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可타否타]배우 윤여정의 명품 소감에서 재조명된 스포츠의 가치

배우 윤여정이 2018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황진환 기자

생뚱맞을 수도 있다. 윤여정이 뜨니까 스포츠까지 얹혀가는 거냐고 흘겨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은 분명 2002년 월드컵축구대표팀과 올림픽 피겨 금메달리스트 김연아를 소환해 극도의 긴장감속에서 발표를 기다렸던 분위기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시상식 이후 한국기자들과의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니 눈의 실핏줄이 터지기까지 했다”라며 “2002년 월드컵 때 선수들은 얼마나 정신이 없었을까 너무 안 됐더라고, 김연아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세상에 처음 받는 스트레스였었어요”라고 말했다.

어깨를 짓누르는 엄청난 부담감을 견디면서 쾌거를 이뤄낸 선수들의 예를 들어 자신이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쓰면서 느꼈던 압박을 솔직하게 설명한 것이다.

모두가 촌철살인 격인 영어 답변에 주목하고 감탄할 때 필자에겐 스포츠 선수를 언급한 대목이 꽂힌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가장 핫(Hot)한 인사가 스포츠 계의 부정적인 면을 들춰 꾸짖고 나무라기만 하는 분위기 속에서 참 듣기 어렵던 스포츠를 이해하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 같아 귀담아 들렸기 때문이다.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에서도 감정을 조절하고 평정을 유지해야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대에 올라서도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음은 선수들의 그라운드나 배우들의 무대나 비슷하다는 특유의 설명이 그렇게 들렸다.

또 “나는 최고 그런 말이 참 싫어요 너무 1등! 최고! 그런 거 말고 우리 다 최중 그런 거 되면 안돼요? 같이 살면..” 이라며 경쟁이 심한 우리사회에 일침을 놓은 것도 한국 스포츠가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고자 하는 방향과 궤를 같이 해 설득력을 더했다.

미국 LA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이 이렇게 스포츠를 소재로 감칠 맛나는 인터뷰를 할 때 서울에서는 교육계와 체육계, 문화계가 모여 생활 속 스포츠가치 실천 선언식을 했다.

시공간이 전혀 다른 행사지만 스포츠를 재조명하는 취지에서는 통하는 면이 있다. 윤여정이 최고만 찾지 말고 더불어 함께 가자며 내일을 향해 희망을 키워가는 수많은 배우들에게도 용기를 주라고 호소할 때 스포츠가치 실천 선언식에서는 모두를 위한 공정과 공존으로 스포츠의 패러다임을 바꾸자고 다짐했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사진 아래 왼쪽 세번째)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사진 아래 왼쪽 네번째) 등이 함께한 생활 속 스포츠가치 실천 선언식. 서울특별시 교육청 제공

"윤며들다"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할 정도로 윤여정의 신드롬이 대세다. 한국축구가 2002년 월드컵 4강에 올랐을 때와 김연아가 올림픽 피겨 역사를 바꿔 놓았을 때도
이런 신드롬이 국민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영광 뒤에는 어두운 그늘이 있고 힘든 내리막도 있다. 어두운 그늘에서 나와야 밝은 곳의 따스함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내리막길에서 넘어지지 말아야 순탄한 길을 다시 힘차게 달릴 수 있다.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에 빛나는 윤여정의 스포츠 가치 존중 발언을 터닝 포인트 삼아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됐던 한국 스포츠에 죄목 덧씌우기가 잦아들었으면 좋겠다.

체육계를 악의 축처럼 보이게 하는 폭로와 난타전도 해법에 다가가는 새로운 출구를 찾았으면 좋겠다. 힘든 국내 환경을 딛고 해외에 진출한 스타들은 별에서 온 그대처럼 일거수 일투족을 좇으면서 그런 스타가 되겠다고 남몰래 땀 흘리고 노력하는 유망주들에겐 눈길도 제대로 안주는 미디어의 이중잣대도 부러뜨렸으면 좋겠다.

코로나 19의 변수가 있지만 도쿄 올림픽이 다가오고 있다. 올림픽 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기를 죽여 내보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도 없을 것이다. 도전하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낼 국민들이 일본에 갖고 있는 특별한 감정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럴 때 나온 윤여정의 50년 배우 인생이 담긴 "선수심정" 발언은 적시타다. 이를 공정하고 생산적인 스포츠 생태계를 조성하는 기회로 살릴 것이냐 말 것이냐는 이제 체육계의 몫이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