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치어리딩 클럽' 노년의 도전도 아름답다

외화 '치어리딩 클럽'(감독 자라 헤이즈)

(사진=찬란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생각보다 우리는 '숫자'에 많이 얽매인다. 꿈과 도전조차 그것을 시도하는 사람의 외적이거나 물리적인 조건을 보고 판단하려 드는 경우도 있다. 그런 고정관념과 편견을 향해 유쾌하게 반기를 드는 이들을 담아낸 영화, '치어리딩 클럽'이다.

'치어리딩 클럽'(감독 자라 헤이즈)은 웰다잉을 위해 실버타운에 입주한 마사가 7명의 이웃들과 함께 오랜 꿈이었던 치어리딩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암 투병 중인 주인공 마사(다이안 키튼)는 웰다잉을 위해 실버타운 '선 스프링스'로 입주한다. 그는 그저 조용히 생을 마무리하고자 했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친화력 좋은 이웃 셰릴(재키 위버)을 만나며 잊었던 꿈을 꺼내게 된다. 그렇게 마사는 죽음을 앞두고 실버타운 역사상 처음으로 치어리딩 클럽을 결성한다.

영화는 미국 애리조나에 위치한 실버타운에서 탄생한 유명 치어리딩 클럽 '폼즈(POMS)'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폼즈는 초대형 콘테스트 쇼프로그램인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출연해 명성을 얻고, BBC '100인의 여성'에 선정돼 전 세계인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며 큰 감동과 응원의 메시지를 안겼다. 자라 헤이즈 감독 역시 TV쇼에 나온 폼즈 멤버들의 열정에 감명을 받아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한다.

(사진=찬란 제공)
하이틴 무비에서 자주 등장하는 치어리딩과 치어리더의 모습이 노년의 여성들을 통해 재현된다는 것은 뭉클함을 선사한다. 동시에 마사와 같은 노년 여성들이 있어 현재 여성들이 나아갈 길이 조금은 더 다른 모습을 가질 수도 있음을 알려줘 용기를 얻는다.

마사와 셸리를 비롯한 8명의 실버 치어리더는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몸을 이리저리 어설프게 움직인다. 오십견으로 팔은 올라가지 않고, 인공 관절 수술을 한 무릎 덕에 점프하는 것도 힘겹다. 심지어 연습 중에 넘어져 골절상을 당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도, 자신들의 나이에도 10대 소녀들이나 할 법한 일을 꿈꾸고 도전한다는 것이 즐겁다.

그들을 힘들게 하는 건 그들의 육체적 조건뿐만이 아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부정적이다. 나이 든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고 응원하는 걸 누가 보겠냐는 발언부터 나이에 맞게 체통을 지키라고 하는 등 그들의 도전을 자신들이 가진 고정관념과 편견에 맞춰 재단한다.

편견과 조롱 섞인 언어들은 물론이고 그들의 도전 자체를 가로막는 훼방꾼도 등장한다. 그들의 첫 리허설 무대를 몰래 찍어 인터넷에 올리며 나이 먹은 당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영화 밖에서 만연한 차별의 언어들이 영화 안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된다.

세상의 반대에 맞서 마사는 치어리더들에게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라고 말한다.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 자신을 묶어두지 말라고, 자신을 조금 더 소중히 대하라고 말한다.

그저 잘 죽고 싶었던 마사가 마음속에 묻어둔 치어리더의 꿈을 다시 펼친 것 역시 '죽음'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버려뒀던 자신의 마음을 다시 돌아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사와 폼즈의 도전은 나이나 죽음이라는 한계에 주저앉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우리 자신을 규정하고 돌보는 건 타인이 아닌 '나'임을 알려준다.

(사진=찬란 제공)
'치어리딩 클럽'은 어찌 보면 이미 많이 봐 온 클리셰로 구성된 빤한 결말의 영화일 수도 있다. 그러나 빤한 사실조차 잊고 사는 우리에게 이런 영화들은 잊어선 안 될 보편적인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호연과 앙상블은 영화를 더욱더 즐겁고 유쾌하게 만든다.

영국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물론 매 10년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오른 유일한 배우이자 50년 차 거장인 다이안 키튼은 치어리딩 클럽의 리더 마사로 변신해 한 번 더 그의 연기에 반하게끔 만든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애니멀 킹덤'으로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자신만의 연기 스타일을 구축한 재키 위버는 셰릴 역을 맡아 다이안 키튼과 환상적인 연기 호흡을 선보인다.

여기에 셀리아 웨스턴, 팜 그리어 등 시대를 풍미한 여성 배우들은 물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통해 주목받는 신예로 떠로은 앨리사 보까지 합세해 '치어리딩 클럽'을 더욱 빛나게 한다.

'치어리딩 클럽'을 본 후 실제 '폼즈'의 영상을 유튜브로 찾아보면 스크린에서 느꼈던 감동과 마사 일행을 통해 받은 응원이 더욱 진하게 마음에 새겨질 것이다. 관객 역시 세상의 모든 '폼즈'를 응원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더라도 일단 영화 안과 밖 폼즈의 치어리딩은 즐겁다. 흥겹게 몸을 들썩이게 될 정도로 말이다.

90분 상영, 9월 10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