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골프장, 코로나19 특수… 대중·회원제 5~15% '인상' 러시

그린피, 연간 한차례에서 최근 시도때도 없이 올려
퍼블릭, 10개월간 주중 14%, 주말 10%·회원제 주중 5% 이상
일본 보다 2.38배 비싼 입장료… 내장객들 불만 폭주
해외 원정골프 불가능… 제주도 최대 호황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폭리 방지 글 올라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 "당국 규제완화 이유로 손놓고 있어"

#. 지난 4월 1일 경기도 파주의 A골프장. 클럽하우스 현관에는 이 날짜로 인상된 입장 요금표가 큼지막하게 붙어있었다. 가방을 들고 입장하던 내장객은 “뭐야, 또 올랐어?”라며 현관문을 거칠게 밀고 들어갔다.

그린피, 캐디피, 카트피 등 이른바 '3피'가 크게 올라 주중 골프장 이용료도 2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서완석 기자

국내 골프장들의 입장료 인상 러시가 멈출 줄 모른다. 통상 3∼4월 쯤 연간 한 차례 입장료 인상을 하던 골프장들은 이제는 시도 때도 요금을 올리고 있다.

규제하는 데도 없기 때문이다. 횡포에 가까운 입장요금 인상에 내장객들은 불평을 넘어 분노에 찬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골프를 치기 위해서는 흔히 그린피라 불리는 입장료 외에 카트사용료(카트피), 캐디피를 부담해야 한다. 흔히 ‘3피’라 불리는 이 3가지를 합쳐 이용료라 부른다. 여기에 시중가 보다 2∼3배 비싼 식음료 가격까지 합하면 골프 라운딩은 꽤 부담이 된다.

지난 20년간 골프 통계를 꾸준히 집계해온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에 따르면 대중골프장(퍼블릭)의 주중 평균 입장료는 지난해 5월 13만4,000원에서 10월 14만6,000원으로 인상됐고 올 3월에는 15만3,000원으로 또 다시 올랐다. 10개월 사이 14.18%가 오른 것이다.

이는 지난 해 10월 기준 한국이 일본(6만1,300원) 보다 2.38배나 비싼 입장료를 받고 있다.

대중제의 토요일 평균 입장료도 지난 해 5월 18만1,000원에서 올 3월에는 20만원으로 10개월 사이 10.50%가 올랐다.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주중 입장료도 꾸준히 올랐다. 지난해 5월 17만4,000원이던 것이 10월 17만8,000원으로, 올 3월에는 18만 4000원으로 올라 10개월 사이 5.7% 인상됐다.

이처럼 최근 골프장 입장료가 급등한 것은 오롯이 코로나19 탓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영향으로 20∼30대 골퍼가 늘어난 데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정착으로 늘어난 여가시간에 코로나에 비교적 안전한 골프장으로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외 원정 골프가 불가능해지자 골퍼들이 국내 골프장으로 몰리면서 입장료 인상을 부채질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 인구는 전년보다 46만 명이 늘어난 515만 명으로, 연간 4,000만 명 이상이 골프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년 사이 그린피가 크게 올라 골퍼들의 불만이 고조돼 있다. 서완석 기자

코로나19 이전 비교적 한산하던 제주도에 골퍼들이 몰리면서 제주의 골프장 입장료가 가장 많이 올랐다. 10개월 사이 무려 19.0%가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곳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는 제주도는 단군 이래 최대 골프호황을 누리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239만9,511명이 골프장을 찾아 전년 보다 14.7%나 증가했다. 6월까지만 해도 제주도민 내장객이 육지 내장객 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지만 7월 이후 역전되면서 10∼12월의 경우 육지 내장객이 도민보다 두 배 많았다.

제주에 이어 부킹난을 겪는 수도권 골퍼들이 몰린 충청권 입장료 인상률이 17.3%로 뒤를 이었다. 가장 비싼 수도권의 입장률 상승률은 11.4%로 가장 낮았다.

입장료 외에 캐디피와 카트피도 올랐다. 캐디피는 팀당 12만원에서 1만원 인상돼 13만원으로 정착돼 가고 있는 반면 일부 15만원까지 받는 곳도 있다. 팀당 8만원인 곳이 대부분인 카트피는 12만원인 곳도 회원제 5곳, 대중제 4곳이다.

이에 따라 1회 라운딩 이용료(입장료+카트사용료+캐비피)는 대중골프장 경우 주중 20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11.3%, 토요일은 25만4,000원으로 9.0%씩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식대와 교통비 등을 포함하면 주중에는 최소 25만원, 주말에는 30만원이 있어야 골프를 칠 수 있게 됐다.

골프장 입장료 대폭 인상에 손을 놓고 있는 당국에 골퍼들의 불만이 크다. 서완석 기자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용료 급등에 골퍼들의 불만은 정부 당국을 향하고 있다. 입장료 인상을 규제할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영업 이익이 급등한 골프장에 대한 세무조사 등에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골프장들의 폭리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두 번이나 올라온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골프 소비자 시민운동도 펼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국내 골프 특수는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효과로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 조만간 사라질 신기루일 뿐이라 말한다.

서천범 소장은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 대중골프장의 잇단 입장료 인상에, 당국이 규제 완화라는 이유로 아무런 제재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