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시설업' 제외된 일선 탁구장 "코로나19에 불이익"

법률상 체육시설에 해당하는 반면, 업종 분류상에는 자유업
코로나19 정부 일부 지원혜택에서 제외
체육시설업 포함 목소리 잇따라… "시설기준 완화해 달라"

◇체육시설업 제외된 탁구장, 낙동강 오리알?

법률상 체육시설이지만 체육시설업에 속하지 않은 탁구장. 황진환 기자
국내 대다수 탁구장이 코로나19와 관련한 각종 지원에 있어 불이익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며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들은 현행법상 모순된 내용을 지적하며 법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내 탁구장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탁구장은 법률상 체육시설에 해당하는 반면, 업종 분류상에는 자유업에 속한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체육시설법 대통령령)에 따라 탁구장은 체육시설에 해당한다.

그러나 같은 법률의 체육시설업의 구분·종류에 명시된 '등록체육시설'과 '신고체육시설업' 어느 쪽에서 속하지 않는다. 체육시설임에도 체육시설업종에서는 제외됐다는 얘기다.

'등록체육시설업'은 골프장업, 스키장업, 자동차 경주장업 등 각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고 운영되는 대규모 시설을 말한다. 이외 대통령령이 정한 체육시설업들은 신고 체육시설업에 해당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운영되는 탁구장들은 일정 부분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으면서 지원 역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배려 정책이 오히려 독?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한 탁구장. 김조휘 기자
탁구장이 현재 체육시설업에 속하지 못한 것은 과거 정부의 세금부담에 대한 일종의 배려행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체육시설법은 1989년 3월 31일 처음 제정됐다. 당시 대통령령이 정한 신고 체육시설업은 수영장업과 체육도장업으로 업종 수가 적었다.

이후 1994년 1월 17일 법령이 개정되면서 많은 종목이 신고 체육시설업에 포함됐고 탁구장업도 그중 하나에 속했다.

그러나 영세한 업주들의 세금 부담이 커지고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는 1999년 1월 18일 신고 체육시설 업종 수를 감소시켰다.

이때 탁구장업, 롤러스케이트장업이 신고 체육시설업에서 자유업으로 전환됐다.

◇체육교습업에서도 제외

지난해 11월 체육시설업에 체육교습업이 추가됐으나 탁구장은 이 역시 제외됐다.

지난해 5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발생한 축구클럽 승합차 사고를 계기로 체육시설법이 개정됐다.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영할 경우 보호자 동승과 함께 하차 확인장치를 설치하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함이다.

체육교습업은 13세 미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육 교습 종목 중 전국적으로 많은 분포도를 차지하고, 가구당 유료 수강 교습 비율, 종목의 안전대책 마련 필요성 등을 근거로 운동 종목 선정 기준을 설정한다.

자유업종으로 분류됐던 축구, 야구, 농구, 줄넘기, 롤러스케이트, 배드민턴 등 종목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탁구는 체육교습업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포함되지 못했다.

◇정부 지원혜택 제외되는 상황 연속

집합 금지명령이 내려진 다중이용시설은 휴업지원금을 받았다. 이한형 기자
이같은 사정에 탁구장 업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지원혜택에서 제외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4월 정부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전 국민에게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추가로 각 지방자치단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집합 금지명령을 내렸으며, 이에 따른 휴업지원금을 지급했다.

실내공기질 관리법(실내공기질법) 제2조(정의) 1항에 따르면 다중이용시설이란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시설을 말한다. 적용 대상으로는 실내공기질법(제3조 23항) 체육시설법에 따른 체육시설 중 실내 체육시설이 포함돼있다.

다중이용시설의 지원 대상은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문화·체육시설에는 노래방, PC방, 체육시설 등이 있다. 반면 자유업은 이에 해당되지 않아 일괄적인 휴업을 감행하지 않았으며 지원금 또한 받지 못했다.

◇"자유업 아닌 체육시설업으로 전환" 목소리 대두

탁구장은 다중이용시설 휴업지원금을 지급 받지 못했다. 김조휘 기자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1천650㎡(500평대) 사설 탁구장을 운영하는 전윤형 관장은 코로나19로 회원들의 발길이 끊기며 극심한 적자난에 허덕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라 한동안 영업을 하지 않아 수익이 없었다.

한국여성탁구연맹 정현숙 회장이 운영하는 탁구교실은 서울시가 시설관리를 맡고 있다.

정 회장의 탁구교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해 2월 서울시의 권고로 약 3개월간 휴업했다. 이후 추가로 정부의 휴업 권고 기간까지 겹쳐 약 5개월간 더 문을 닫았다.

정현숙 탁구교실 강사 장모(38)씨는 휴업으로 인해 레슨을 할 수 없게 되자 생계를 위해 택배와 배달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만 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9월 25일부터 매출이 감소한 영세 소상공인에게 일괄적으로 새희망자금을 지급했다. 두 탁구장 모두 새희망자금을 지급받았으나, 자유업으로 등록돼 다중이용시설 휴업지원금은 지급받지 못했다.

이같은 사정에 탁구계에서는 자유업인 탁구장업이 체육시설업에 포함되길 희망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체육시설법 시설 기준 완화해 달라"

탁구장은 자유업으로 전환된 후에도 여전히 영세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탁구장들은 체육시설업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현행 관련 기준을 완화해야만 한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체육시설법 제11조 1항에 따르면 체육시설업자는 체육시설업의 종류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시설 기준에 맞는 시설을 설치하고 유지·관리해야 한다.

체육시설업의 시설 기준에서 필수시설로는 편의시설, 안전시설, 관리시설이 있다. 이외에도 임의 시설 기준과 업종별 기준을 맞춰야 체육시설업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체육시설법 시행령 제2조의3제1항에 따라 정해진 체육시설 안전점검의 항목 및 평가 기준에 맞게 시설물과 소방시설 등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서울시 강북구에서 탁구장을 운영하는 임형묵 관장은 "정부가 체육시설업의 시설관리 기준을 낮춰줘야 한다. 체육시설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다 갖추기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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