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왼쪽 상단 부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 국가기록원·자료사진'생활체육'은 국민 '삶의 질'에 큰 축을 차지한다.
개인 또는 단체가 일상생활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참여하는 자발적 신체 활동을 말한다.'더 나은 삶을 위하여'란 목적은 필요충분 조건이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만큼, 역대 정권들은 '생활체육' 정책에 관심을 기울였다. 정도의 차이는 컸다. 정권에 따라 체육은 정책의 기반(基盤) 이기도 했다.
◇ 이승만 시대 '생활체육' 이념 첫 등장, 거기까지
1952년 10월 열린 제33회 전국체육대회. 국가기록원·자료사진이승만 정부, '생활체육'은 어떤 의미였을까.
사실상 논하기 어렵다. 행방 후 미군정, 이념 대립, 한국전쟁 등 사회적 혼란 시기였다. 생활 속 체육은 개념을 잡기조차 힘들었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이었다. 에너지 소비는 사치였다.
그러나 '생활체육'의 태동기였음은 분명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 '팀 플레이'를 강조하는 스포츠에서 착안 됐다는 설(說)은 유명하다.
모든 것을 갈아치우던 시기였다. 일제(日帝) 체육에서 민주화 체육으로의 전환이 시도됐다. 국민 참여의 '생활체육' 이념이 첫 등장했다. 거기까지였다.
◇ '체력은 국력' 이라던 박정희… 엘리트 우월주의에 치중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울 신당동 사저에서 사용하던 미공개 유품 다수가 경기도 양평의 한 개인 목장 창고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2017년 12월 11일 CBS노컷뉴스 보도) 박 전 대통령이 운동회에 참석해 뛰고 있는 사진은 해당 유품 중 일부. 동규기자 박정희 정부, '체육' 이념은 우선시 됐다. 군사정권은 '체육'을 앞세웠다. 이를 통해 국민을 통치했다. '체력은 국력' 이란 말이 대표적이다.
이 시기 체육의 제도화가 이뤄졌다. '국민체육진흥법'이 제정(1962년)됐다. 이 법은 엘리트, 학교, 사회 등 모든 분야별 정책과 시스템을 망라했다.
그러나 '생활체육'은 '엘리트체육'의 그림자로 만족해야 했다.
올림픽 첫 금메달(1976년 몬트리올) 효과를 본 박 정권, '국위선양' 명분으로 '엘리트체육'에 올인했다. 국민 체육 보다 국대(국가대표) 육성에 매달렸다. 한국체육대학 설립, 운동선수 병역특례 등이 대표적 예다.
정치 도구로 사용된 체육은 '엘리트 체육 우월주의' 라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 체육은 엘리트만의 몫이었다. 절름발이가 됐다.
◇ 3S 전두환, 체육을 우민화에 이용·노태우 '생활체육' 제자리
전두환 전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노태우 전 대통령. 자료사진박정희가 뿌린 '엘리트 체육 우월주의'는 전두환 정부에서 만개(滿開)했다. 축구 선수 출신(육사)인 전두환의 이력도 한 몫했다.
아시안게임(1986년) 개최, 88올림픽 개최 결정(1981년)은 만개의 발판이었다. 금메달 종목만 체육으로 인정되던 시절이었다.
프로야구(1982년), 프로축구(1983년), 프로씨름(1983년) 출범은 엘리트 체육의 정점(頂點) 이었다. 유명한 3S(스크린·스포츠·섹스) 정책이 본격화 됐다. 체육은 '우민화(愚民化)'에 이용됐다.
정부부처 체육부 신설을 비롯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은퇴선수 생활보조금 지급대상 확대·체육용품 생산업체 세제감면·지자체와 학교 체육 진흥경비·체육 연구비 지원 등), 상무(국국체육부대) 창설(1984년)이 이뤄졌다.
그러나 박정희 때와 다르지 않았다. 제도는 허울이었다. 실제 정책은 엘리트에 머물렀다. 체육의 양·질적 팽창에도 '생활체육'의 길은 닦이지 않았다.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국 30곳(3.7㎢) 부지에 생활체육시설 계획을 세우는 등 생활체육사에 있어 진일보 정책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생활체육의 실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 김영삼 정부 '생활체육' 정책, 엘리트와 균형·김대중 정부, 군사정권 체육이념 폐기
시구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사진 왼쪽)과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 자료사진김영삼 문민정부는 '생활체육'의 위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균형 맞추기가 시작됐다. 체육 분야도 군사정부와 확연한 차별 정책이 이뤄졌다.
문화부와 체육청소년부는 통합됐다. 문화체육부가 발족했다. 국민체육진흥5개년 계획(1993년)이 마련됐다. 국민체육진흥5개년 계획에는 '생활체육 진흥을 중심과제로 삼을 것' 이란 말이 담겼다.
문민정부는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균형육성 ▲학교체육 정책 강화 ▲국민의 자발적 체육활동 참여 등을 체육정책의 주요 전략으로 삼았다.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이 정책적으로 나마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된 셈이다.
국민의 정부(김대중 前 대통령)에서 군사정권의 체육 이념은 완전히 용도폐기 됐다. 문화체육부는 문화관광부로 개칭(1998년) 됐다. '체육' 부처가 사라진 것으로 체육 담당은 1개국으로 축소됐다.
군사정권과 체육의 함수관계가 차단된 시기 였으나 체육 정책 축소로 '생활체육'은 여전히 국민 삶과 직결되지는 못했다.
◇ 노무현 참여정부, '주 5일제'는 '생활체육'의 혁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사모 운동회에 참석해 시축하고 있다. 자료사진참여정부(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생활체육'은 날개를 달았다. '주 5일제 근무(공공부문 2004년)'는 '생활체육'에 있어 혁명(革命)을 가져왔다.
주말 휴일을 보장 받게 된 국민의 '생활체육' 욕구는 상상 이상이었다. 휴일의 패러다임은 '쉬는 날'에서 '운동하는 날'로 바뀌었다.
정부는 욕구에 즉각 부응했다. 주민밀착형 시설을 늘려 나갔다. 전국에 14개소의 축구공원과 3개의 축구센터 설립 정책이 마련됐다. 시도별로 노인생활체육대회가 열렸다. 이에따른 체육 지도자도 육성됐다.
국민들은 더 이상 국대 경기를 보는데 만족하지 않았다. 금메달 개수에 집중하지 않았다. 공원으로 체육시설로 쏟아져 나왔다.
◇ 이명박·박근혜 정부, 국민욕구 더 상승… 정치적 혼란, '생활체육' 정책 뒷걸음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 왼쪽)이 농구장을 찾은 모습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시구 장면. 자료사진 국민소득 2만달러를 돌파한 MB정부(이명박 전 대통령), 국민의 '생활체육' 욕구는 더 늘었다. 전국적으로 자전거 도로가 깔렸던 시기였다.
박근혜 정부의 '생활체육'은 중고등학생 1인 1스포츠를 장려한 정책이 대표적이다. 또 '스포츠비전 2018'을 마련해 학교 체육 발전을 도모했다.
그러나 탄핵(2018년 3월 10일) 후 체육정책은 흐지부지 됐다.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 김종 전 차관 등이 구속 수사를 받으면서 체육정책은 실종됐다.
◇ 문재인 정부 생활체육 수치상 역대 최고… 생활체육인이 '뉴스 탑'인 시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1월 17일 충북 진천체육관 선수촌을 찾은 모습. 청와대 자료사진"반칙은 물론 특권도 없는 국민스포츠 시대를 만들겠다."(2017년 5월 10일 취임사 중)
문 대통령은 취임 당시 '평등한 스포츠 활동 참여 기회 부여', '유아, 노인, 청소년, 장애 유형별 맞춤형 스포츠 확대', '지역 스포츠 활성화 및 공공스포츠클럽 도입' 등을 천명(闡明)했다.
체육계에서 이같은 약속의 이행 여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생활체육' 국민 참여율이 향상된 것은 분명하다.
국민 중 주 1회 30분 이상 '생활체육' 참여율이 역대 최고치(62.2%)를 기록했다.(2018년)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생활체육'을 실생활화 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전문 체육인들과 생활 체육인들이 스포츠 인권을 보장받으면서 마음껏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간섭없이 지원하겠습니다."(2021년 문 대통령 신년사 중)
문 대통령은 임기 1년을 남겨둔 올해 신년사에서 다시 한번 '생활체육' 지원을 약속했다. '생활체육'의 재도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노컷스포츠 동영상 모음. 노컷스포츠는 생활체육을 전문으로 다루는 특화된 인터넷 사이트로 지난 2일 창간했다. 자료사진정권의 관심속에서도 '생활체육'은 역대 어느 정권 보다 위기에 처해있다. '코로나19' 라는 복병(伏兵)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현명했다. 언택트, 비대면, 소모임 등의 방식으로 생활 속 체육을 즐기고 있다.
주 4일제가 논의될 만큼 개인생활이 중요해진 시대, 다양한 SNS로 체육활동을 공유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시대의 요구, 국민의 욕구를 따라가는 것이 언론의 또 다른 기능이다.
'생활체육'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특화된 인터넷 사이트(노컷스포츠)가 이달초 창간됐다.
손홍민, 추신수만 체육 뉴스의 TOP(탑)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노컷스포츠의 TOP은 '생활체육'에 몸 담고 있는, 바로 당신이다. 생활체육인 모두, 시대의 주역(主役)이 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