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십니까… 전 프로야구 선수 이만수
선수시절 맹타를 휘두르는 이만수. 이만수 제공한국 프로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던 '헐크' 이만수(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전 SK와이번즈 감독이 은퇴 후 동남아 야구 발전에 올인하고 있다.
이 전 감독은 현역 선수 때는 대형 슬러거(slugger)로, 감독 시절에는 스포테인먼트의 지휘자로 명성을 날렸다.
2014년부터 라오스를 찾아 불모지에 '야구의 씨'를 뿌리는데 성공한 그는 '인도차이나 반도에 야구의 꽃을 확산 시키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이번에는 베트남을 찾았다.
그러나 현재 베트남에서 꼼짝 못하고 갇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화통화로 근황, 베트남행 이유 등을 들어봤다.
"지금 하노이에 있다. 4월 1일 새벽에 입국해 2주 자가 격리기간이라 방 한칸인 작은 숙소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못나가고 있다. 외국 나갈 때 난생 처음 큰 가방 두개를 가져 올 정도로 격리에 대비해 이미 많은 준비를 해서 들어왔다. 조금 긴장도 되고 쉽지 않다.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중이다."
하노이에서 자가격리중인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 이 이사장이 자가격리 중 제공받는 도시락. 이만수 제공- 숙식을 좁은 방에서 다 해결하는가.
"물론이다. 식사와 운동, 독서, 취침 등 모든 것을 숙소내에서만 한다. 식사는 잘 나온다. 아침은 간단한 서양식이지만 점심과 저녁은 한식 도시락이 나온다. 한국 음식이 나올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는데 맛있게 잘 먹고 지낸다. 과체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 두 끼만 먹기로 했다."- 과체중을 걱정할 정도로 운동도 못하고 지내나.
"좁은 공간을 최대한 이용해 운동한다. 제자리 뛰다시피 좁은 폭으로 방을 돌아 2만보 이상을 채운다.
지겨움을 달래기 위해 이어폰을 꽂고 옥한흠 목사 설교와 고전 강연을 듣기도 하고 팔굽혀 펴기와 하체운동으로 마무리를 한다. 땀을 흠뻑 흘리고 샤워하는 기분은 현역시절처럼 상쾌하다."
이만수 이사장이 격리기간을 보내는 하노이 숙소, 이만수 제공 -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돼 살아온 순간 순간들이 많이 오버랩(overlap)이 될 듯 한데.
"세상이 나를 칭송하고 열광하게 만든 것들과 스스로를 뒤돌아보지 못하고 뽐내던 것도 쉬이 사라짐을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깨닫게 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라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든다는 것도
역시 인생을 살면서 많이 깨닫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눈앞에 보이는 화려함과 영광만을 추구하며 살았다면 이제는 어떠한 인생이 보람된 삶인지 나 자신을 성찰하며 남은 인생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Memento Mori 죽음을 생각하라'는 말, 젊은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단어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름에 있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톨스토이의 이야기처럼 '어떻게 살 것인가', 그 해답은 ‘인간은 끊임 없이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인생이 우리를 참 행복하게 한다는 톨스토이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아 집에서 극구 만류하는 베트남행도 강행했다.
지금 나에게 행복한 시간의 흐름은 더 늦기 전에 동남아 야구 전파로 보람을 찾아가는 것이다." - 인도차이나 반도에 야구를 전파하는데 베트남 야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 생각은.
"내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50년간을 야구인으로 살아왔다. 오직 야구만을 생각하고 야구를 위해 달려왔다. 내 인생의 전부인 야구를 위해 여전히 이 땅에서 할 일이 있고 야구를 전파하기 위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베트남에 들어온 분명한 목적과 계획, 꿈과 비전이 있기에 지금의 이 좁은 공간에서의 갇혀 있음조차 힘들게 다가오지 않는다.
야구를 통해 많은 청소년들, 나아가 주위 사람들에게 삶의 관조, 의미를 전달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행복을 줄 수 있어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함을 절실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