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N0W]女핸드볼 명장 고병훈 감독의 '운동인생 2막' [상]

전(前) 올림픽 여자핸드볼 영광 창출 감독, '파크골프' 예찬론자 변신
"파크 골프, 삶을 살아가는 필수 영양소"·· "인생후반 지탱의 뿌리"

▣'어떻게 지내십니까… 1988 서울 올림픽 영광의 얼굴들' ①

고병훈 전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 감독[상]


영광과 감동으로 점철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의 개가를 올린 한국 여자 핸드볼 코칭스태프와 태극 낭자가 시상식 후 기쁨을 함께했다. 왼쪽 끝이 고병훈 감독이다. 일간스포츠 간 '1989 스포츠 사진 연감'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기억을 좇아 달려간다. 비록 서른세 해가 지났을지라도, 여전히 또렷하게 떠오르는 그 순간이다. 1988년 9월 29일, 잊을 수 없는 영광의 그날이다.

한국 여자 핸드볼이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1988 서울 올림픽 여자 핸드볼의 주인공은 한국이었다.

태극 낭자 군단은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의 대풍을 거뒀다. 4년 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아깝게 정상 일보 직전에서 물러났던 한(은메달)을 씻고 승전고를 울리며 개선가를 소리 높여 불렀다. 코칭스태프와 태극 낭자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 한 점을 화려하게 찍고 대미를 장식한 승부사는 고병훈 감독이었다. 불혹(40세)을 갓 넘긴 그가 지휘하고 연출해 감동을 자아낸 한 편의 멋진 드라마였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고도 남는 세월이 흘러갔다. 돋보이는 전략과 전술 운영을 바탕으로 승부 세계를 휘어잡던 그의 모습을 못 본 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한국 핸드볼사에 길이 남을 영광의 한순간을 창출했던 그는 이제 시나브로 역사의 그늘 저쪽으로 묻혀 가고 있다.

미소 속에 담긴 명장의 카리스마가 무척 인상 깊었던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리 나이로 일흔다섯의 그가 노년의 삶을 어떻게 보내는지 무척 궁금했다. "내가 찾아왔노라!"라고 외치는 듯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케 하는 어느 봄날에, 불쑥 그를 찾아갔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파크 골프, 최고의 '건강 파수꾼'

고병훈 전 한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 감독은 파크 골프로 건강한 삶을 살아간다.

지난 3월 17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마산동 은여울 공원에 자리한 파크 골프장.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은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게 했다.

9홀 코스 곳곳에선, 초봄의 눈부신 햇발을 받으며 파크 골프를 즐기는 나이 든 분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친밀하게 담소를 나누며 플레이하는 모습에선, 노익장의 열정이 엿보였다. 모두가 일상생활 속에서 찾은 스포츠의 기쁨을 만끽하는 광경에선, 정겨움마저 배어났다.

"마음의 여유를 찾으면서 건강을 지키는 데 이만한 운동은 없을 듯싶다."

그의 첫마디는 '파크 골프 예찬론'이었다. 승부 세계를 거닐 때만 하더라도 골프를 거들떠보지 않던 그의 일성은 뜻밖이었다. 파크 골프가 골프를 바탕으로 갈라져 나온 스포츠를 생각하면 그렇다.

"골프에 바탕을 두고 갈라져 나온 파크 골프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운동이다. 장애인도 물론이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갈수록 그 묘미에 빠져드는 것 같다."

일선 사령탑을 거쳐 행정인으로 활약하며 한국 핸드볼 발전에 크게 공헌하던 그는 2018년 10월 31일 후학에 자리를 넘기고 초야에 묻혔다. 그는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대한핸드볼협회(KHF) 아카데미 원장 겸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장으로 후진 양성과 국가대표팀 육성에 심혈을 쏟았다.

고병훈 전 한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 감독(오른쪽 끝)이 은여울 파크 골프 클럽 회원들과 함께했다.
그해 말 파크 골프와 연을 맺었다. 우연이었다. 사는 곳(김포 신도시) 근처에 있는 가현산을 등산하고 돌아오던 도중, 은여울 파크 골프 클럽 사무실이 눈에 띄었다. 운명의 계시였을까? 무작정 들어가 호기심을 보인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진정으로 환영한다."였다. 새로운 '건강 지킴이'로서 기능한 파크 골프에 입문하는 순간이었다.

"채와 공만 있으면 됐다. 구입하고 곧바로 시작했다. 이제는 건강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노년의 삶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가 됐다."

그는 일주일에 3~4회 파크 골프를 한다. 주말엔 지역 주민이 공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은여울공원 파크 골프장이 쉬기 때문에, 거의 매일 필드에 나가는 셈이다. 한 번 필드를 밟으면 9홀 코스를 네 번, 총 36홀을 돈다. 2시간~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2년 반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연륜이지만, 그는 상당한 실력이다. 36홀을 기준으로 할 때, 60대 중·후반의 스코어를 낸다. 골프로 치면 싱글이다.

"녹지를 걸으면서 무리 없이 운동할 수 있는 파크 골프야말로, 나이 든 분들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으뜸의 운동이다. 매 홀마다 공을 홀컵에 넣기 위해 순간적으로 온 신경을 쏟기 때문에, 집중력을 향상하는 데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다. 또한 파크 골프 역시 스포츠기 때문에, 플레이어 모두가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따라서 절로 예의가 길러져 좋은 대인관계를 쌓는 데도 효용성이 무척 높다."

그에게 '건강 파수꾼'은 파크 골프뿐일까? 그렇지 않다. 그가 여전히 중·장년의 빼어난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운동이 있다. 무엇인지 호기심이 인다. 그의 하루는 이 운동과 함께 시작된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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