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골퍼, 레알?… 폐교위기 땅끝마을 초교 구한 골퍼 스토리(영상)

귀향한 전만동 프로골퍼 부부, 마을 공동체와 골프부 창설 동참
전씨 재능기부·마을공동체추진위 발족… 지역 첫 모델
전교생 방과 후 골프교실→ 학생 수 35명에서 44명 증가

스내그 골프 교육을 받는 삼산초등학교 학생들. 전만동 코치 제공

40여 년 만에 귀향한 프로 골퍼의 모교사랑이 폐교위기에 놓인 초등학교를 정상화 시켰다.

전라남도 해남 삼산면 출신인 프로골퍼 전만동(62)씨가 그 주인공. 전씨는 뉴질랜드에서의 프로 생활과 경기도권에서 운영하던 골프 아카데미를 접고 지난 2019년 부인과 함께 귀향했다.

전씨는 삼산면 기관장 및 동창들과 만나 고향 정착을 위해 얘기를 나누다 모교인 삼산 초등학교가 ‘학생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데 폐교만은 막으려고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몇 년째 머리를 맞대고 있다’ 라는 얘기를 들었다.

스내그 골프를 교육 받는 삼산초등학교 학생들. 전만동 코치 제공

또 2016년부터 골프학교를 추진하고 있었던 전 면장(신대웅씨)로부터 삼산초교 지도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전씨는 지도를 맡아달라는 요청해 흔쾌히 재능 기부를 결정했다. 이후 전씨의 동창들도 동참, 총동문회를 부활하고 골프 특성화로 학교를 살리는 것을 첫 사업으로 정했다.

총동문회는 골프 연습에 필요한 부대 시설과 장비를 갖추기 위해 비용을 마련하고 삼산 초교(교장 안혜자)는 학생들의 특색교육활동에 적극 나섰다.

뜻을 모은 지 몇 달만인 지난 2019년 10월 11일 삼산 초등학교 골프부가 공식 발족했다.

학교내 두륜 체육관에서 열린 창단식과 함께 마을공동체 발전추진위원회도 출범했다.

골프부 발족 등은 시골의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학부모와 교육기관이 손을 맞잡은 이 지역의 첫 모델이 됐다.

삼산초등학교 골프부 창단식. 전만동 코치 제공

마을 교육공동체는 해남교육정책의 핵심이기도 해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왔고 학생수가 급감하는 다른 지역 학교에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지역 주민과 동문, 행정관청 등이 모두 한마음으로 농촌학교의 꿈을 살려가다 보니 지난해 11월 삼산 초교 내에 꿈나무 골프연습장이 꾸며진 것은 물론, 해남군의 제2 스포츠 타운이 삼산면에 조성된다는 희소식까지 들리는 상황이다.

그동안 삼산 초등학교의 전교생수는 35명에서 44명으로 증가했다. 줄기만 하던 학생수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

스내그 골프 규칙 설명을 듣는 삼산초등학교 학생들. 전만동 코치 제공

제2의 박인비, 최경주를 꿈꾸는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은 청년들의 희망과 지역 발전 꿈이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삼산 초등학교 학생들은 전교생이 방과후 골프 교실에서 기초부터 배우고 익힌다.

스내그(SNAG)골프를 통해 재미를 느끼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 전씨의 지론이다. ‘스내그(SNAG)골프’는 어린이들이 골프를 쉽게 접하고 배우도록 설계된 골프디자인과 교육 프로그램이다.


삼산초교의 경우 골프교실 수업에서 남다른 재능과 기초체력을 갖춘 학생들이 보이면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지도를 하기도 한다.

전씨의 열정 어린 후배 사랑과 프로골퍼 출신인 부인 전현숙씨의 티칭 노하우가 합쳐지자 학생들의 기량은 날로 향상됐다.

삼산 초등학교 골프부는 창단 첫해인 2019년 KPGA 주니어 리그 유소년 스내그 골프대회 준우승과 전북일보배 프로암대회에서는 아마추어부 우승을 차지했다.

또 2020년 KYGA 전국청소년골프대회 여자 초등부 준우승과 전남골프협회장배 학생골프 여자초등부 우승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꿈나무 골프연습장 준공식. 전만동 코치 제공

“삼산 초등학교 졸업하면 골프 하나는 기가 막히게 배우고 나왔다”는 소리를 후배들이 듣도록 해주겠다는 전만동 코치, 꿈은 이제 시작이다.

골프채를 잡은 고사리 손들의 능력이 어디까지 닿을 지 삼산 사람들의 눈과 귀는 학생들의 '굿!~샷!'에 고정돼 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