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방]한선태의 '비선출→프로입단' 족적(영상)

비 선수 출신으로 최초 프로 지명
2019년 6월, SK와이번스전 비 선수 출신으로 최초 1군 등판
어느덧 프로 3년차… "비선수 출신도 할 수 있다 보여 주겠다"

마운드에 올라 투구하는 한선태 선수. LG트윈스 제공

생활체육인(비선수 출신)들에게 프로리그는 꿈의 무대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소속 한선태 선수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엘리트 야구를 거치지 않은 비선수 출신으로, KBO리그에 프로 지명과 1군 데뷔를 한 최초의 선수다.

2019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전체 95순위로 LG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그는 어느덧 프로 데뷔 3년 차 시즌을 앞두고 있다.

학창시절 한선태 선수(가운데 위). 한선태 제공

엘리트 체육과 무관한 학교를 다닌 한선태는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방과 후 친구들과 취미로 캐치볼을 하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운 그는 고등학교 시절 야구팀을 만들어 활동했다. 그러다 2013년 SBS ESPN에서 방영한 '트라이아웃 나는 투수다'에 출연해 시속 110km의 강속구를 던져 두각을 드러냈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취업전선에 뛰어든 한 선수는 고양 원더스 비 선수 출신 모집 테스트에 지원했지만 불합격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현역으로 입대했다.

군 복무 기간에도 야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독립구단을 수소문했다. 군 복무를 마친 후 신생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의 트라이아웃에 도전해 합격했다.

전역 후 무직이었던 그는 파주 챌린저스에서 활동하면서 회비에 대한 부담이 있었지만,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맘 편히 운동에 매진할 수 있었다.

파주 챌린저스에서 기량이 일취월장한 한선태는 프로 진출의 꿈을 갖게 됐다. 그러나 당시 (2017년) KBO 규약에 따르면 비 선수 출신은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는 프로리그 도전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청원을 제기했다.

한선태의 청원 제기로 2018년 KBO 규약에 제110조 제5항이 추가됐다. 제5항에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자 중 KBO가 정한 시행세칙에 따라 참가 자격을 갖춘 선수가 구단에 입단하고자 하는 경우 제4항 소정의 절차에 따라 2차 지명에 참가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제110조 제4항에 따르면 신인선수 중 제107조 제1항, 제5항 소정의 선수가 2차지명에 참가하고자 하는 경우 당해 선수는 KBO가 정한 2차지명일의 30일 전까지 KBO에 참가를 신청해야 한다.

제107조 제5항 신인선수 중 한국 프로야구에 등록한 사실이 없는 해외 아마 및 프로 출신 선수는 연고지에 상관없이 제110조의 2차 지명절차를 거친 경우에 한해 KBO 소속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내용에 따라 그는 일본 독립리그 트라이아웃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본 독립리그 시절 한선태. 한선태 제공

마지막 도전이라는 각오로 일본 독립리그인 베이스볼 챌린지 리그(BC리그) 도치기 골든 브레이브스에 입단한 한 선수는 일본프로야구에서 활동했던 김무영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일본 생활에 빠르게 적응했다.

급여를 받으면서 활동해 금전적인 부담 없이 야구를 할 수 있었던 그는 "팀 숙소가 시골 마을에 있어 풍경이 좋았고, 한국인 동료들이 많아 적응에 어려움이 없었다.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라며 일본 독립리그 시절을 회상했다.

한선태 프로필 사진. LG트윈스 제공

일본 독립리그에서 큰 성장을 거두고 2018년 9월 귀국해 2019 KBO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그리고 2차 지명으로 LG트윈스에 합류했다.

육성선수 신분으로 퓨처스리그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한 선수는 0.36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그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도 코치님들이 항상 저를 데리고 다니셨다. 경험이 부족한 만큼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임하라고 말씀해주셨다.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팀원들이 잘해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LG트윈스 투수 한선태. LG트윈스 제공

"한계를 뛰어넘은 선수가 태어났습니다. 한선태입니다."

2019년 6월 25일 한 선수가 1군 데뷔전에서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은 뒤 이준혁 SPOTV 캐스터가 남긴 말이다.

1군 데뷔전을 치르기 전날, 류중일 감독은 퓨처스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그를 1군에 콜업했고, 곧바로 다음 날 SK와이번스와의 경기 8회 초에 1군 첫 등판을 했다. 그야말로 비 선수 출신의 인간 승리 스토리가 담긴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한 선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기회가 찾아왔다. 너무 긴장되고 떨려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1군 첫 등판한 날을 떠올렸다.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한 선수는 같은 해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갑작스런 허리 통증이 발생했다. 이후 재활에 매진했지만 잦은 부상으로 별다른 활약 없이 작년 한 해를 보냈다.

어느덧 프로 3년 차에 접어든 한 선수는 "지난 시즌은 부상으로 인해 아쉬움이 많았다. 반면 내 몸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가장 큰 목표는 부상 없이 시즌을 보내는 것이다. 당장 1군에 올라와 공을 던지는 것보다 첫해처럼 2군에서 먼저 성적을 잘 내고 기회가 다시 온다면 잡을 수 있는 준비를 하겠다"고 올해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프로 입단에 그치는 것이 아닌 비 선수 출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비 선수 출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한선태. 한선태 제공

한 선수는 비 선수 출신 최초로 프로 지명과 1군 데뷔를 하며 많은 야구인에게 귀감이 됐다. 한 선수의 사례를 보면서 꿈과 희망을 품고 제 2의 한선태를 꿈꾸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 파주 챌린저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투수 김민석 선수가 그중 하나다. 이춘기 파주 챌린저스 대표는 김 선수를 보고 입단 당시 한선태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