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NOW]'야생마' 김주성, '생활축구 개척자'로 이유있는 변신 [상]

생활축구 체계·활성화에 온 힘… KFA 풀뿌리 프로젝트 리더
아시아 호령하던 위풍, 행정가로서도 한결같아
"생활체육 축구 부문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축구 성장 기울기 가파르게 하려면 생활축구 활성화 해야"

▣ 어떻게 지내십니까… 전(前) 축구 국가대표 선수 김주성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중국전에서 김주성이 골을 터뜨리고 환호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최근의 김주성씨. 일간스포츠 간 스포츠 사진 연감/최규섭기자

'김주성!' 40대 이상의 올드 축구팬이라면 금세 향수에 젖어 되뇌어 볼 이름이다. 활화산처럼 치솟는 폭발적 질주에 그 누가 매료되지 않았던가.

그의 앞에 따라붙던 닉네임(nick name)은 '야생마'였다. 긴 헤어스타일에 매료된 팬들은 '삼손' 이라 부르기도 했다.

치렁치렁하게 늘어뜨린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펼치는 '삼손'의 힘있는 플레이에 넋을 빼앗기지 않은 팬은 과연 몇이나 됐을까?

뜻밖이었다. 21년 전, 그는 짧은 지도자 생활을 뒤로하고 돌연 행정가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은퇴한 뒤 지도자(부산 아이콘스 코치)의 길에 들어선 지 채 1년이 다 흐르기도 전에 단행한, 놀라움과 충격을 던지는 파격적 변신이었다.

그가 화려한 선수 시절에 걸맞게 지도자로서도 한국 축구가 한층 도약하는 데 이바지하리라 생각했던 대부분 팬이 느끼는 아쉬움은 그래서 더 컸다.

이십 여 성상이 흐른 오늘, 그에게선 원숙한 행정가의 풍모가 물씬 배어났다.

오랜 연륜과 어우러진 사고와 발상은 현상을 꿰뚫는 듯 비쳐 무척 돋보였다. 차분한 말씨를 바탕으로 한 정연한 논리는 명쾌해 설득력을 더해 줬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10여 년 동안 아시아 축구를 호령하던 '야생마'의 자취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질풍 같은 몸놀림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호쾌한 슈팅을 터뜨리던 아시아 으뜸의 스타플레이어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아시아 '올해의 선수' 최다 수상(3회)의 그였지 않은가.

그러나 역시 '명품'은 언제 어디에서나 빛나는가 보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의 더께는 그에게 순기능으로 작용했다. 그는 선수 시절 못지않은, 아니 그 이상의 역량을 발휘하는 중후한 '행정 대가'로서 자리매김했다.

그는 거목으로 성장할 한국 축구의 앞날을 꿈꾸며 튼실한 뿌리가 내릴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그날의 청사진을 그리며 현실로 구현할 틀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묘책을 구상하는 데 여념이 없다.

올해 개편된 대한축구협회(KFA·회장 정몽규) 조직 체제에서, 그는 풀뿌리(GRASSROOTS)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역(리더)을 맡았다.

"한국 축구의 장밋빛 미래를 위해 하루바삐 저변 확대를 이뤄야 한다. 따라서 생활체육 축구 부문을 눈여겨보려는 관심과 투자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 이라고 역설하는 그에겐 어쩌면 숙명처럼 다가온 소임일지 모른다.

◇ "일상 속에서 축구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뛰놀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해야"

김주성이 21년간 행정가로서 열정을 불태워 온 둥지인 대한축구협회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최규섭 기자

"'즐거운 축구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는 방책을 강구해 실행에 옮김으로써 우리나라 축구 인프라가 확장되는 데 한 톨의 밀알이 되고 싶다."

이제는 '생활축구 개척자'로 불리는 그가 추구하는 가치다. 3년 동안 생활축구의 체계화를 이끌면서 정립된 그의 '축구 철학'이기도 하다.

KFA의 양축은 엘리트축구와 생활축구다. 2016년 양 부문이 통합되기 전, 사무총장(2012~2013년)을 역임한 그의 신경은 사실 엘리트축구 발전에 쏠려 있었다. 2018년 생활축구 부문을 이끌게 되면서 그의 사고와 시각은 비로소 균형감을 찾았다.

"최근 10년간 엘리트축구는 정체의 그늘에 뒤덮여 있다. 당연히 외형적으로, 한국 축구는 답보 내지 더딘 성장을 보였다. 한국 축구의 성장 기울기를 좀 더 가파르게 하려면 생활축구를 활성화해야 한다. 생활축구의 장을 넓히는 데서 도약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건강한 삶을 좇아 축구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뛰놀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곧, 환경 조성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다양한 축구 놀이 개발 및 보급에 힘쓰고 있다. ▲ 어린이 3:3, 또는 5:5 경기 보급 ▲ 유소년 축구 교실과 캠프 운영 ▲ 축구를 소재로 한 e스포츠 게임 개발 등은 이 연장선상에서 나온 구상이다.

"생활체육 터전 마련 못지않게 어린 나이에 축구를 접해 시나브로 친근감이 쌓일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생활축구와 유소년 축구 활성화는 미래의 한국 축구 명암을 가를 수 있는 중요 요소다."

"축구계 전반의 균형적 성장이 축구 산업 형성의 촉매제로 작용한다""는 그의 소신이 싹튼 배경이다.

그는 오늘도 축구 저변 확대의 틀을 어떻게 만들지 골몰한다. 중·장기적으로 어떤 묘책을 짜내 밝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

그의 가슴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어떤 비책을 세워 내일을 맞아들이려는지 궁금했다. 과연 묘수는 무엇일까?

[하]편에서 계속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