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고수]어느 재중동포의 경이로운 마라톤 인생… '무조건 매일 달린다'(영상)

63세 전일씨, 2007년부터 15년간 227번 국내외 대회 출전
6대 메이저대회, 100~200㎞ 대회도 십 수번 참가·풀코스 100회 완주
중국 체육교사 출신인 전씨 "선진국 생활체육문화 보고싶어 달린다"

2019년 런던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전일씨. 전일 제공
서울시 종로구 청진동에서 직장생활(뚝심 한우)을 하는 재중 동포 전일(63)씨. 전씨는 청계천부터 안암 오거리까지 8~9Km에 달하는 퇴근 길을 매일 뛰어서 집에 도착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달리는 이유는 그만의 마라톤 훈련법이다.

주마다 하루 쉬는 날에는 집 근처 개운산을 뛰어 오르며 하체를 단련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지구력을 유지해야 어떤 악조건에서도 경주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큰 대회를 앞두고는 기록 단축을 위해 학교 운동장을 찾아 스피드훈련도 한다.

이렇게 다진 체력으로 마라톤과 인연을 맺은 그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15년동안 227번의 각종 국내외 대회에 출전했다.

전일씨의 세계 6대 메이저 마라톤대회 출전 기록. 전일 제공

세계 6대 메이저 대회(베를린, 도쿄, 시카고, 뉴욕, 보스턴, 런던)는 물론 32시간 41분 45초를 기록한 2016년 4월 제주 200Km대회를 비롯해 100Km 울트라 마라톤에도 참가해 10번이나 뛰는 등 도전을 지속해 왔다.

이같은 활동으로 2019년 6월 13일 전국마라톤협회로부터 풀 코스(42.195Km) 100회 완주 기념패를 받기도 했다.

전일, 마라톤 풀코스 100회 완주기념패, 전일 제공

전씨가 마라토너로 살아가는 것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다는 경험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또 선진체육문화를 직접 보고 경험하겠다는 전직 체육교사로서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해외 마라톤클럽에도 가입해 미국, 일본과 영국,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과 동유럽의 스포츠 인프라를 돌아보는데 벌어놓은 돈 모두를 투자했다.

부인 조영숙(55)씨의 월급까지 대회 출전비로 충당하다 보니 2006년 한국에 온 이후
지금껏 지하 쪽방에 살지만 후회는 없다.

돈 그 이상의 가치를 한국의 생활체육에서 찾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마라톤 대회의 메달앞에서 포즈를 취한 전일씨. 전일제공
1958년 중국 헤이룽장서 태어난 전일씨는 무링시에서 1982년부터 체육교사로 재직했다.

10년동안 베이징과 상하이, 하얼빈 대학 등에 많은 제자를 진학시키고 세계 각국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지도해 1986년에는 헤이룽장성 우수교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영하 25~30도에 이르는 겨울철에 방한장화 하나 제대로 갖추지 않고 수천 통의 무링천 물을 길어 학교에 스케이트장을 조성하던 과정에서 관절 등에 큰 문제가 생겨 1992년 중국 영광소학교를 떠나야만 했다.

어느 정도 건강이 회복된 93년 조선족 소학교로 옮겼지만 예전 같지 않은 몸에 교사로서의 자부심마저 잃어 끝내 2006년 한국행을 결심했다.

그런 그가 한국에서 만난 마라톤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엔도르핀(endorphin)이 됐다.

달리면서 건강을 되찾고 꿈꾸던 일들이 하나 하나 이뤄져 가는 것을 실감하며 마라톤 인생의 끝은 어딘지 알고싶은 욕망까지 생겼났다.

환갑이 넘고 집 한 칸 마련하지 않았어도 또 해외 출전할 때마다 무 비자로 다니는 한국사람들과 달리 비자 발급비를 추가로 내면서도 즐겁게 도전하는 이유다.


흑룡강신문에 난 전일씨 기사, 전일 제공
전씨가 마라톤으로 일군 기록들은 중국의 '흑룡강신문'이 특집 기사로 다루고 지린성 방송국에서도 대회 출전 영상을 제작 방송할 정도로 재중동포사회에서도 화제다.

앞으로도 계속 도전해 후대에 가치있는 영예를 남기겠다는 60대 마라토너 전일.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그의 마라톤 희망가는 오늘 저녁에도 청계천 퇴근길에서 울려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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