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올해는 LG가 우승을 하는 걸까요?

'계속 이기자' LG 주장 김현수(가운데)를 비롯해 선수들이 10일 키움과 홈 경기에서 승리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잠실=LG)
신바람은 프로야구 LG의 상징이었다.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의 우승을 일군 LG의 야구를 '신바람 야구'라고 불렀다. 이렇다 할 거포도 없었지만 분위기만 타면 휘몰아치는 응집력은 쌍둥이 군단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그런 자신감이 창단 30주년을 맞은 올해 다시 제대로 불어닥친 것만 같다. LG가 시즌 후반 무서운 기세를 올리며 26년 만의 정규 시즌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LG는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과 홈 경기에서 6 대 1로 이겼다. 2위 경쟁팀과 물러설 수 없는 승부에서 기분좋은 승리를 거뒀다.

완벽한 승리였다. 선발 케이시 켈리가 6이닝 7탈삼진 5피안타 2볼넷 1실점 쾌투를 펼쳤고, 타선이 적절한 시기에 점수를 내줬으며 야수들의 호수비와 불펜의 든든한 잠금으로 승리를 지켰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엄청났다. LG는 3회초 박준태에게 홈런을 허용, 1 대 1 동점이 되면서 분위기를 내줄 뻔했다. 그러나 이어진 2사 1, 2루에서 2루수 정주현이 에디슨 러셀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하며 흐름을 지켰다.

4회초에는 좌익수 김현수가 김혜성의 파울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슬라이딩 캐치해냈다. 2사에 주자는 없었지만 주장의 투혼은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6회초 1사 2, 3루 위기에서 3루수 양석환은 박동원의 강습 타구를 잡아 3루 주자 러셀을 곧바로 태그 아웃시켰다. 유격수 오지환도 3회 김혜성과 7회 박준태의 잘 맞은 타구를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자동 아웃!'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 트윈스 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6회초 1사 2,3루에서 LG 양석환이 키움 박동원의 3루 땅볼을 잡아 3루 주자 러셀을 태그아웃시키고 있다.(서울=연합뉴스)
경기 전부터 LG 류중일 감독은 선두권 경쟁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미 삼성에서 5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과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 등극을 일궈낸 류 감독은 현재 치열한 순위 경쟁에 대해 "스트레스보다는 쫄깃쫄깃하고 재미있다"고 여유를 보였다.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나올 수 없다. 류 감독은 "시즌 전 85승을 공약했는데 잔여 41경기에서 27승이면 가능하네"라며 웃음을 지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LG는 8월 16승 8패 1무, 승률 6할6푼7리로 10개 구단 최고 성적을 냈다. 9월 2연패로 주춤했지만 이날 승리로 4승 2패 1무의 상승세를 이었다.

이날 승리의 주역 유강남도 같은 생각이다. 유강남은 "워낙 현재 팀 분위기가 좋아서 이대로라면 1위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젊은 투수들이 주축이고 타자들도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LG는 올 시즌 전부터 공개적으로 우승을 언급했다.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는 베테랑 박용택(41)은 "2002년 이후 LG에서 20년째를 맞는데 올해가 우승의 적기인 것 같다"고 했고, 오지환도 "올해는 정말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승 청부사' 류 감독도 "창단 30주년을 맞는 올해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고 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LG는 과연 선두권을 달리며 시즌 전 장담을 이루는 듯했다.

그러나 6월 하순에 접어들며 부상자들이 속출, 순위가 떨어졌다. 7월에은 5위권을 맴돌면서 시즌 전 발언은 신기루처럼 들리기도 했다.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 트윈스 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6회말 2사 1루에서 LG 유강남이 1타점 적시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하지만 7월 말부터 힘을 내기 시작하더니 8월에는 그야말로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박용택의 '은퇴 투어' 논란에도 한때 7연승을 달리며 성적도 수직 상승했다. 그 기세를 9월에도 잇고 있다.

선수들도 1위를 언급했다가 실패했을 경우에 대한 우려를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오지환, 유강남 등은 최근 인터뷰에서 "1위를 하고 싶고 또 할 것 같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박용택도 "예전에는 말을 조심해서 했지만 올해는 아니다"며 먼저 1위를 할 수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에 대해 유강남은 "박용택, 정근우, 김현수 등 형들이 정말 더그아웃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고 있다"면서 "한때 부진한 적이 있었지만 우리는 분위기가 나빴던 적은 없었고 그게 최근 상승세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승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선수단 전체가 살 떨리는 순위 싸움을 즐기는 모양새다.

무서운 후반기를 보내고 있는 LG는 이날 승리로 키움을 승률에서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1위 NC와는 2경기 차를 유지하고 있는데 7경기 맞대결을 앞두고 있어 역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과연 LG가 1990년대 신바람 야구를 재현해 정규 시즌 우승까지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