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과 다큐 영상의 결합…콩고 전쟁 톺아보다

[노컷 리뷰]밀로 라우 연출, 다큐멘터리 연극 '콩고 재판' 온라인 상영
다큐멘터리 영상과 실제인물 참여한 가상의 재판 결합
600만 명 사망자 낸 콩고 내전 원인과 배경 분석
알고 보면 광산자원 차지하기 위한 세계 경제전쟁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콩고 남 키부주 부카부 지역의 알파지리 대학에 마련된 민사재판 현장. 이 곳에서는 '반로 사건'(Banro case)에 대한 증인들의 발언이 한창이다.

부카부 주민들은 캐나다 광산업체 '반로'가 이 지역의 광물자원을 약탈하기 위해 자신들을 강제 이주시켰고, 채굴에 따른 수익을 독점했다고 주장했다.

콩고는 비옥한 대지와 풍부한 광물자원을 지녔다. 토양은 1년에 삼모작이 가능하고, 광물자원의 잠재가치는 240억 달러(28조 5천억원)에 달한다.

배심원단의 의견은 갈렸다.

국내외 광산업체를 대표하는 질베르 칼린다는 "이 지역의 학교, 병원 등 각종 시설을 지은 건 반로다. (강제이주 등은) 사업을 위한 투자였을 뿐이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서 주민들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부카부 출신 인권활동가 실베스터 비심와는 "반로는 지역산업의 선구자가 아니다. 콩고의 광물자원을 값싸게 얻기 위해 지난 20년간 이어진 콩코 내전의 정치적 불안을 이용했고 이로 인한 수익을 챙겼다"고 반박했다.

밀로 라우 연출의 다큐멘터리 연극 '콩고 재판'의 한 장면이다.

'콩고 재판'은 지난 20년간 6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콩고 내전의 원인과 배경을 분석한다.

연극의 형식이 독특하다. 연극은 밀로 라우가 콩고에서 직접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상과 가상의 재판을 합쳤다.

가상의 재판은 콩고에서 개최한 대규모 민사재판과 베를린에서 연 청문회로 구성했다. 두 재판은 법적 효력이 없지만 무대에 올라 발언한 희생자, 가해자, 증인, 분석가는 모두 실제 인물들이다.

밀로 라우는 연극을 통해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은 현실을 고발하고 "콩고 내전은 알고 보면 광산지원을 차지하기 위한 세계 경제전쟁"이라고 결론내렸다.

극중 베를린 공판에서는 경제인권 전문가 미리암 시게마스의 말을 빌려 고발한다.

"콩고 정부가 거주민의 땅을 몰수한 뒤 이것을 다국적 광산회사에 양도해도 거주민은 저항할 수 없다. 청구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다국적 광산회사는 건드릴 수 없다. 이들은 미리 짜여진 법률적 상황에 맞춰 언제든 철수하면 된다. 인권을 유린해도 대가를 치를 확률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콩고 재판'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또 하나의 사건은 '무타룰레 학살'이다.

사회학자 장 지글러에 따르면, 다국적 광산회사가 차지한 광산지역과 대규모 학살이 일어나는 지역이 거의 일치한다. 이들 회사는 민족 갈등을 조장해서 군대나 경찰 등 공권력이 이 지역에 머물지 못하게 한다.

무타룰레 학살 사건 생존자는 "당시 무타룰레와 근방에 주둔해 있던 군 부대와 UN군 모두 개입하지 않았다. 우리는 경찰들이 보는 앞에서 학살당했다. 정부대변인단은 3일 후에야 나타났다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내무부 장관은 "사건이 밤에 일어나서 대처하지 못했다. 경찰은 야간작전에 대한 훈련이 안 되어 있기도 하다"고 변명했다.

'콩고 재판'은 베를린 청문회에서 등장인물들이 최종 변론하는 것으로 끝난다.

"다국적 광산회사가 자기 나라로 떠나면 그들은 우리에게 아무런 자원이 남지 않은 국가와 땅을 남겨놓을 것이다. 이제 콩고 정부가 책임을 지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들 기업으로 하여금 자국민의 권리를 존중하도록 해야 한다."(인권 운동가 프린스 키한지)

"이 재판은 허구다. 하지만 독립적인 재판이다. 이 재판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말하는 것, 그리고 진실이 알려지는 것이다."(밀로 라우)

2015년 '콩고 재판'이 전 세계에서 상연된 후 콩고 정부와 다국적 광산회사들에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남 키부주의 내무부 장관과 광산부 장관은 해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