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INTRODUCE]은여울 파크골프 "우리가 본줄기"

2017년 첫걸음·· 2019년 다섯개 클럽 분화
20명 회원 대부분 언터파 솜씨 자랑
하루 76홀 소화하며 월 1회 정례 무대

서주립 회장(사진 가운데)이 신중하게 홀을 공락하고 있다. 최규섭 기자

봄이 무르익어 간다. 봄은 농염한 자태로 유혹한다. 어서 와 완연해진 봄의 품에 안기라고 손짓한다.

만발한 꽃은 온 천지에 잔치를 베풀고 있다. 저마다 "주인공은 나!"라며 경염( 競艶)하듯 봄을 수놓는다. 개나리·진달래·산수유를 비롯해 벚꽃·매화꽃·오얏꽃 등이 물들인 산하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수줍은 양 한쪽에 핀 할미꽃도 봄의 정치를 자아낸다.

흥취에 겨워 내딛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역시 혼자만의 감흥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봄의 향연을 즐기고 있었다. 봄의 넉넉한 베풂을 만끽하는 그들의 얼굴에선 흥겨움이 배어 나왔다. 하나하나의 몸짓에서도 엿보이는 도취감이었다.

◇ 최고(最古), 최고(最高)는 우리… 은여울공원 파크골프장 '터줏대감'

봄 햇살은 초록과 어우러져 한결 눈부셨다. 따사롭고 부드러운 빛줄기 속에서, 뭔가에 열중하는 이들의 모습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난 3월 하순 발길이 멈춘 은여울공원(경기도 김포시 마산동)의 정경이다.

널따란 녹지대의 품에서, 그들은 봄을 노래하고 있었다. 파크 골프를 매개로 봄을 찬미하는 모습이었다. 나이와 성(性)을 떠나 파크 골프의 매력에 듬뿍 빠져 있음을 곳곳에서 연출했다.

김포시 마산동 은여울공원에 자리한 파크골프장에서, 봄과 어우러져 라운딩하는 여섯 개 클럽 회원들. 최규섭 기자

장관이었다. 그럴 만했다. 이곳을 둥지로 삼아 활동하는 파크 골프 동호회만 해도 여섯 개에 이른다.

그렇다면 어느 동호회가 이들을 대표하고 대변할 수 있을까? 은여울 파크골프클럽(회장 서주립)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리가 본줄기다. 우리가 내린 뿌리에서 나머지 클럽이 뻗어 나갔다."

서주립 회장은 은여울 파크골프클럽이 본바탕이라고 밝혔다. 2017년 첫걸음을 내디딘 이 클럽을 본령으로, 2019년 12월 다섯 개 클럽이 분화해 나갔다고 소개했다.

물론, 그런 만큼 실력도 으뜸이다. 20명의 회원 대부분이 언더파(36홀 66타 기준)의 솜씨를 자랑한다. 김표환 경기 이사는 55타를 넘나들 정도다.

괜스레 은여울공원 파크골프장의 터줏대감이라 자부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생활화한 파크 골프, '일석삼조'의 효용 가치

은여울 파크골프클럽 회원들이 라운딩 후 서주립 회장 부부(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와 네 번째)를 중심으로 함께 모였다. / 고병훈 전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 감독(사진 맨 오른쪽). 최규섭 기자

파크 골프의 최대 강점은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다는 데 있다. 3대가 함께 어우러져 플레이하면 더욱 돋보이는 생활체육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애착을 갖고 노년의 정열을 불태우는 모습은 아름답기만 하다.

노익장의 열정은 은여울 파크골프클럽의 또 다른 미덕이다. 회원 평균 연령이 일흔 살에 이른다. 80대도 두 명이나 된다. 이용언 고문(86)과 김청자 씨(82)다. 그래도 여전히 파크 골프를 향한 열렬한 애정은 식을 줄 모른다.

"내가 막내에 가깝다. 나이가 젊어(?) 앞장서라는 뜻에서, 회장직을 맡기지 않았나 싶다." 미소를 지으며 덧붙이는, 우리 나이 예순여섯의 서 회장의 말에서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부도 두 쌍이다. 서 회장-조영순 씨·임상철-고승희 씨 커플에게, 파크 골프는 부부애를 더욱 돈독히 해 주는 '고마운 존재'다.

"40년간 군에서 생활했다. 가족을 떠나 홀로 지낸 세월이 길어 그동안 아내에게 미안했다. 정년 퇴직(2012년) 하고 2018년 아내와 함께 파크 골프를 시작했다. 같이 라운딩하면 마음이 무척 편안해진다. 만일 파크 골프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서 회장의 파크 골프 예찬론은 끝이 없었다. "저비용·고효율의 파크 골프는 가성비가 가장 좋은 운동이다."

은여울 파크골프클럽 회원들이 월례 정기 모임이 끝난 뒤 한자리에 모였다. 서주립 제공

1988 서울 올림픽에서 한국 구기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의 위업을 이룬 고병훈 전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 감독도 이 클럽 회원이다. 대학 동문(경희대학교) 조수형 전 회장의 손에 이끌려 2018년 말 이 클럽과 연을 맺었다. 지금은 한 가족처럼 정답게 지낸다.

"갈수록 파크 골프의 묘미에 빠져들고 있다. 이제는 '건강 지킴이'로서뿐 아니라 노년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됐다."

고 감독은 "나이 든 분들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으뜸의 운동"이라고 파크 골프의 효용가치를 상찬했다.

이들에게 파크 골프는 일상생활이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곧 파크 골프다. 오전에 36홀을 돈다. 점심 식사도 같이한다. 그리고 오후에 다시 36홀을 돈다. 월~금요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되풀이된다. 지역 주민의 쉼터 공간으로 활용되는 주말(토~일요일)을 빼곤 어김없이 판에 박은 양 똑같은 일상이다.

"새벽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오늘도 파크 골프를 즐기러 갈 수 있겠구나.'다. 절로 행복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건강을 지키고, 친구와 친목을 다지며, 마음의 평안과 여유를 얻을 수 있으니 '일석삼조'라 할 만하다. 아울러 스트레스까지 날려 버릴 수 있는 파크 골프야말로 최상의 생활체육이다."

조 전 회장도 파크 골프의 효용성을 적극적으로 거들었다.

이 클럽은 월 1회 정기적으로 실력 점검 무대를 갖는다. 전 회원이 참가해 한 달 동안 쌓은 솜씨를 겨루는 마당이다. 친목 도모의 장으로 활용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은여울 파크골프클럽의 자랑거리는 또 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별도로 개인 운동에도 힘을 쏟는다. 파크 골프의 일상화와 맥이 닿는 부분이기도 하다.

"많은 회원이 생활스포츠 지도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아직 취득하지 못한 회원은 함께 라운딩이 끝난 뒤 자신만의 시간을 내 훈련한다."

하늘은 시나브로 붉게 물들어 갔다. 그래도 코스 여러 곳에서는 아직도 '열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파크 골프를 시작해야겠는데…."

문뜩 든 생각은 노을에 쫓겨 돌아오는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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