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박지현을 막을 선수 없어" 잘할수록 더 혼나는 코트의 신성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을 이끄는 3년차 신예 박지현
2020-2021시즌 주요 5개 부문 기록에서 모두 TOP10 '유일'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박지현 (사진=WKBL 제공)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은 가드 박지현(20)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편이다.

'박지현 드래프트'로 불렸던 지난해 1월 신인드래프트에서 4.8%의 확률을 뚫고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확보한 순간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했지만 박지현이 소속팀 유니폼을 입는 순간 호랑이 선생으로 변신했다.

위성우 감독은 28일 오후 경기도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20-2021 여자프로농구 부천 하나원큐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박)지현이가 처음에는 '나한테 왜 이러지?'라고 했을텐데 지금은 '내가 이렇구나'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박지현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에 대한 질문에 위성우 감독은 "공 없는 농구를 잘 못한다"고 답하면서도 그 이유를 선수에게서만 찾지는 않았다.

위성우 감독은 "선수 잘못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 워낙 잘해서 공을 들고 하는 농구만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팀 플레이를 강조하는 코칭스태프의 끊임없는 지적에 박지현은 지금도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잠재력이 워낙 높은 선수라는 것을 모두가 알기에 잔소리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베테랑 김정은은 "(박)지현이는 가장 집중적으로 혼나는 선수다. 동료 중에서는 나한테 가장 많이 혼난다"며 웃었다.

위성우 감독은 최근 브레이크 기간에 박지현에게 매달리다시피 하며 집중적으로 훈련을 시켰다.

간판 스타 박혜진이 족저근막염 부상에 시달려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에 박지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위성우 감독은 "요즘은 본인이 안되는 부분을 파악하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농구 실력이 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현도 "도움이 많이 됐다. 브레이크 기간에 제가 느낄 정도로 제게 너무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다. 많이 가르쳐주셔서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며 마음가짐을 달리 했다.

이처럼 팀내에서는 늘 잔소리를 듣지만 코트 위 평가는 정반대다.

외국인선수가 없는 이번 시즌 여자프로농구 무대에서 박지현만한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신장 183cm의 장신 가드 박지현에게 포지션은 큰 의미가 없다. 모든 부문에서 팀에 공헌하고 있다.

이번 시즌 득점(18.6점·4위), 리바운드(11.9개·2위), 어시스트(3.9개·10위), 스틸(2.0개·1위), 블록슛(1.6개·2위) 등 주요 5개 부문 기록에서 모두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유일한 선수다.

그럼에도 28일 부천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위성우 감독의 호통이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호통의 근거는 명확했다. 박지현이 안 좋은 위치에 서있거나 수비에서 잔실수를 할 때마다 위성우 감독은 아쉬움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기 초반에는 그랬다.

박지현이 1쿼터 막판 골밑에서 빠르고 간결한 턴으로 쉽게 골밑 득점을 터뜨리자 위성우 감독은 물개 박수를 쳤다.

이후에도 호통 소리가 종종 들렸지만 톤은 매우 낮아졌다. "잘했어. 잘하긴 잘했는데 …"라는 전제를 붙인 뒤 디테일을 지적했다.

한 경기에서 29득점 16리바운드 2어시스트 4블록슛 2스틸을 기록한 선수에게 지적할 부분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은행은 득점과 리바운드 부문에서 개인 최다기록을 쓴 박지현의 활약에 힘입어 하나원큐를 65대55로 눌렀다.

위성우 감독은 경기 후 박지현에 대해 "아직은 뭐가 뭔지 잘 모른다. 예를 들면 이기고 있을 때 팀이 어떻게 공격해야 하는지 아직은 모른다. 그래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배짱도 좋아지고 있다. 많은 시간을 소화하는 요령도 늘고 있다"고 칭찬했다.

2연승을 달린 우리은행은 시즌 전적 5승3패로 단독 2위가 됐다. 1위 청주 KB스타즈(6승2패)와 승차는 1경기로 좁혀졌다.

박혜진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우리은행은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는 박지현의 활약으로 상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박지현의 활약은 베테랑 김정은의 눈에도 인상적으로 비쳤다.

김정은은 "박지현이 너무 좋아졌다. (박)혜진이가 없어 체력적으로 힘들텐데 공격에서 너무 잘해주고 있어 내 부담이 줄었다"며 고마워했다.

아산 우리은행의 박지현(사진 왼쪽)과 김정은 (사진=WKBL 제공)

이어 "지현이는 그렇게 혼나도 다음날에는 해맑은 모습이다. 이런 성격이 부럽다. 집중력이 진짜 없기는 하다. 그래도 노력을 많이 한다. 조언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좋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주위의 관심에도 박지현은 꿋꿋하다. "가끔 많이 혼나는데 흘려 들어야 할 건 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그 부분만 생각하면 오히려 안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집중적으로 말씀하시는 부분은 흘리지 않고 들으려고 한다"며 웃었다.

박지현은 "3-4쿼터 후반에 안 보인다"는 지적을 종종 받아왔다. 이를 받아들인 박지현은 "승부처 때 도망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때 15점차로 앞서가던 우리은행은 3쿼터 막판 하나원큐에 3점차로 쫓겼다. 그러자 박지현이 귀중한 3점슛을 터뜨렸다. 또 박지현은 4쿼터 초반 점수차를 다시 두자릿수로 벌리는 3점슛을 성공했다.

박지현은 3쿼터까지 실책 7개를 기록했지만 4쿼터 마지막 승부처에서만큼은 실책을 1개도 범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프로 3년차에 이 정도면 정말 잘해주고 있는 것"이라며 "향후 몇년간 지현이를 막을 선수는 없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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