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리그 입단 테스트 중인 '동네축구 고수(동고)'. 동고 제공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등 세계적인 명문클럽들이 속한 스페인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아마추어 축구인이 있다.
축구 유튜버 동네축구 고수(동고·본명 구성은·29)는 학창 시절 전문 체육을 접하지 않은 일반 학생이었다.
그는 단지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선수에 도전했다.

스페인 6부리그 C.D Union Elipa. 동고 제공동고는 현재 스페인에 거주하며 마드리드 지역 6부리그에 속한 C.D Union Elipa에서 활약 중이다.
비 선수 출신 한국인이 스페인에서 축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많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의 독특한 이력에는 남다른 시행착오들이 있었다.

2012년 나이키 더찬스에 참가했던 동고. 동고 제공 2012년, 친구와 함께 나이키(Nike)에서 주관한 축구 유망주 발굴 프로젝트 '더 찬스(The Chance)'에 참가한 것이 시작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더 찬스 프로젝트는 비 선수 출신도 지원 가능했으며, 슈팅, 패스, 드리블, 순발력 등 다양한 테스트로 구성됐다.
당시 동고는 서울 지역 테스트에서 가장 고난도였던 드리블 테스트의 유일한 통과자로서 경상남도 남해에서 진행하는 1차 본선에 진출했다.
거스 히딩크 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참여한 남해 1차 본선에는 상당한 실력자들이 모였다. 동고는 1차 본선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축구에 눈을 뜨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 지인의 권유로 K3챌린저스리그(현 KFA 디비전 4리그) 입단테스트를 보러 다녔다. 동고는 선수 출신이 아니란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지만, 당시 K3챌린저스리그에서 뛰고 있던 친구의 추천으로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문 체육을 배우고 성장한 선수 출신들로 구성된 K3챌린저스리그에서 비 선수 출신의 한계를 느낀 그는 약 10개월간의 팀 생활을 마치고 입대를 선택했다.

군 복무 시절 동고(좌). 동고 제공 "전역 후 축구는 취미로만 할 생각이었어요"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동고는 축구선수의 꿈을 포기하고 학업에 매진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한국인으로 구성된 스페인 6부리그(현 5부리그) 팀 '꿈FC'가 창단돼 입단 테스트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스페인 코치진들이 직접 한국으로 와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동고는 비 선수 출신이라는 편견 없이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했다.
당시 테스트에 합격해도 스페인에 갈 생각은 없었지만, 막상 발탁되고 나니 축구선수의 꿈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2017년 7월, 그의 발걸음은 스페인으로 향했다.
스페인 생활은 경쟁의 연속이었다. 경기에서 팀의 승리를 위한 경쟁과 동료들과의 치열한 선발 경쟁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 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정식 선수로 활동하는 것은 처음이었던 그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동반했다.

한국인으로 구성된 스페인 리그 꿈FC에서 활약했던 동고(좌). 동고 제공 "뜻깊은 경험이었죠.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자 생각했어요"꿈FC는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5부 리그로 승격했지만, 동고는 팀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축구선수라는 꿈을 향해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휴식이 필요했던 것. 이후 귀국해 스페인에서 배운 것들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를 개설했다.

스페인 리그 입단테스트 중인 동고. 동고 제공 "특별하지 않아 특별했던 것 같아요"비 선수 출신의 축구선수 도전기는 많은 사람의 관심과 공감을 얻었다. 축구선수가 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든 유튜버의 스토리는 금새 1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케 했다.
그는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축구를 하러 가면 저를 알아보시고 많은 분들이 사진 요청을 한다"며 인기를 실감했다.
유튜브를 하면서 구독자들과 더 다양한 축구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동고는 지도자 교육을 받기 위해 지난 2019년 6월 다시 스페인으로 건너갔다.
그는 "아무래도 제가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면 구독자분들에게 더 좋은 정보를 알려드릴 수 있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며 스페인 유학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스페인 지도자 자격증 Nivel1을 취득한 동고. 동고 제공나름 익숙했던 스페인 생활이었지만, 지도자 교육을 받으면서 언어의 장벽이 그를 괴롭혔다. 다행히 함께 교육을 받던 현지인 중 영어 능통자가 있어 스페인어를 영어로 번역해 공부했다. 그 결과 6개월 만에 스페인 지도자 자격증 Nivel 1을 취득했다.
동고는 지도자 교육과정을 밟으면서 동시에 스페인 하부리그 입단에 도전했다. 6개월 동안 6번의 도전 끝에 6부 리그 C.D La Avanzada에 입단했다.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3월 귀국을 해야만 했다.

독립구단 TNT 핏투게더FC에서 훈련 중인 동고. 동고 제공한국에서 그는 스페인으로 돌아가면 바로 팀에 합류할 수 있도록 독립구단 TNT 핏투게터FC에서 운동을 했다. 그러나 C.D La Avanzada는 그가 한국으로 돌아간 사이 돌연 방출을 통보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화가 나고 좌절할 법도 하지만, 그는 "한번 발을 디뎠기 때문에 어디든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연연하지 않고 운동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스페인 6부리그 C.D Union Elipa에 입단한 동고(우). 동고 제공지난해 8월 다시 스페인으로 향한 동고는 4개월 만에 팀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6부리그 C.D Union Elipa에 입단한 것.
스페인 축구는 인프라가 큰 편이지만, 시장은 비교적 작다. 6부리그의 경우, 수당이 없어 반드시 본업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 동고는 본업이 유튜버이기 때문에 타지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는 스페인 현지에서 축구선수로 도전하고 있는 과정을 생생하게 유튜브에 담고 있다.
최근 동고에게 많은 사람들의 문의가 연일 쇄도하고 있다. 그의 사례를 본 일반인들이 선수에 도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을 듣기 위해서다.
그는 어려서부터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비 선수 출신이 선수에 도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장황한 꿈보다는 현실적인 목표를 갖고 준비한다면 불가능은 없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중인 동고. 장윤우 기자 "한국도 하부리그(KFA 디비전리그)가 활성화되면 많은 사람들이 축구선수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거에요"동고는 축구선수로서 체력적인 한계를 느낄 때까지 계속해서 상위레벨로 도전할 예정이다. 선수를 그만두면 유튜브를 통해 국내 아마추어 축구와 하부리그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축구를 배우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일반인들도 세미프로(K3, K4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아마추어와 하부리그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 그의 포부다.
일반인이 축구선수가 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러나 동고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비 선수 출신도 축구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제 2의, 제 3의 동고가 탄생할 수 있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