고교(균명·현 환일) 때 아버지를 각각 여의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슬픔과 설움을 운동을 통해 저 하늘로 날려 버렸다. 고교 시절엔 태권도에 빠졌고(4단), 대학(전주 교육) 시절엔 유도에 매료됐다(2단). 중학(철원 김화) 시절 탁구 선수로 활약했던 그였다.

중등교원이 되려고 체육 준교사 자격 검정고시에 도전해 3전4기 끝에 관문을 돌파했다. 그래도 안주하지 않았다. 이번엔 서울 지역 중등교원 임용고사에 출사표를 던졌고 마침내 뜻을 이뤘다. 1981년이었다.

"중·고 교육계에 있던 30여 년간은 테니스를 즐겼다. 탁구는 대학 강단에 서며 다시 인연을 맺었다."

그가 매일 일반 탁구교실에서 몇 시간씩 탁구에 몰두하는 까닭이다. 학생들에게 실기 능력까지 빼어난 교수라는 믿음을 주고 싶어서다.

"탁구는 건강에 대단히 좋은 운동이다. 시간과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다. 용구와 복장도 간편할 뿐만 아니라 비용도 적게 든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 최적의 생활체육이다."

'탁구 예찬론'은 끝이 없을 듯했다. 그럴 만하다. 그에겐, 나이를 잊고 삶을 즐기며 '건강 백 세'를 추구할 수 있는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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