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탐방]아마추어 첫 '서포터즈' 문은익… "프로보다 생동감·한 경기라도 중계 바라"(영상)

문씨, 아마추어 언더독 팀도 응원·· "선수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등 매력"
판타지아 부천FS, 벽산 플레이어스FC, Renew FC 서포터즈로 활동
문씨, 자신이 응원하는 팀 혹은 리그에서 모두 최초의 서포터즈
아마추어 리그 알리기 위해 유튜버로도 활동 중

아마추어 첫 '서포터즈' 문은익씨가 경기장에서 홀로 응원하고 있다.(사진 위) 경기를 마친 선수들에게 격려의 응원을 보내는 문씨(사진 아래 왼쪽)와 인터뷰 중인 문씨. 김조휘 기자

영화 '훌리건스'는 영국 축구팬들의 생생한 응원 열기를 담고 있다.

그들이 응원하는 팀은 중하위권을 맴도는 평범한 팀이지만, 응원 열기만큼은 잘나가는 빅클럽의 서포터즈들 보다 훨씬 강렬하다.

대부분 스포츠 구단들은 성적과 서포터즈의 수가 비례한다. 또 화려한 스타들이 비교적 적게 존재하며, '언더독' 성향이 강한 팀에는 관심과 집중이 덜할 수밖에 없다.

같은 논리로 소위 '동네축구'라 일컫는 아마추어 클럽에서 서포터즈를 찾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경기도 안양시에 거주하는 문은익(22) 씨는 영화 '훌리건스'의 주인공처럼 언더독 팀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문 씨가 응원하는 판타지아 부천FS, 벽산 플레이어스FC, Renew FC는 모두 프로팀이 아닌 아마추어 클럽이다. 프로 리그에서 하위권을 맴도는 팀들과 비교해도 이들은 당연히 '언더독'에 불과하다.

문 씨는 2017년 고등학생 시절부터 FK리그(대한민국 풋살리그) 소속 판타지아 부천FS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해당 팀은 하위권을 맴도는 약팀이지만 탄탄한 수비력을 갖춰 강팀을 상대로도 반전을 꾀한 적이 많다. 그는 언더독의 승리를 보고 설명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문은익 씨가 소장하고 있는 아마추어 클럽 유니폼들. 본인 제공

2018년, 대한축구협회(KFA)에서 '전국민 K리거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국 축구 동호회들의 리그인 디비전 시스템(K5·6·7리그)을 도입했다. 당시 프로 구단에서 진행하는 각종 이벤트·팬 서비스 등에 다소 지루함을 느낀 문 씨는 자연스레 디비전 리그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가 처음 본 아마추어 클럽의 경기는 2019년 3월에 열린 벽산 플레이어스FC와 호남대학교의 FA컵 1라운드 대결이었다. 경기는 호남대학교가 2대 0으로 승리했지만, 이에 맞서 최선을 다한 벽산FC를 보고 아마추어 클럽의 매력을 빠졌다.

이후 여러 경기장을 찾아다니며 아마추어 클럽의 경기(디비전 리그)를 관람한 그는 경기장마다 각각 다른 시야로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특히 월드컵경기장, 종합운동장 등과 같이 프로 경기가 주로 펼쳐지는 큰 경기장이 아닌 동네 작은 운동장에서 열린 경기는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생동감을 더했다.

과거 프로에서 활약했던 선수들도 은퇴 후 아마추어 클럽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이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묘미라고 말했다. 그를 디비전 리그로 이끌어준 벽산FC에는 한정화(FC서울), 호승욱(전남 드레곤즈), 강경묵(강원FC), 진민호(부산 아이파크) 등 프로 출신 선수들이 대거 소속돼 있다.

문 씨는 우연히 인터넷 서칭을 하다가 독일 7부 리그 소속 '하텐펠스토가우'를 응원하는 서포터즈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런 팀들도 서포터즈가 있는데 한국 디비전 리그에는 왜 서포터즈가 없을까' 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는 판타지아 부천FS와 함께 디비전 리그에서는 벽산FC, 그리고 자신의 거주지(안양)를 연고로 한 Renew FC를 응원하고 있다.

항상 홀로 경기장을 찾아 이 팀들을 응원하는 그는 "혼자라서 외롭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매 경기 선수들이 반겨주며 많이 챙겨준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 혹은 리그에서 모두 최초의 서포터즈다.

모든 디비전 리그 경기는 별도의 입장권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국에 프로, 세미프로 구단이 없는 지역은 있지만, 디비전 리그는 전국 지역 단위 별로 모두 팀이 존재하기 때문에 근처 운동장에서 경기가 열린다면 쉽게 볼 수 있다.

많은 축구 팬들이 축구 경기를 보고 싶다면 프로 경기만이 아닌 디비전 리그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최근 코로나19로 FK리그와 KFA 디비전 리그 주최 측은 관중들의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

그는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경기장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방송에서 각 지역별 디비전 최상위 리그에서 한 경기씩만이라도 중계를 해줬으면 좋겠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방송에 나와 인식이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문 씨는 FK리그와 KFA 디비전 리그를 알리기 위해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유튜브 채널 '하부 유튜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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