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현직 교사의 체험형 지론 "학폭, 체육수업으로 해결된다"(영상)

김정섭 갈뫼중학교 학생주임, 17년간 학교폭력 전담한 경험
건강·도전·경쟁·표현·안전 등 주제 수업 통해 대인관계·자기관리 역량 함양
운동 종목별 특성에 맞게 풀이해 스포츠클럽에서 실천토록 지도
"체육수업은 다른 교과와 다르게 학폭근절 실천 지도하는 유일 교과"

갈뫼중학교 3학년 '같이'가 '가치'있는 협동 농구 수업 장면. 김정섭 갈뫼중학교 생활안전인권부장 제공

최근 일부 프로 스포츠 선수의 '학창시절 학교폭력 가해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근절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체육 수업과 스포츠 클럽 활동을 제대로 이행하면 학교 폭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다소 역설적인 주장이 도출돼 눈길을 끈다.

경기도 의왕시 갈뫼 중학교 생활안전인권부장인 김정섭 체육교사가 해당 주장의 주인공.

김 교사는 17년째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전담, 학생주임을 13년째 맡고 있다. 이른바 '학주'로 통한다. '학주'는 학생들 사이에서 쓰이는 "학생주임"의 줄임 말이다.

어른공경, 페어플레이, 착한마음, 흡연금지, 반칙금지, 폭력금지 문구가 적힌 체육조끼. 김정섭 교사 제공

그는 학교폭력을 줄이는 방법 중에 '체육 수업과 스포츠 클럽 활동을 최고의 방법' 이라고 자부한다.

먼저 과거와 다른 체육수업이 그 해법의 기초가 된다는 것. 옛날 체육은 교과서부터 농구, 축구, 배구, 육상 등을 배우는 종목 중심이었으나 2015년부터는 활동 중심 수업으로 본격 개선됐다.

즉, 건강, 도전, 경쟁, 표현, 안전 등 모두 5가지의 주제로 수업을 한다.

건강에서는 건강관리(요가, 체력운동, 필라테스 등)와 스스로 운동계획을 구성하고 실천하도록 하는 운동처방을 ▲도전에서는 동작(체조), 표적(양궁, 사격 등), 투기(레슬링, 유도, 씨름 등) 도전을 ▲경쟁에서는 영역형(농구, 축구 등), 필드형(야구), 네트형(배구, 배드민턴 등)의 경쟁을 ▲표현에서는 스포츠(치어리딩, 피켜스케이팅), 전통(한국무용, 외국무용), 현대(방송댄스, 현대무용, 댄스스포츠) 등의 표현을 각각 배운다.

이같은 건강, 도전, 경쟁, 표현, 안전 등의 주제로 수업을 하면서 인간이 갖추어야 할 대인관계, 의사소통, 문제해결, 자기관리능력 등의 역량을 높인다는 것.

그러나 김 교사는 체육수업만 잘 한다고 무조건 학교폭력이 줄 수는 없다며 배운 내용이 학생들의 인성에 녹아 들어야 학교 폭력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인성' 이란 착함을 뜻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주도력, 인내심, 실천력, 긍정 마인드, 이해와 배려 등을 포함한 것을 '인성'이라 잘라 말한다. 이를 종목별 특성에 맞게 풀이해 학생들이 스포츠 클럽에서 실천해보도록 지도하고 있다.

갈뫼중학교 학생들의 체육수업 장면. 김정섭 교사 제공

농구, 축구에서 슛을 통해 목표의식, 패스로 다른 사람 입장을 고려하는 배려, 드리블로 신체를 조절하는 조절능력과 감정조절, 포지션으로 다양한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체득한다.

야구, 티볼 등에서는 서로 못 치고 못 받게 던지고 치는 경기로 인간 한계에 수 없이 마주쳐 본다. 또 한 명만 잘해도 경기에 큰 영향을 주는 다른 종목과는 달리 순번에 따라 한번씩 차례로 기회를 주고 모두가 공평하게 실시하는 질서를 배운다.

번트를 통해서는 희생에 대해 글과 이야기가 아닌 몸으로 직접 체험하기도 한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경쟁하는 배구, 배드민턴, 탁구, 테니스를 통해서는 서브, 리시브, 선 등의 의미를 깨닫는다. 서브의 뜻은 희생, 봉사, 접대, 응대라는 뜻으로 최상의 서비스 정신을 배우도록 하고 좋지 않은 서브는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하도록 가르친다.

리시브는 받아들이다, 수용하다의 뜻처럼 책임감을 가르친다. 배구에서 리시브할 때 보통 '마이'라고 외치는데 이는 '내가 책임질께!' 라는 뜻이다. 경기장에는 보이는 선, 보이지 않는 선 그리고 넘을 수 있는 선, 넘지 못할 선 등이 있다. 이 선을 통해 질서와 절제를 배운다.

인성교육을 겸하는 갈뫼중학교의 체육도구. 김정섭 교사 제공

'학교 폭력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는 것과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체육수업은 다른 교과와 다르게 아는 것을 실천하도록 지도하는 유일한 교과다.

보다 인성에 포커스를 맞추어 수업의 철학을 갖춰야 하고 그 것을 스포츠 클럽에서 수업이 반복 실천하다 보면 학교 폭력을 멀리 하는 바른 인성이 학생들의 몸과 마음에 체화된다는 게 김 교사의 지론이다.

물론 교육제도의 변화와 입시제도의 개선 등 넘어야 할 산은 앞으로도 많다.그러나 미친 듯이 춤추고, 노래하고, 운동하고, 각종 대회를 즐기며 행복감을 느끼는 학생들을 위해 스포츠로 학교 폭력의 공포를 지워나가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김 교사는 이같은 노력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책으로도 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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