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 1999년 첫 해외 데뷔 무대에 서다

1999 에든버러 축제 <난타> 포스터. 에이투비즈 제공

난타가 첫 해외 무대인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이어가던 1999년 8월 첫째주 일요일, 뉴질랜드에서 온 무대 기술 감독 마크와 나는 공연을 마치고 어셈블리룸즈의 레인바에서 기네스Guinness를 마시고 있었다.

에든버러에 와서 처음 경험한 흑맥주는 한약처럼 쓰게만 느껴지던 초급단계를 지나자, 부드러운 크림거품과 씁쓸한 맛에 점점 길들여져 갔다.

정신없이 지나간 축제의 첫 주말을 보내고 마시는 기네스는 달콤했다.

우리가 공연하고 있던 어셈블리룸즈의 볼룸은 축제기간에만 공연장으로 사용하다 보니 기술적인 제약이 많았다.

'공연장이 아닌 공연장'에서의 셋업과 리허설, 그리고 모든 것이 첫 경험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턴어라운드(Turnaround/끝난 공연의 세트와 소품을 스토리지로 옮기고, 다음 공연의 셋업이 진행된다)는 '카오스Chaos' 그 자체였다.

덕분에 우리는 시차적응이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현지의 시간에 녹아 들었다.

공연 협의 중인 권은정 자문위원. 에이투비즈 제공

두 잔의 기네스를 비워갈 때쯤, 위스키 잔을 든 어셈블리 예술감독/극장장 윌리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마크는 '서로 알지?'라는 눈빛을 보내면서도 짧게 소개를 이어갔다.

"엔지, 여기는 윌리엄이야. 윌리엄, 이쪽은 쿠킨(난타)공연의 엔젤라야.
(Angie, This is William. William, This is Angella from Cookin'.)"

신뢰가는 진중한 얼굴에 딱 '영국 신사'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윌리엄과는 이미 공연장에서 두세차례 마주쳤지만,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이어가는 건 처음이었다.

그는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비쥬를 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공연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갔다.

"엔젤라, 너희 공연은 엄청난 성공을 거둘꺼야. 정말 좋았어!
(Angella, Your show is gonna be huge. I loved it!")

1999년에 이미 20여년의 시간을 프린지에서 보냈을 윌리엄이지만 난타는 그가 처음 본 한국공연이었다.

그는 작품에 대한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않았고 올해 가장 이슈가 될 공연이며 자신이 아는 언론과 친구들에게 '꼭 봐야 될 공연(Must-See)'으로 추천하고 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서 나에게 첫 프린지의 감회가 어떤 지 에든버러에서 생활하는 데에 불편한 건 없는지 등 질문을 이어갔다.

"문제가 있으면 마크에게 얘기해, 그가 다 해결해 줄 거야.
(If you have any problem, talk to Mark. He will fix it.)"라고 말하고는 자신이 한 말에 만족한 듯 마크를 보며 웃었다.

난타는 그가 본 첫 한국공연이었고, 나는 그의 첫 한국친구가 되었다.

글 : 권은정 에이투비즈 대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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