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생각해요]도입 5년 '마샬캐디제', 한국 골프 문화 바꿀까

마샬캐디, 노캐디와 일반캐디의 중간형태
1인당 캐디피 부담 1만5,000원 줄여줘
골프인구 폭증에 따른 캐디 수급의 대안
"캐디에 대한 골퍼의 그릇된 인식 변화 이뤄져야"

지난해부터 마샬캐디제를 도입한 롯데스카이힐제주 골프장의 카트에 마샬캐디 안내문이 붙어있다. 제주놀3320 블로거 화면 캡처

마샬캐디제가 골프대중화의 마중물이 될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골프장 내장객 폭증으로 그린피가 1년 새 크게 인상되면서 골퍼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마샬캐디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마샬캐디는 카트를 운전해주고, 홀별 특성과 남은 거리를 불러주며 라운딩 진행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 캐디와 달리 클럽을 꺼내주거나 그린에서 볼을 닦아 퍼팅라인에 맞춰 주는 업무는 하지 않는다.

대신 팀당 12만~15만원을 받는 일반 캐디피 보다 훨씬 적은 6~8만원의 캐디피만 받는다. 골퍼 1인당 부담을 1만5,000원 정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제한된 서비스를 받는 대신 저렴한 캐디피를 내는 마샬캐디제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완석 기자

먀살캐디는 노캐디와 일반 캐디의 중간 형태다. 하지만 노캐디제의 경우 캐디피를 내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경기 진행이 늦어지거나 카트 전복사고 등의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어 마샬캐디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샬캐디제는 2016년 남여주GC에 처음 도입됐다. 골퍼들의 부담을 줄여 골프가 대중스포츠로 자리 잡는데 일조할 수 있고, 퇴직자나 경력단절여성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한국골프소비자원(이사장 서천범)의 제안을 받아들인데 따른 것이다.

이후 아세코밸리CC(경기 시흥), 안강레전드CC(경북 경주), 벨라스톤(강원 횡성), 안성아덴힐CC, 대가야CC 등이 이 제도를 도입했다. 또 제주의 대표적인 명문 골프장인 롯데스카이힐CC와 세인트포 골프앤리조트, 사이프러스CC도 캐디 구인난에 맞춰 지난해부터 마샬캐디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가 골퍼들에게 좋은 반응을 보이자 드라이빙캐디, 운전캐디, 인턴캐디 등의 명칭으로 마샬캐디제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는 골프장(리베라, 신안, 그린힐, 백제, 임페리얼레이크, 로얄포레, 블루원상주CC)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드라이빙캐디제는 순전히 카트운전만 해주는 캐디제다. ㈜SK브릿지에서 시도한 제도로 2015년 샤인데일CC에서 처음 도입했다.

과중한 캐디피는 그린피, 카드사용료와 함께 골퍼들의 부담으로 돌아와 골프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완석 기자

마샬캐디제가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오는 7월부터 캐디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작년 기준 국내 캐디수는 3만2,000명이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내장객 폭증으로 3000~5000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캐디들이 고용보험을 내게 되면 실질소득이 20% 가량 줄어들어 캐디 지원자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또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받게 되면서 캐디 수급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골퍼를 잘 아는 퇴직자와 경력단절여성들을 고용해 저렴한 캐디피를 받는 마샬캐디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안착하기까지 넘어야 할 숙제가 많다. 우선 캐디에 대한 일반 골퍼들의 그릇된 인식 탓이다.

제주에서 마샬캐디로 일하는 L씨는 "캐디를 경기보조원이 아닌 종처럼 부리려는 골퍼들도 간혹 있다"면서 "먀샬캐디제가 정착하려면 캐디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골프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골프란 오롯이 자기 책임 하에 채 선택과 샷, 퍼팅을 해야 하는데 한국 골퍼들은 캐디에게 모든 걸 의지하고, 불만을 표출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또 마샬캐디 선발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일반 캐디처럼 골프장 숙소에서 머물지 않아 골프장이 소재한 먼 지방까지 출퇴근하는 것이 부담이 된다.

서천범 이사장은 "마샬캐디제를 도입하면 골프장 내장객은 비용 부담을 덜고, 골프장은 경영이 수월해지고, 퇴직자는 일자리를 얻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며 "앞으로 마샬캐디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이뤄지면 마샬캐디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져 건전한 골프문화를 만드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골프소비자원은 지난 달부터 캐디 서비스 수준 표준화를 위해 전문교육업체인 '한국서비스전문가 인재육성센터'(대표 김영미)와 제휴해 위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센터는 고용노동부에서 캐디교육 관련해 최초로 인가받은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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